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사에서 몇 년 동안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패턴의 일만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일을 계속하면서 밥을 먹고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같은 패턴으로 살다가는 경력이 도태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했다. 그렇게 새로운 뭔가를 찾고 있던 와중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나 오랜만에 걸려온 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차장님이셨다. 친하게 지냈던 분이었기에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래, 오대리 잘 지냈어?"
일단 몇 년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서로의 근황 토크부터 시작했다.
"저는 그동안 결혼도 했고,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시답잖은 근황 토크를 이어가다가 본론으로 넘어갔다.
"오대리, 요즘 어디 다녀? 그 회사는 만족스럽고? 혹시 우리 회사에 인천 쪽에 TO 난 게 있는데 오대리가 생각이 나서 연락해봤어"
이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의 신이 있다면 과연 이런 순간인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직을 하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길 줄이야. 신기했다. 게다가 인천에 살고 있는 나에게 집과도 가까운 일터로 다닐 수 있는 기회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차장님, 저 마침 이직 생각이 있었던 참인데. 그곳은 저희 집과도 가까워서 저는 너무 좋은데요?"
"그래 그럼 내가 회사의 영업부에 전달할게, 면접 일정 같은 건 그쪽에서 들으면 될 거야. 오대리 연락처도 전달할게"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겠다는 설렘으로 내 마음이 요동쳤었다. 게다가 어려서 학교 다닐 때부터 어르신들이 하신 말씀이 무조건 집 가까운 게 짱이라는 말이었는데 나이 들면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던 나는 차츰 실감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집에서 버스 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니. 빨리 전화오기만을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그 회사의 영업부장님이 전화가 오셨다.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그 영업부장님도 얼굴은 몰랐지만, 전 회사 동료였고, 면접 일정을 잡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연봉은 몰라도 가까운 데서 일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면서 내가 기대감에 열을 올리며 면접 일정까지 순탄하게 잡았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조언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때 그 조언을 들어야 했던 걸까?라는 작은 후회 같은 건 남아있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몰랐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았었으니까. 면접은 무얼 준비해야 되나 이 걱정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