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일요일 아침이면 늦잠도 못 자고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 맞춰 칼 같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알람시계를 맞춰놨던 것도 아니었는데 디즈니 만화영화 하는 시간을 어떻게 알고 딱 맞춰 눈이 떠졌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모가 직장으로 인해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수능이 끝나고 놀러 오라고 했었다. 미국에 처음 가는 것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어딜 가장 가고 싶냐고 했을 때 내가 말했던 곳은 바로 디즈니랜드였다.
이모가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의 엘에이와 샌디에이고 사이에 있는 어바인이라는 중소도시였다. 디즈니랜드가 몇몇 나라에 있지만,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는 이모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면 갈 수 있는 에너하임이라는 도시에 있었다. 디즈니랜드를 가고 싶다는 내 요청에 따라 이모는 무려 세 번이나 갈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해두었다. 2주 동안 이모집으로 놀러 갈 예정이었는데 이모집에서 위치가 가깝기도 했고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디즈니랜드를 실컷 구경하고 돌아가라는 의미였었다고 했다.
처음에 미국에 도착하고, 하루 이틀 시차 적응을 한 후 곧장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디즈니랜드를 처음 마주했을 때 우리나라의 대형 놀이동산인 롯데월드, 에버랜드 스케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너무 커서 깜짝 놀랐었다. 미국은 나라만 큰 게 아니라 놀이동산도 크구나 라는 걸 느꼈었다. 친척동생이 어렸던 관계로 무리하지 않기로 했었다.
디즈니랜드를 도착해서 입장을 했다. 정문을 들어가자마자 익숙한 만화 캐릭터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렸을 적 눈 비비며 일어나 봤던 TV 속의 캐릭터들이 눈앞에 있었다. 101마리 달마티안의 마녀 크루엘라,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구피 등등 걷는 내내 캐릭터들을 만났고,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동심으로 돌아갔던 시간이었다. 역시 월드클래스 놀이동산이라 그랬는지 놀이기구를 타려 하는 족족 너무 많은 인파에 몰려 아쉽게도 놀이기구를 많이 타보지는 못했었다.
디즈니랜드를 유유히 걸어 다니며 동심을 만끽하던 중에 그때 당시 어렸던 사촌동생이 피곤해하고, 집에 가고 싶어 했다. 어차피 디즈니랜드가 너무 커서 하루에 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에 또 와서 보자고 하고 디즈니랜드를 빠져나왔다. 디즈니랜드의 첫인상은 참 좋았었다.
그리고 며칠 이후 다시 디즈니랜드를 찾았다. 그때 찾은 디즈니랜드는 처음에 방문했을 때보다는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큰 이 디즈니랜드를 다 돌아봐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너져 내렸다. 디즈니랜드를 순환하는 기차를 한번 타고 오는 걸로 그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이모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어바인으로 미국 어학연수를 가게 됐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몇 번 디즈니랜드를 놀러 갔었다. 이모집에서 출발하면 차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친구들과 가끔 한 번씩 동심이 생각나면 어렸을 적 꿈의 공간이었던 디즈니랜드를 한 번씩 놀러 갔던 것이었다. 역시나 사람이 많은 탓에 놀이기구를 타는 건 많이 어려웠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갔을 때보단 놀이기구를 조금 더 많이 탈 수 있었고, 또 늦게까지 놀 수도 있었다. 디즈니랜드는 방문할 때마다 캐릭터들과 사진도 찍으면서 저절로 동심에 빠지게 되는 곳이었고,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 디즈니랜드에서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보지 못하고 왔던 것이었다. 현재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여행을 돌아다니는 게 힘들고, 비행기를 언제 타봤는지도 가물가물해지고 있지만 백신이 생겨난 만큼 곧 있으면 여행이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 다시 미국에 살고 있는 이모집으로 여행을 가서 디즈니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방문할 때마다 보지 못했던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꼭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