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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Nov 16. 2021

<안녕, 기면증>을 읽고.

 예주 작가의 <안녕, 기면증>이라는 에세이를 독립 서점에서 발견하여 인상깊게 읽고는, 짤막하게나마 후기를 남겨봅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을까.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기면증이 불면증과 같은 일시적인 증후군이 아닌,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하는 난치병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나 기면증인가 봐.”라고 내뱉는 말이 저자를 푹 찌른다고 했다. 이런 말들은 기면증 환자가 겪는 고통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표현을 자주 썼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매일 가위에 눌리느라 밤에 잠을 잘 못 잤고, 낮에는 여러 가지 약을 먹고 헤롱 거리다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 때가 많았다. 대학원생 때도 화학 물질 냄새에 취해 갑작스럽게 휙 잠에 빠져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 혹시 기면증 아니냐며 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약 없이는 하루조차도 제대로 버텨내기 어려운 기면증 환우들이 그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세상에는 조심해야 할 일도, 알아가야 할 것도 너무나 많다는 걸 느낀다.


 “난치성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얼른 낫길 바란다는 말이나, 아직 낫지 않았냐, 언제 낫느냐, 등의 말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일으킨다. 사라지지 않는 병은 결국 나의 정체성, 삶, 더 나아가 자긍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p.35


 “나도 모르게, 믿을 수 없이 짧은 순간에 잠들어있고, 깨었다가, 다시 어떤 인식을 하기도 전에 다시 잠들어있다. 잠시 깨어나는 순간에 온 힘을 다해서 저항해보지만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p.106


 <안녕, 기면증>은 유난스럽지 않게, 덤덤한 문체로 쓰인 기면증 환자의 이야기이지만, 보는 내내 실제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쓰라렸다. 수면과 비수면 세상의 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비틀거리는 저자의 상황이 몸소 느껴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그 난치병을 성숙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동네 책방에서 딱 한 페이지 읽어보고 바로 구입한 <안녕, 기면증>. 오랜만에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무너진 상태의 감정을 쏟고 통증이 조금 가시면 다시 일어나서 처음부터 다시 세울 것이다. 나는 나를 감당하고 싶다. 나아지고 싶다. 내가 나를 감당하고 싶다. 나만이 감당할 수 있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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