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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r 24. 2024

내가 가장 사랑한 여행지

엄마와 함께 했던 노르웨이 3대 트레킹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중국, 홍콩,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아이슬란드, 일본 등 그래도 해외여행을 나름 다녀왔다. 주위에서는 나의 이런 화려한(?) 해외여행 경력을 보면 물어본다.


“이렇게 다녀왔는데도 여행이 가고 싶어?”

“저는 아직도 여행에 목말라요”


그동안 여행을 돌아보면서 과연 내가 가장 사랑한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사실 순위를 매기기 힘들 정도로 다 너무 좋았던 여행지들이지만, 굳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행지를 꼽아보자면 나는 엄마와 함께 갔던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여행을 꼽겠다.


내가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을 알게 된 건 오래전 봤던 여행 관련 TV프로그램에서였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코스인 프레이케스톨렌, 쉐락볼튼, 트롤퉁가의 광활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의 버킷리스트는 노르웨이 3대 트레킹 가기였다. 그리고 이는 내가 결혼하기 전 엄마와의 여행으로 성사되었다. 사실 엄마는 출발하기 전부터 ‘이곳에 내가 갈 수 있을까?’하고 불안해하셨다. 그런 걱정하는 엄마를 보며 모녀가 함께 노르웨이 3대 트레킹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글을 보여드렸더니 엄마도 나를 믿고 한번 가보겠다고 결심하셨다.


처음에 갔던 건 계란바위로 유명한 쉐락볼튼이었다. 이곳은 난이도 중이라고 해서 솔직히 만만하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군데 중에 나는 이곳이 제일 힘들었다. 처음 하는 트레킹이기도 했고, 시작점부터 로프를 잡고 올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겨우 가파른 암벽을 오르고 마치 정상에 오른 마냥 푹 쉬고 있었는데 함께 갔던 가이드님이 “아직 계란바위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습니다.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 됩니다”라고 일깨워주셨다. 다행히 죽으란 법은 없다고 그다음부터는 오르락내리락 비교적 갈만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래도 힘에 부치셨나 보다. 더 이상은 갈 수 없다며 중도포기를 하셨다. 엄마를 혼자 놔두기가 걱정이 돼서 나도 함께 중도포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이런 나의 마음까지 엄마는 꿰뚫고 계셨는지 엄마는 이곳에 있을 테니 꼭 성공하고 오라고 하셨다. 목적지인 계란바위를 앞에 두고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그래도 계란바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직접 봤던 계란바위는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래도 갔으니 한번 발은 디뎌봐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불면 그대로 죽을 것 같았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두 번째로는 프레이케스톨렌을 갔다. 프레이케스톨렌은 난이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청바지를 입고 오르는 사람들도 보였고, 어린아이들도 엄마아빠 손잡고 오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한 갓난아이를 업고 오르는 엄마 아빠들도 보였다.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우리 아이는 훌쩍 커버렸고, 더 이상 나는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다. 엄마 또한 역시 쉐락볼튼에 비해 거침없이 올라가셨다. 엄마는 오늘은 목적지인 펄핏락을 갈 수 있겠다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펄핏락이 보이며 이루어졌다. 눈앞에 펼쳐진 피오르에 우리는 한동안 압도되어 연신 “우와”만 외치고 있었다. 하필 이날은 내 생일이었다. 엄마는 아침에 함께 여행 온 바람에 미역국도 못 끓여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함께 이곳에 다치치 않고 건강하게 와준 것만 해도 나에겐 충분한 생일선물이었다. 엄마는 펄핏락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붙으셨는지 다음날 있을 트롤퉁가도 정상에 도전해 볼까? 하셨다. 난이도가 어떻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생겨난 트레킹에 대한 자신감. 그걸로 됐었다.

세 번째로는 난이도 상이라고 알려진 대망의 트롤퉁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트롤퉁가는 왕복 28km의 긴 트레킹코스를 자랑하기에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야 했다. 우리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아무래도 난이도 상이기도 하고, 왕복 28km의 긴 트레킹코스는 처음이었던지라 페이스를 조절해 줄 누군가 필요했다. 그런 우리는 현지가이드와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트롤퉁가원정대를 꾸렸다. 그래도 쉐락볼튼과 프레이케스톨렌으로 연습을 해서 그런가? 나는 트롤퉁가는 갈만했다. 왜 난이도가 상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그런데 긴 호흡을 함께해야 하는 여정이었기에 트롤퉁가원정대는 가이드의 지휘로 몇 명이 아웃되었다. 그중에는 엄마도 포함되었다. 가이드에게 안 되는 영어로 중얼거리면서 “엄마는 내가 책임지겠다, 함께 하겠다”라고 이야기했었지만 사실 엄마 또한 많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 하셨다. 함께 오르지 못할 거였다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내려갈 때 따라 보낼걸 ‘ 괜히 내 욕심에 엄마를 더 힘들게 해 드렸다. 엄마를 혼자 보내기 불안했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또 엄마몫까지 잘 다녀오라며 혼자 내려가셨다. 쉐락볼튼 때는 엄마가 그 자리에 계셨을 때 하산하며 만날 수 있었지만 트롤퉁가에서는 만약 엄마가 그 자리에 계셨다면 결과적으로 만날 수 없었다. 우리는 트롤퉁가에서 하산을 올라왔던 길과 다른 길로 했었기 때문에. 나중에 들어보니 혼자 내려가시면서 엄마는 올라왔던 길밖에 몰라 왔던 길을 곱씹어 내려가셨는데 많이 아찔 했다고 하셨다. 그래도 우리 엄마도 참 대단하셨다. 무사히 엄마가 내려가셨단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산행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길긴 엄청 길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 정해진 시간 동안 트롤퉁가를 갔다가 내려와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까지 끌고 가기에는 무리였겠구나 라는 생각이 트롤퉁가에 가까워질수록 많이 들었다. 트롤퉁가에 도착하자 그 경관에 놀랐고, 이미 많이 올라와있는 사람들에 놀랐다. 트롤퉁가에서 나처럼 멀뚱멀뚱 자연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 요가하는 사람, 청혼하는 사람 등 그곳에서 짧지만 다양한 인생을 만났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코스 3군데 모두 다 각각의 매력이 있어 어떤 코스하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 또 오르고 싶어 아직 버킷리스트를 지워내지 못했다. 함께 여행했던 엄마에게 물었다.


“내가 또 여길 오를 수 있을까? “

”엄마는 힘들 것 같은데 너는 충분히 오를 수 있지 않을까? “


나는 트레킹을 다녀와서 지금까지 계속 열심히 운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체력을 잘 유지해서 다시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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