레이캬비크에서의 어느 날 아침, 단순하게 호텔 조식만 먹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호텔 옆에 있었던 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아침 일찍부터 한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빵을 보자마자 빵순이인 나는 하나하나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이슬란드의 물가가 악명 높았기에 다 먹어본다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중에서 하나만 픽 하라는 건 마치 고문과도 같았다. 그만큼 힘들었다. 다 맛있어 보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다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을 하나 골랐다. 빵 하나 가지고 아침이 되겠느냐마는 나는 충분히 괜찮았다.
빵과 커피는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따뜻하고 달콤한 빵으로 유명한 이곳의 대표 메뉴를 먹어봤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다른 테이블은 무얼 먹는지 봤다. 참으로 맛있어 보이는 메뉴를 하나같이 다들 먹고 있었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빨간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요리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많은 테이블에서 그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음식 맛이 너무 궁금했던 나는 '저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서 이곳에 내일 또 와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다음날이 레이캬비크에서는 마지막이었기에 더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메뉴판에서 그 메뉴를 찾았지만, 사진이 없던 그 메뉴판에서는 뭐가 뭔지 몰랐다. 찾기 힘들었다. '그 음식을 꼭 먹어봐야 하는데...... 안 그러면 너무 아쉬울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때 마침 옆 테이블의 어떤 사람이 그 음식을 먹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여주면서 당신이 먹고 있는 그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그 메뉴가 어떤 건지 물었다. 그 여자는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맛있어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주문하고 나서 기대가 됐다. 과연 어떤 맛일까.
음식을 딱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참 행복했다. 내가 승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입 딱 베어 문 순간, 무엇인지 모르게 내게는 투머치 했다. 사방 곳곳 여행을 다니기 전에는 나는 내가 무엇이든지 잘 먹는 사람인 줄 알았다. 몸에 좋은 거라고 하면 가리지 않고 먹었던 나였으니까. 그런데 어렸을 적 고수가 들어있는 쌀국수를 접했다가 고수의 특유의 향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안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현재까지도 향신료가 들어가는 음식은 잘 먹지 못한다. 한동안 쌀국수도 먹지 못했던 나였지만, 고수를 뺀 한국식 쌀국수가 나오기 시작하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맛 본 이 음식에도 그 특유의 향이 배어있었다. 나는 그 향이 참 싫었다. 그러나 내가 너무 기대해서 주문했던 음식, 안 먹고 그냥 나갈 순 없었다. 자존심이 센 나에게 주문했던 음식을 남기는 건 왠지 싸움에서 패배 한 느낌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끝까지 먹었다. 나에겐 의지의 음식이었다.
맛있어 보인다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다고 해서 다 맛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안된다 라는 것을. 보이는 게 결코 다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