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결혼? 고민했던 나
남편은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전형적인 집돌이였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 연애하던 시절에 내가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하면 "꼭 가야 하느냐, 무섭지 않으냐"라고 물어보기 일쑤였다. 그러나 내가 워낙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고, 가겠다는 입장이 너무 확고했기에 남편은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잘 다녀오라고 애써 말해주었다. 남편은 어느 날 덤덤하게 말했다. 본인 입장에서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었는데 여행만 간다고 하는 내 모습을 보며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건가?'싶기도 했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그랬다. 항상 여행 가고 싶은 게 더 먼저였고, 여행을 계속하고 싶었기에 남편이 남자 친구였을 때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피하게 되고 결혼은 최대한 늦추려고만 했다. 결혼하면 왠지 여행을 못 갈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어쩌려고 결혼을 했다. 결혼 후에도 여행을 자주 가겠다는 약속과 함께.
남편에게 결혼 계획을 짤 때 신혼여행만큼은 내가 준비하고 싶다 했고,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존중해서인지 다른 건 다 관여하고 함께 준비했지만, 신혼여행만큼은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짜라고 배려해주었다. 전적으로 나에게 맡긴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꿈 꿔왔던 여행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니 설렜다.
집돌이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남편
남편과 연애한 지 3년이 지났던 어느 날, 남편과 두 번의 해외여행을 가게 됐다. 한 번은 홍콩, 한 번은 오사카. 특히나 홍콩은 남편의 첫 해외여행이었기에 남편에게 우리의 여행 계획을 설계해보라고 주문했다. 첫 해외여행이었기에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고, 나는 거기에 따르겠다고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본인이 설계하는 여행을 설레 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여행 계획이 피곤하고 지쳤는지 나중에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두 번째 여행이었던 오사카는 함께 계획을 짜 보자고 했다. 나와 이렇게나 다른 사람. 결혼하고 나서 과연 남편과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었다. 그런데 남편이 달라졌다. 두 번의 해외여행에서 여행에 재미를 붙였는지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먼저 "이번에는 어디 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고, TV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여행했던 여행지가 나오면, "우리 이거 했었잖아, 그때 우리 저기에서 뭐가 좋았잖아"라고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곳, 멋진 곳이 나오면 "나중에 저기 꼭 같이 가보자"라고 먼저 말하기도 했다. 엄청난 발전이었다.
하나에서 둘이 되어버린 여행 메이트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난 지금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 이후로 이렇다 할 여행을 못했다. 결혼을 한 뒤 한 달 만에 갑작스럽게 아이가 찾아온 것. 자연스럽게 몸이 무거워지면서 최소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하자고 약속했던 남편은 지키지 못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함께 여행할 수 있을까?
이제 나의 여행 메이트가 둘에서 셋으로 바뀌었다. 언젠가는 셋이 함께 여행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그 첫 여행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기분 좋은 궁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