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3월에 유치원에 입학했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입학식날 하얀색 실내화를 신어야 하는데 안 신겠다고 울었고, 이름표를 해야 하는데 하기 싫다고 울었다. 입학식 첫날 다른 아이들과 괜히 비교되어 힘들었다. 내 아들은 내 아들일 뿐인데. 이 녀석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는 중인 건데.
입학식 다음날 처음으로 등원버스를 타는데 등원버스를 안 타겠다고 자빠지고 울었다. 나는 또 힘들었다. 겨우겨우 태워서 보냈던 등원버스. 유치원에 잘 도착했다는 알림을 보고 그제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하원은 버스를 타지 않았다. 유치원에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들이 아들 녀석에게 어떻게 하셨던 건지 아들 녀석이 아침에 그 아들 녀석이 아니고 180도 달라져있었다. 전날과 등원할 때만 해도 이름표와 가방을 절대 안 메겠다고 울고불고하던 녀석이 이름표와 가방을 메고 집에 가겠다고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날 나는 아들 녀석의 뒤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 난 후 아들 녀석의 담임 선생님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셨다는 알림장이 공지로 왔다. 감기기운이 있던 아들 녀석 부랴부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병원에서 해봤는데 우리 아들 녀석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다고 하셨다.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꼭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해봐야겠냐고 하셨었지만 해보길 잘했었다. 유치원 입학하자마자 두 번째 걸린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부일 격리로 인해 일주일간 유치원에 등원하지 못했다.
마침내 짧고도 길었던 일주일이 지나고 등원을 했다. 아이가 오랜만에 등원버스를 타서 또다시 등원버스를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차례차례 줄 서서 친구들과 등원버스를 잘 타고 갔다. 문제는 등원 이후 유치원에서의 생활이었다. 규칙과 규율을 잘 지키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들 녀석은 컨디션에 따라 유치원을 생활하는데 극명하게 좌지우지되기에 선생님께서도 하루가 다르게 전화가 오셨다.
“어머님, XX이가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해요. 집에선 어떻게 주의를 주시나요?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유치원에선 단호하게 하지 못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협조 부탁드려요. ”
”어머님, XX이가 교실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통제가 잘 안 되네요. 단호하게 주의를 주면 그저 웃고 말아요 “
”선생님께서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XX이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주시면 잘 적응할 거예요. 아직 낯설어서 적응기간이라 그럴 거예요 “
입학한 지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격리기간 때문에 등원한 걸로 치면 다섯 번밖에 등원하지 않은 아들 녀석이었다. 워낙에 시간이 느리게 가는 녀석이었기에 나는 엄마로서 기다려주고 싶지만 유치원은 많은 아이들을 선생님 혼자서 돌보셔야 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신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들 녀석 같은 경우에는 아직 또래들과의 활동이나 사회성보다는 규칙과 규율을 지키고 생활습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 녀석을 포기하시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힘드시겠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수화기 너머 이야기하는 게 전부였다.
하원하고 와서 그동안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고자 했던 내 육아방식에 대해 심사숙고를 했다. 집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는데 유치원에 다니게 된 이상 앞으로는 단호할 땐 단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아들 녀석에게 스스로 옷을 벗고, 갈아입도록 주문을 했다. 그동안도 몇 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시도했었지만 울면 도와주는 식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울어도 단호하게 ”스스로 해봐, 엄마는 기다려줄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고 도와주지 않았다. 기다렸다. 기다리니 비록 느리긴 했지만 아들 녀석은 정말 마법같이 혼자서 해냈다. 혼자 해냈을 땐 칭찬도 서슴없이 해주었다. ”잘했다고, 대견하다고 “
문득 아들 녀석이 우는 모습을 보니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나는 우리 아들 녀석의 엄마라서 행복한데 우리 아들 녀석은 나 같은 못난 엄마를 만나 이렇게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더 좋은 엄마를 만났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지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짠했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발달이 느린 아이로 자라게 된 것도다 내가 이 고생을 시킨 것 같아 한없이 미안했다.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면 되는 걸까? 뒤에서 묵묵히 믿고 기다리면 말문이 트이게 될까? 믿고 기다리면 또 한 뼘 성장해 있게 될까? 입학식에 유치원 원장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아이에게 다 해주지 마시고, 아이의 잠재력을 믿으세요. 믿고 기다려주세요. 도와준다고 나서지 마시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