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빛나는 럭셔리 휴양지, 생 모리츠
19세기 생 모리츠 St. Moritz 는 5월부터 9월 사이 유럽 각국의 왕족과 귀족, 부유층이 미네랄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유명한 여름 휴양지였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유럽인은 알프스 지역을 여름 휴양지로만 여겼기 때문에 한 겨울에 이곳 생 모리츠를 찾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현재 생 모리츠를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인 쿨룸 호텔 생 모리츠 Kulm Hotel St. Moritz 의 창립자 요하네스 바드루트 Johannes Badrutt Jr 는 당시 사람들의 이러한 선입견을 지우고, 사계절 내내 생 모리츠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가지 꾀를 냅니다.
1864년 여름 성수기가 끝나갈 무렵인 어느 가을날, 바드루트는 그의 호텔에 머물던 부유한 영국인 단골손님들에게 흥미로운 내기를 제안합니다. 그는 손님들에게 다가오는 겨울에 생 모리츠를 다시 방문하도록 설득하며, 만약 생 모리츠에서의 겨울 여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여정 중 발생한 비용 전액을 환불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반대로 여행이 만족스럽다면 손님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경험을 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야 했습니다. 내기에 참여한 영국인 손님들은 귀족뿐 아니라 왕족 등 사회 고위층과 두터운 인맥을 쌓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생 모리츠는 물론이고 겨울에 알프스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내기는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해 겨울, 영국인 손님들은 약속대로 다시금 생 모리츠를 찾았습니다. 그들은 생 모리츠 겨울의 온화한 햇살과 눈 덮인 알프스의 절경에 감탄했고, 겨울 스포츠도 마음껏 즐겼습니다. 결국 내기는 바드루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바드루트는 약속대로 그들에게 생 모리츠의 잊지 못할 겨울 여행을 소개했으며, 영국인들은 지인들에게 생 모리츠에서의 만족스러웠던 겨울 여행에 대해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이로 인해 생 모리츠는 겨울 여행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하룻밤 사이에 알프스를 대표하는 겨울 관광지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생 모리츠는 1928년과 1948년 두 차례에 걸쳐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며 진정한 겨울 스포츠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생 모리츠를 비롯한 엔가딘 지역 Engadin 은 예로부터 치료 목적의 질 좋은 온천수로 유명했으며, 이로 인해 오래전부터 유럽 상류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알프스에 둘러싸인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 미식 레스토랑, 명품샵들이 더해지며 생 모리츠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여행지로 굳건히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셀러브리티, 유명 기업인, 유력 정치인들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며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생 모리츠는 요하네스 바드루트의 창의적인 생각과 용기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유명한 겨울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이곳이 사계절 내내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명소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