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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13. 2024

내가 가장 사랑한 여행지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우리가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6년의 시간이 다 되어가요. 그런데도 엄마와 함께 했던 트레킹 여행에서의 추억은 쉽게 잊히지가 않아요. 거짓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어제 다녀온 것처럼 생생해요.


우리 첫날 쉐락볼튼 트레킹 하러 갔을 때는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분명히 난이도 중이라고 해서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올라가는 순간, ‘과연 이게  난이도 중이 맞는 건가?’라고 의심을 했었죠. 그리고 엄마를 한번 쳐다봤는데 엄마는 의외로 저보다 묵묵히 잘 오르고 계셨었죠. 그런데 중반부터 힘들어하시더니 이제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하셨을 때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내 욕심을 앞세워 이곳에 엄마를 데려온 것 같아서요.

엄마를 쉐락볼튼 중턱에 두고 참 고민이 많았어요. 한국에서처럼 자유롭게 연락이 되지 않는 엄마를 두고 가는 게 맞는 건지, 같이 포기하고 엄마 옆에 있어줘야 되는 건 아닌지. 그런데 너무  가고 싶어 하는 딸의 이기적인 마음까지 다 헤아리신 엄마는 너라도 꼭 보고 오라며 응원해 주셨잖아요. 엄마는 이곳에 있겠다고 하시면서. 매정한 딸은 엄마를 두고 돌아섰어요.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쉐락볼튼을 다녀왔어요. 이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처음이었고, 바람 불면 떨어질 것 같았던 그곳은 저에겐 가장 무서운 곳이었거든요.

내려가는 길에 엄마를 헤어졌던 곳보다 더 빨리 만날 수 있었어요. 엄마는 그 자리에 가만히 계시지 않고, 조금 더 올라오셨죠. 힘들다고 가만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나마 도전을 하려 하셨던 엄마의 모습에서 저는 삶의 힘을 얻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우린 두 번째 트레킹인 프레이케스톨렌 트레킹을 도전했죠. 이곳은 엄마도 잘 올라가실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쉬웠어요. 엄마도 “확실히 전날보다 여기가 더 쉽네”라고 여유를 보이셨죠. 이날은 저의 생일이기도 했는데 엄마는 “생일날 미역국도 못 끓여줘서 미안해”라고 하셨지만, 이곳에 함께 와 있는 것만 해도 저는 최고의 생일선물이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사부작사부작 오르시더니 정상인 펄핏락까지 성공했어요.

 “엄마, 오늘 내 생일이라고 이렇게 같이 올라와준 거야?”

엄마는 미소로 화답하셨어요. 내친김에 다음날 있을 극상의 난이도인 트롤퉁가도 정상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하셨어요.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죠.

대망의 마지막 트레킹 장소인 트롤퉁가. 이곳은 3개의 트레킹 장소중 가장 긴 코스였기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발했었던 거 기억나요?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었죠. 호기롭게 트롤퉁가도 트레킹을 시작했지만, 엄마는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중간에 하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엄마도 내려가고 싶어 하셨지만, 저는 트롤퉁가도 함께 가고 싶어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며 무리해서 욕심을 부렸죠. 엄마는 결국 또 중도 하산을 하게 됐었죠.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가 힘들다고 할 때 조금이라도 더 일찍 내려가실 수 있게 했어야 했는데 엄마를 더 힘들게만 했었어요. 나는 또다시 갈등을 했었지만, 엄마는 쉐락볼튼 때처럼 밑에서 기다릴 테니 너는 엄마몫까지 더 많이 보고 오라고 하셨었죠. 엄마의 그 말에 힘입어 더 열심히 올랐던 것 같아요. 거의 정오가 되어서야 마침내 트롤퉁가에 도착을 했어요. 엄마가 무사히 하산하셨다는 연락을 함께 인솔해 주신 현지 가이드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었어요. 무척이나 다행이었죠. 연락이 안 돼서 엄마가 무사히 내려가셨는지 걱정이 됐는데 말이죠. 도착과 함께 엄마의 소식을 들어서 내심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어요. 트롤퉁가는 정말 많이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았어요.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어서 인생을 엿볼 수 있었죠. 엄마와 함께 이 광활한 자연을 함께 보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어요. 그런데 엄마의 건강이 우선이긴 하죠. 그리고 무사히 하산 후 기다리고 계시던 엄마 얼굴을 보니 너무 기뻤어요.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엄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라고 말씀해 주신 엄마. 그런데 엄마 저는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래도 도전해 보는 엄마가 더 자랑스러워요. 이런 엄마에게 배운 거 같아요.

엄마, 과연 앞으로 내가 여길 또 올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었죠. 그때 엄마는 이제 안될 것 같지만 너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 말을 듣는데 슬펐답니다. 다시 오게 되더라도 엄마와 오고 싶은데 말이에요. 엄마!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고, 우리 앞으로 이곳저곳 좋은데 많이 다녀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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