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발달 속도가 더뎠던 아들 녀석. 나는 자극을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 녀석에겐 턱 없이 부족했던 건지 좀처럼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마음은 점점 급해졌고 문득 다른 자극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출근하다 우연히 집 근처에 있는 발달센터를 발견했고 처음 상담을 받고 수업 진행까지도 어언 3개월 정도가 흘렀던 시간이었다.
처음 센터를 다닐 때만 해도 직장을 다니고 있던 나는 센터만은 친정엄마의 손을 벌리지 않고 내가 온전히 케어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수업을 시작했었는데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나 육아는 항상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와 수업을 한 번 해보셨던 선생님은 아이의 현재 발달 상태로는 일주일에 한번 치료하는 걸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하셨고, 수업일수를 하루 더 늘려보자고 제안하셨던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의 손을 빌려 평일에 한번, 주말에 한번 이렇게 두 번 다니고 있었다. 1년 넘게 재활병원에서 제자리 걸음 하는 것 같던 아이는 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하니 눈에 띄게 발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 일에는 발전을 하더라도 정체기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눈부시게 발전하던 아들 녀석의 발달속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곧 유치원도 가야 하고 당장 마음은 급한데 걸려버린 성장속도의 브레이크였다. 그런 내가 꺼낸 카드는 바로 발달 진행 속도의 효과를 본 센터의 수업 일수 연장이었다. 나도 잠시 직장을 쉬게 되어 아이를 온전히 케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수업일수를 늘려 성장속도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다.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을 때 효과를 봤듯이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렸을 때도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 기대가 됐었다.
“선생님 혹시 시간 되시면, 수업일수를 단 몇 달 만이라도 하루 늘려보고 싶은데 선생님 스케줄 괜찮으신가요?”
“제가 한번 살펴볼게요”
“하루 더 하게 되면 좀 더 빠르게 올라올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XX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하루 더 하게 되면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예요”
“다음 주부터 바로 진행하시죠”
이전에도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3번 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맞벌이였던 우리가 스케줄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더 말씀은 못 드리겠고 최소 2번은 하시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2번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스케줄 문제는 해결이 되었고, 마음은 급해지다 보니 하루 더 연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의 수업일수를 늘린 첫날 수업이었다. 선생님이 동물손가락인형을 아들 녀석 손가락에 끼워주셨는데 답답했는지 아들 녀석이 자꾸만 손가락인형을 뺄라고 했다고 하셨다. 그때마다 손에 끼워져 있던 손가락인형을 잡으시면서 “빼”라는 말을 계속 반복적으로 해주시며 자극을 주셨다고 하셨다. 하지만 손가락 답답한 느낌이 싫었던 게 더 컸던 아들 녀석은 울고 짜증을 많이 냈었다고 하셨다. 수업이 끝난 후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집에도 동물손가락인형이 있어서 손가락인형에 익숙해지도록 동물손가락인형을 끼워주며 “빼”라는 말을 계속 반복 시도해 주었다. 수업했을 때 그 답답한 느낌이 생각났는지 집에서도 싫증을 내면서 울었다. 언제쯤 익숙해지게 될까?
기분을 환기하고자 다른 장난감 놀이를 유도하셨는데 아들 녀석이 뽀로로유치원 장난감을 골라왔다고 하셨다. 뽀로로유치원장난감 중에서도 초록색을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초록색 캐릭터인 크롱을 특히 좋아하는데 크롱을 그네 태워주는 놀이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네를 좋아하는 건 아마 집에서나 치료수업시간에 그네를 많이 접하기도 했고, 흔들흔들 움직이는 게 재밌고 마음의 안정을 얻어서 좋아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그렇게 아들 녀석이 좋아하던 놀이기구인 그네인데 그런 그네를 태워주면서 선생님이 아들 녀석에게 말을 걸었는데 오늘따라 자꾸 그네를 안 타겠다고 하며 안아달라고 팔을 벌렸다고 하셨다. 그때 선생님께서 소리를 내면 안아주시겠다고 하시며 안아주지 않으시자 울기 시작했다던 아들 녀석을 황급히 달래주셨다고 하셨다.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좀 안좋아보였다고 하셨다.
괜히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센터 수업일수의 연장을 눈치챘던 것일까? 적응하면 괜찮아질까? 오늘 수업했을 때 아들 녀석의 기분을 살펴보니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떠올랐다. 수업일수의 연장을 결정하면서 아이가 혹시나 받아들이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과연 센터 수업 일수의 연장은 아들 녀석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좀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