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도시, 뉴욕

by 방구석여행자

미국에 사는 이모를 기회로 나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이모가 사는 곳은 미국 서부의 중소도시 어바인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6개월 정도 공부한 뒤 여름에 뉴욕으로 여행할 계획을 세웠다. 함께 여행하기로 계획했던 건 한국에 있던 친구였고, 그 친구의 여름휴가와 나의 어학연수중 방학으로 시간을 맞춰 여행하기로 했던 것.

뉴욕은 오랫동안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설렘 가득하고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 상위권에 항상 랭크되어있었다. 그렇게 돈이 별로 없었던 나는 차곡차곡 계획을 세웠고, 결국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계획표를 보셨던 보수적인 부모님도 여행에 믿음이 생기셨는지 돈을 보내주셨고, 비행기와 숙소를 먼저 예약했다. 비행기는 한국에서 오는 친구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경유를 2번 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직항이면 5시간에 가는 뉴욕을 경유 2번이라니, 나도 참, 친구는 핑계였고, 그래도 저렴하게 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걸 예약해두고, 뉴욕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여행은 완벽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꼬여버렸다. 경유하다가 겨우 연락이 닿아 연락했던 함께 여행하기로 했던 친구는 공항에 늦어서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는 추가 요금을 내고 다음 날 출발하겠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친구도 친구였지만, 그럼 나는 갑자기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 뉴욕에 있는 다른 아는 동생에게 하루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다행히 시간이 된다

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 뉴욕에 도착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첫날 숙소를 예약했던 친구가 없어서 잠을 어디서 잘 지 새로운 고민이 쌓였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미리 돈을 지불했으니 그냥 가서 잠만 자면 될 것이라고 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니까 뉴욕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드디어 나의 로망이었던 뉴욕시내를 누빌 생각에 설렜는데 그 설렘도 잠시, 시내로 가기 위해 뉴욕의 지하철인 메트로 지하철을 타려는데 당황스러웠다. 우리나라의 지하철보다 못한 수준이었던 뉴욕의 메트로였다.

꼭 우리나라의 1970년대 지하철인 것 같았다. 시설은 낙후되어있었고, 악취가 났다. 하지만 뉴욕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어놓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았다. 분명 뉴욕 시내로 가면 좋을 거야, 타임스퀘어 이런 곳은 괜찮을 거야 라고 혼 되뇌었다. 아는 동생과 만나기로 했던 타임스퀘어로 가는 42번가 역에서 내렸다. 나의 꿈이었던 커피 한잔 들고, 뉴욕 시내를 걸어보는 것.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뉴욕의 시내로 발을 내딛던 순간. 나는 그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길거리에 말똥은 왜 이렇게 많고, 쓰레기도 너무 많았다. 쓰레기 냄새는 또 왜 이렇게 심한 건지 싶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어떤 아저씨가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던 걸 보고 말았다. 뉴욕에 오자마자 뉴욕에 온 걸 후회했다. '이러려고 뉴욕에 왔던 게 아니었는데' 뉴욕에 오고 싶어 했던 나 자신을 나는 원망까지 했다. 그렇게 뉴욕에 대한 첫인상은 참 별로였다. 어학연수 중 만난 같이 공부하던 연수원 친구가 뉴욕을 간다 하니, "먼저 뉴욕을 가봤지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아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거 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귀담아듣지 않았었는데 그때 좀 귀담아들었어야 했던 것 같았다. 이제야 왜 그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갈 순 없는 법. 이곳에 적응하다 보면, 곧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약속 장소로 갔다. 그리고, 친구가 예약해두었던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먼저 했고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타임스퀘어는 저녁이 되자 절정을 드러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간판들만 봐도 별거하지 않고 그냥 거리만 걸어 다녀도 즐거웠다. 화려한 뉴욕의 거리를 느끼면서 나는 어느덧 악취와 말똥에도 적응해 가고 있는 듯했다. 이래서 뉴욕 뉴욕 하는 건가 싶었다. 비록 첫인상은 좋지 못했지만, 뉴욕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마치 영화 속에 있는 듯한 꿈같던 여행을 했고, 뉴욕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 뉴욕 여행을 계획했을 때 "뉴욕에만 있으면 지겨울 거다, 다른 근교 도시를 여행하고 오는 게 좋을 거 다"라는 글을 보고 1박 2일로 보스턴을 다녀오기도 했었지만, 나는 뉴욕에서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을 것 같았다. 언제 또다시 뉴욕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또 가서 뉴욕의 거리를 누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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