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베리아 반도 마지막 이슬람 왕조 그리고 알람브라 궁전

무어인의 탄식 El Suspiro del Moro 의 유래

이베리아 반도 Península ibérica 북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800여 년(711-1492) 간 이슬람 지배 하에 놓여있던 시기 스페인 최남단 안달루시아 Andalucía 는 이슬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던 지역이었습니다. 알안달루스 왕국 Al-Ándalus (후 우마이야 왕국, 후 옴미아드 왕국, 코르도바 왕국 등)이라 불린 이 이슬람 왕조는 코르도바 Córdoba 를 중심으로 이슬람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는데요. 당시 이슬람 지도자들은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대교는 물론이고 가톨릭을 믿는 다수의 시민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종교와 관계없이 능력있는 이를 두루 등용하여 10세기 코르도바는 동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세계 최대 도시인 콘스탄티노플 Constantinopolis 과 어깨를 견줄 만큼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1031년 정치적 불안정으로 알안달루스 왕국은 멸망하였고 이후 여러 개의 작은 군주국 타이파 Taifa 로 쪼개진 이슬람 세력은 그리스도교의 국토 회복 운동 Reconquista 에 크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자 궁전 Palacio de los Leones 내 사자 분수 Fuente de los Leones

이렇듯 혼란한 시기에 그라나다 Granada 를 수도로 하여 건국된 나스르 왕국 Reino Nazarí de Granada (1232-1492)은 자국의 안정을 위해 가톨릭 국가인 카스티야 왕국 Reino de Castilla 에 조공을 바쳤으며 심지어 카스티야 왕국과 함께 다른 이슬람 왕국을 공격하는 등 실용 노선을 걸었습니다. 또한 북아프리카 왓시드 왕조 Wattasid dynasty (현 모로코)와도 긴밀히 협력하여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통한 무역을 활성화하는 등 경제적으로 크게 번성하였습니다.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권의 중개자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나스르 왕조는 아랍어로 붉은 성 al-Ḥamrā 을 뜻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알람브라 궁전 Alhambra 을 건축하며 문화의 절정을 맞이합니다.


히지만 카스티야 왕국과 포르투갈 Portugal 간 전쟁을 틈타 카스티야 왕국에 대한 조공을 거부한 나스르 왕국은 카스티야-아라곤 연합왕국 Corona de Castilla 에 침공의 명분을 주었고, 전쟁에서 패배한 무함마드 12세 Abu Abdallah Muhammad XII / Boabdil 는 1491년 11월 무슬림의 자치와 생명 보호를 조건으로 끝내 항복 문서에 서명합니다. 1492년 1월 2일 무함마드 12세의 퇴위는 그리스도교인이 무려 800여 년 동안 간절히 바래 온 국토 회복 운동의 마침표가 되었으며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 Isabel I de Castilla 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 Fernando II de Aragón 는 알람브라 궁전의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망명 길에 오른 무함마드 12세는 그라나다가 보이는 마지막 언덕길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지는데, 이후 이 고개의 이름은 ‘무어인의 탄식 El Suspiro del Moro’ 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건설된 몬주익 커뮤니케이션 타워 Torre de Comunicaciones de Montjuïc

나스르 왕국의 멸망 후 이슬람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더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 합니다. 이렇듯 포르투갈을 제외한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이 카스티야-아라곤 연합 왕국의 통치 하에 놓인 1492년은 또한 이사벨 1세가 후원한 콜럼버스 Cristoforo Colombo 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후 스페인은 신대륙으로부터의 막대한 부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최강대국의 반열에 오릅니다. 이렇듯 국토 회복과 신대륙 발견의 해인 1492년은 스페인 역사에 가히 기념비적인 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1492년으로부터 500년이 흐른 1992년 스페인은 2개의 전세계적 축제를 동시에 주최하는데, 세비야 엑스포 Exposición Universal de Sevilla 와 바르셀로나 올림픽 Juegos Olímpicos de Barcelona 이 바로 그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몬세라트 수도원의 검은 성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