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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Mar 10. 2021

#2 정말 베스트셀러인 줄 알았지 뭐야

 출간일이 대략 정해진 뒤로는 하루하루가 왜 그리도 더디게 가던지. 출간 열흘 전까지도 편집자님과 마지막 책 작업을 했고, 그 후에도 홍보 영상을 제작하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출간일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간절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출간일이 되었을 때는 온갖 온라인 서점들에 접속한 뒤 모든 창을 동시에 띄워놓았다. 그리고 유명 아이돌 공연의 티켓팅이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새로고침을 눌러대며 나의 책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진정할래야 진정할 수 없는 하루였다.

 한창 출판사에 투고를 하며 출간에 관련된 글들을 찾아보았을 때였다. 많은 작가분들이 첫 책을 냈을 때의 행복함과 함께 그 허무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서점에 나오고 나면 마치 온 세상이 바뀔 것만 같고, 베스트셀러 자리에 내 책이 올라가는 걸 상상하게 되고, 앞으로 작가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기도 하고.... 그렇지만 막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했다. 내 책이 나와도 세상은 잠잠하다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말이다. 나 역시 서점에 갈 때마다 평대에 올라와있는 책들 사이에 나의 책이 진열되어있는 상상을 해왔다. 출판사와 계약해서 책을 출간하면 그 꿈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책이 평대에 올라오려면 그만큼 책이 잘 팔려야 하는 것이었다. 보통은 한 권씩 입점되어 바로 서가에 꽂힌다고. 그마저도 규모가 작은 서점이면 입점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치열한 책 시장의 현실이 점점 와 닿았다.

 그리 허무한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왔기에 나는 출간 자체에만 의의를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게다가 책을 계약하고 출간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초반에 가졌던 홍보 열정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음, 사실 책 출간이 한 달가량 남았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출간 작업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10개월이 무색할 정도로 마지막 한 달 동안 매우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마치 해외로 떠나 드문드문 연락하던 절친이 잠시 한국으로 오게 되어 한 달간 밤낮없이 친구를 만나는 그런 기분이었달까. 교정을 볼 때면 원고와 가까워졌다가도 몇 개월씩 원고를 보지 않는 동안에는 금세 데면데면해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마지막 한 달 동안 꽤 농축된 만남이 반복되면서 다시 나의 책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교정을 하고, 책 제목을 정하고, 표지를 정하고, 그 모습을 점점 갖춰가는 모든 과정에 내가 함께 있었다. 확신보다는 좌절과 의심의 시간들이 더 많았지만 결국 마지막 즈음엔 내 마음에 ‘확신’이 제법 큰 모양새로 자리 잡았다.

 출간 계약을 했을 때, 나는 책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해야겠다고 계획했었다. 그러다 ‘됐다, 그렇게까지 애써서 뭐하겠어.’라고 마음을 돌렸었는데 결국 출간 직전에 마음을 다잡고 부랴부랴 제작했다. 그리고는 브런치와 개인 SNS에 예고편처럼 그 영상을 올렸다. 책의 운명은 한 달 안에 결정된다는 편집자님의 말을 듣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책이 출간되어 온라인 서점에 올라오자마자 링크를 취합하여 주변에 부지런히 알렸다.
 
 “주변에 책 낸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많은 지인들이 나의 출간을 신기해하며 인스타그램에 책 구매 인증샷을 올렸다. 나는 모든 인증샷들을 나의 인스타 스토리에 공유하며 감사함의 표시와 홍보를 동시에 했다. 매일같이 내 책에 관련된 사진이나 글을 올렸고, 생각 이상으로 많은 지인들이 책을 사주었다.

 그 덕에 첫 일주일간 온라인 서점 여행 부문에서 꽤 높은 순위들을 찍었다. 특히 인터파크 도서에서는 여행 부문 5위까지 올랐다. 게다가 네이버에 <미서부, 같이 가줄래?>를 검색하면 무려 ‘베스트셀러’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오, 정말 내 책이 베스트셀러인 거야...? 화요일에 온라인 서점에 출간이 되었고 그 주 주말부터는 교보 문고, 영풍 문고에 하나 둘 책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서가가 아니라 꿈에 그리던 평대 위에 말이다. 치열한 책 시장에서 나의 책은 살아남으려나보다, 생각했다.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김칫국 위에 '중쇄'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다. 그 뜨거운 국물을 꿀떡꿀떡 잘도 삼켰더랬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정확히 그때부터 온라인 서점의 순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김없이 순위를 확인하고 나면, 어쩜 이렇게 잔인하게도 떨어질까 싶어 허무함이 밀려왔다. 작가님들의 출간 후기에서 본 이야기가 이런 것이었군. 나의 책은 딱 일주일 짜리였어. 이제 몇 주가 지나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겠지... 본업이 바빠져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면서도 머릿속엔 아쉬움과 실망이 가득 차서 사라지지 않았다.


 무래도 베스트셀러는 물 건너간 듯다. 무늬만 베스트셀러라니... 하루 이틀 조금 울적한 시간들을 보냈다. 비행기를 탔다가 땅바닥에 급속도로 곤두박질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이를 잊게 해 주는 일들이 하나 둘 생겼으니... 결국 난 순위나 판매 부수 따위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출간 3주 차인 지금도 순위는 부지런히 내려가고 있고 곧 나의 책은 평대에서 내려오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책 출간은 글쓰기 마라톤을 뛰는 이에게 꿀맛 같은 생수 한 병을 내미는 것과도 같다는 걸 알았다. 잘 팔리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숫자라는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가 하나 둘 가라앉고 나니,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에 대하여 #3화에서 이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서부, 같이 가줄래?>

https://linktr.ee/o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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