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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나 어려웠던 미국에서의 운전면허(9)

다시 라구나 힐즈, 은인을 만나다

by 방구석여행자

다섯 번째 주행시험까지 떨어지고, 나는 또다시 여섯 번째 주행시험을 준비했다. 학교에 가서 어학연수 같은 반 다니던 분들이 내 운전면허시험의 불합격 소식을 듣고 왜 그렇게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같이 걱정을 해주었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나는 다시 무면허가 되고 필기시험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나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의 합격소식을 바라는데 왜 그 문턱을 넘는 건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분명 한국에서는 한 번에 척척 붙었었는데 말이었다. 합격율이 높다는 라구나 힐즈도 별 수 없구나 싶어서 다시 처음 운전면허 시험을 봤던 DMV인 코스타 메사 쪽으로 시험을 접수하러 갔다. 아무래도 세 번이나 운전했던 코스이니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도전했었는데 역시나 불합격을 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라구나 힐즈로 돌아왔다. 시험을 접수했고, 감독관을 기다렸다. 그런데, 감독관이 차에 탔던 그 순간 뭔가 달랐다.

감독관은 중년 남성 즈음돼 보였다. 차에 타더니 차의 기본 기능을 물어본 후 대뜸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내가 기분이 너무 좋으니, 잘 한번 운전해서 합격해봐요"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오늘은 진짜 합격을 하는 건가, 뭔가 되는 날인가 싶어 기대를 했다. 내가 너무 긴장돼보였는지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려던 감독관은 시종일관 수다를 늘어놓으셨다. 나도 덩달아 긴장이 풀렸는지 여유 있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제가 오늘도 떨어지면, 6번째예요. 이번에도 또 떨어진다면 다시 또 필기시험부터 봐야 해요"라고 이야기도 했었다.

웃으면서 오늘은 걱정하지 말라고 합격할 거라고 하지 않았냐고 이야기를 했다. 여럿 웃음과 농담 따먹기가 이어졌다. 여태까지 운전면허 주행시험을 미국, 한국 통틀어 일곱 번째 치렀지만, 이렇게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좌회전, 우회전, 정지선 멈춤, 주차 등등 여럿 주행시험을 통과하고, DMV로 돌아갔다.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드디어 애증관계와도 같았던 내겐 너무나 어려웠던 미국에서의 운전면허 시험이 합격을 맛본 것이었다.

그러나 감독관은 마지막까지 나와 헤어지면서도 "운전 조심해서 해야 한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감독관에게 합격을 시켜줘서 감사하다고 끝까지 입이 닳도록 인사를 하고 난 뒤 내 채점지를 보았을 때는 14개 감점이 되어있었다.

감점이 15개면 불합격이 되는데 14개 감점이 되어있는 채점표를 보니 웃음이 났었다. 감독관이 그래도 나와 약속은 지켜주었구나 싶었다.

합격의 소식을 같이 살고 있던 이모에게 제일 먼저 전했었다.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과 함께. 이모는 나에게 말을 했다.

"너 혹시 원래 또 불합격이었던 건 아닐까? 은인을 만난 것 같다"

이모 말이 맞았던 것 같았다. 마치 하늘에서 내가 주행시험에 너무 스트레스받는 걸 알았던 나머지 나를 불쌍하게 여겨 보내준 은인을 만난 것 같았다.

그 덕택에 나는 정식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을 수 있었고, 더 운전에 자신감과 힘을 얻었었다. 또, 여름방학 때 부모님이 한국에서 미국을 놀러 오셨을 때 관광도 시켜드렸고, 아빠의 걱정도 해소시켜드렸다. 미국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 중 한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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