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오로라, 우리 3대는 아직 이었던 걸까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가다
내 남편은 무언가를 함께 하는 걸 좋아한다. 혼자 하는 건 외롭다며, 되도록이면 무언가를 할 때 같이 하고자 한다. 그런데 유독 결혼하기 전, 신혼여행을 계획할 때만큼은 달랐다. 다른 결혼 준비는 함께 했지만, 신혼여행만큼은 너의 뜻에 존중하겠다며 전적으로 내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나는 버킷리스트에 나열되어있던 수많은 나라들 중에 아이슬란드를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로, 직장인이었던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 말고는 장기휴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장 먼 나라인 아이슬란드를 선택했고,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을 보면서 ‘오로라는 아이슬란드에서 봐야 하는구나’, ‘꼭 오로라를 보고 싶다’라는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오로라가 자주 출몰한다는 시기인 겨울에 결혼을 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던 나였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남편의 지인들과 나의 지인들은 우리에게 물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기로 했어?"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아이슬란드로 가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그 뒤에는 다음과 같은 답변들이 돌아왔다. “겨울에 결혼하면서 신혼여행도 추운 나라로 가느냐”, “참 생소하다”, “다른 사람들이 신혼여행으로 찾지 않는 나라를 가네?”, “좀 평범한 곳으로 가면 안 돼?” 등등의 다소 황당해하는 반응이었다. 하긴 웨딩박람회 같은 곳을 가도 허니문을 상담하는 부스에 아이슬란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따로 내가 평소에 아이슬란드중에서도 가고 싶었던 명소, 지역을 표시해서 맞춤 패키지를 신청했고, 고대하던 오로라 투어도 신청했다. 그렇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추운 나라, 오로라의 나라-아이슬란드
겨울이라 그런지 확실히 해가 빨리 저물었고, 오후 4시 정도인데 어둑어둑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 시내에 도착하니 저녁이 되었다. 확실히 아이슬란드는 추웠다. 그런데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설렘이 추위도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슬란드는 오로라의 나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시내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때 당시에는 몰랐다. 그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오로라 지수를 체크하는 어플을 검색해서 핸드폰에 설치했고, 밤마다 수시로 오로라 지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밤에 잠자는 시간을 쪼개 오로라가 나오는지 창문을 확인했고, 잠이 들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커튼을 들춰보곤 했다. 첫날밤은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둘째 날이 되었다. 둘째 날은 우리 여정에 오로라 투어가 있던 날이었다. 이날만큼은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어두운 밤이 되어 약속한 투어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에서 좀 더 북쪽으로 이동했다. 내복도 입고, 핫팩도 덕지덕지 붙여서 갔는데도 확실히 레이캬비크보다 훨씬 추웠다. 캄캄한 밤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는데, 3시간을 기다려도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약속했던 투어시간이 끝이 났고, 오로라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우리는 서둘러 레이캬비크로 돌아왔다. 그제야 알았다. 오로라는 날씨가 좋아야 찾아온다는 것을. 오로라를 보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오로라, 참 예민한 녀석
오로라는 예민한 녀석이라서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야 했고, 바람이 불어서도 안됐다. 야속하게도 우리가 투어에 참여했던 날은 우리의 여행 중 날씨가 가장 좋았던 날이었고, 우린 결국 여행 일정 통틀어서 오로라를 만나지 못했다. 남편도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따라왔다가 오로라를 못 보니 많이 실망스러워했다. 오로라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오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매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오로라였는데, 나는 참 몰랐고, 순진했다. 여행하는 내내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바람이 많이 불었고, 여행 중간중간 계속 오로라 투어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비록 오로라를 보지 못했지만
이윽고 시간이 흘렀고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이 되었다. 우리는 우연히 다른 신혼여행 온 한국인 부부들을 만났다. 다른 부부들과의 첫 인사말은 역시 "오로라 보셨나요?"였다. 그러나 그들도 오로라를 쫓아 계속 아이슬란드를 돌아다녔지만 끝끝내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오로라를 보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 줄이야.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만큼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여행에서 알았다.
기적처럼 오로라가 나타났으면 좋았으련만, 우리 부부는 끝내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허탈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 또한 우리의 운이었을 테고, 나중에 아이슬란드에 또 찾아오라는 메시지였을 거라고.
그런데 말이야 오로라야, 다음에 다시 찾아간다면, 그땐 나를 아니 우리를 반겨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