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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거래, 세고비아 수도교에 숨겨진 이야기

로마의 놀라운 건축술과 흥미로운 전설

세고비아 수도교는 기원전 50년경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로마 시대의 건축물로, 그 길이는 무려 813m에 달하며 수원지는 세고비아에서 17km 떨어진 프리오 강 Río Frío 에 위치해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수도교가 1973년까지도 세고비아 도심에 물을 공급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층의 아치로 구성된 이 거대한 수도교는 모르타르 없이 화강암으로 건축됐고, 최고 높이는 28.5m에 이릅니다. 1985년 세고비아 수도교는 세고비아 구시가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세고비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세고비아 수도교

오랜 역사 때문일까요? 세고비아 수도교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은 한 소녀와 악마와의 계약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물을 기르기 위해 매일 산을 올라야 했습니다. 힘들고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소녀는 고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악마와 계약을 맺게 됩니다. 이 계약은 악마가 새벽녘 수탉이 울기 전까지 수도교를 완성하면 그 대가로 소녀의 영혼을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에 악마와 덜컥 계약을 했지만 빠르게 건설되는 수도교의 모습에 소녀는 두려움에 휩싸이는데요. 하지만 마지막 돌 하나를 남겨둔 순간 평소보다 일찍 수탉이 울며 소녀는 가까스로 영혼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세고비아 수도교의 성모 마리아 상

악마가 미처 완성치 못 한 자리라고 전해지는 이 틈새는 세고비아 수도교의 중앙, 높이 20m 자리에 위치합니다. 과거 헤라클레스 조각상이 이곳에 있었으나, 1520년 성모 마리아와 성 세바스찬의 조각상이 수도교의 양 방향에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세기가 흐르는 동안 조각상들은 자연스럽게 훼손되었고, 특히 나무로 제작된 성 세바스찬 상은 심하게 손상되어 ‘악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였습니다. 이 별명은 소녀와 악마의 이야기와 맞물려 수도교에 대한 전설을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세고비아 수도교의 원본과 복제품

결국 두 조각상 중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던 성 세바스찬 상은 1972년 지방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성모 마리아 상은 2019년 복제품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오늘날 세고비아 수도교는 소녀와 악마의 전설과 함께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수세기 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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