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유하고 싶은 여행지

나 홀로 시즈오카 여행기

by 방구석여행자

시즈오카로 떠나게 된 계기

결혼하고 난 후 남편과 맞는 첫 번째 연말이었다. 첫 연말이었던 만큼 특별한 곳에서 보내고자 계획했었지만 남편은 바쁜 회사일 때문에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2박 3일을 따로 떨어져 있어야 했다. 졸지에 남편 없이 혼자 여행을 하게 된 나는 여행지를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다. 짧은 기간이었던 만큼 여러 가까운 곳들을 엄선했었는데 그중에서 남편과 의논했던 결과 “이곳이라면 네가 혼자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아”라고 허락했던 곳이 바로 시즈오카였다.

시즈오카. 와사비, 검은 오뎅, 온천 등이 유명한 일본의 중소도시다. 남편이 결혼하기 전 혼자 먼저 여행하고 왔던 곳이기도 한데 남편이 이곳을 여행했었던 건 내향적 성향의 남편은 바쁜 회사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 휴식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고, 가깝고 시차가 없는 나라인 일본의 중소도시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한적한 곳인 이곳을 택했었다. 그때 남편은 만족했었는지 여행하고 온 후 한동안 시즈오카를 계속 이야기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나도 그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이곳이 궁금했었고, 남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었다.


시즈오카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

시즈오카 공항에 도착하자 비가 내렸고, 날씨가 우중충했었다. 이런 날 생각나는 건 역시 따끈한 국물이었다. 시즈오카는 검은 오뎅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남편이 추천해 줬던 아오바오뎅거리를 가봤다. 오뎅거리답게 양쪽 길에 오뎅바가 줄지어있어 어느 오뎅바를 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왔다. 남편이 자신이 어느 오뎅바를 다녀왔는지까지는 공유해주지 않아 스스로 감을 믿고 찾아가야 했었다. 어슬렁거리며 계속 고민하다가 한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푸근한 인상의 여자 주인장이 손님들과 함께 있었다. 오뎅바는 서민냄새가 나고 정겨웠다.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꽉 채웠던 통에 혼자였던 나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뎅과 무를 주문하고 기다렸더니 주인장과 다른 손님들은 한국에서 혼자 온 여행객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봤고, 다들 용기 있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비록 언어 장벽으로 인하여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중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를 일본어로 배웠던 서투른 일본어 실력과 영어, 바디랭귀지를 총 동원하여 현지인과 소통했던 시간은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검은 오뎅과 하이볼의 맛도 물론 일품이었지만, 예상외로 무가 푹 무른 게 더 맛있었어서 오뎅보다 무를 한번 더 추가해서 먹었다. 한국의 길거리오뎅의 따끈한 국물을 예상했지만, 아쉽게도 국물은 맛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서 예상과 다른 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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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페리를 타고, 버스를 타고 슈젠지 온천마을로 향했다. 슈젠지 온천마을에 가자 돗코노유라는 족욕하는 곳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혼자서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두 명의 앳되보이는 현지인 여자 둘이 보였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광경을 보며 아는 일본어를 총동원해 “사진 찍어줄까?” 하고 물어봤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만하면 아직 내 일본어 실력 죽지 않았었다.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 그들은 내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혼자 여행을 갔던 그때 당시에는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었고, 그 사람들의 기뻐하던 모습을 보고 뿌듯했던 나 자신이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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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재밌었지만 숙소에 왔을 때 혼자였던게 아쉬웠었다. 그러나 남편의 발자취를 따라갔던 여행이었던 만큼 숙소에 오면 남편과 연락하면서 그날그날 뭐했었는지 이야기를 해줬었다. 비록 장소는 달랐지만 우린 시즈오카라는 끈으로 이어져있었다. 지금도 가끔 남편과 시즈오카 여행했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데 공통으로 다녀온 여행지라 그런지 각자 따로 다녀왔어도 얘기가 통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시즈오카에서 남편이 못 갔다 온 곳이 있었고, 내가 못 갔다 온 곳이 있었던 만큼 나중에 다시 함께 가보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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