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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May 11. 2021

초심을 조금 잃은 듯합니다.


 언젠가  발톱에  때까지 모두 드러내겠노라고, 그만큼 진솔하게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나의 아픔도 슬픔도 행복도 최대한 솔직하게 글에 담아내야 읽는 사람 역시 공감할  있을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초심을 잃어버린 듯해요. 모든 것을 드러내는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엔 재작년에 올려둔 글 하나에 악플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속상했어요. 부족한 걸 알았지만 애정이 있던 글이었거든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네 글에 별로 신경 안 써...’라고 저 자신에게 종종 말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선악과를 먹은 뒤 갑자기 부끄러움을 알게 된 아담과 이브처럼, 저 역시 한 번 부끄러움을 느낀 뒤로는 그를 감추기가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에서조차 나의 마음을 숨기게 되었고, 글을 써두고도 브런치에 공개하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때 저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 더 과감하게 써 보기로 했습니다. 에세이가 아닌 소설의 주인공 뒤에 숨어서 말이죠.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어 제가 잘 알지 못하는 환경을 그려내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에세이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제 삶의 낙이며, 평생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건 저의 꿈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를 지속할 수만 있다면 멈추지 않고 계속 쓰고 싶어요.


 그냥, 워낙 열심히 해온 브런치라 자주 글을 올리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예전만큼 자주 오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출간 에세이를 올리려고 매거진을 열었는데 그 마저도 메모장에 초고만 가득하네요. 그래도 저만의 템포를 가지고 꾸준히 쓰다 보면, 브런치에 바쁘게 들락날락하는 날이 금방 또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런치는 제가 서툴게 빚은 보물들이 가득한 상자니까요.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3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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