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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Mar 13. 2022

<작가의 목소리> 리뷰

이경, <작가의 목소리> 리뷰


* 이경 작가님의 문투를 조금 따라 해 보았습니다 :)

* 실제 이경 작가님의 맛깔나는 문투를 보고 싶으시다면, 인스타그램 @crave4you 에 들어가 보시면 됩니다.

(절대 출판사나 작가님이 시키신 거 아닙니다. 심지어 저는 작가님과 모르는 사이입니다. 얼마 전에 인친이 되었지만 소통은 안 하는 사이...ㅎㅎㅎ)




저와 함께 한창 출간 작업 중인 마누스 출판사에서 얼마 전 글쓰기 에세이가 나왔습니다.


어제 2교를 눈 빠지게 보다가... 원래 공부하다 보면 괜히 책상 정리하고 싶어지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읽다 말아서 책갈피 꽂아두고 방치해둔 책이 대략 네 권 정도 되는데도, 이경 작가님의 <작가의 목소리>를 또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면치기 하듯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이겁니다.


그런데 이 책, 너무 재밌는 거 아닌가요. 네?

낄낄낄, 깔깔깔, 푸하하 육성으로 뿜어내다가,

인상 팍 쓰고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한 번씩 '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게다가 저로서는 공감 가는 부분이 너무너무너무너무나도 많았어요. 책 세 권을 내실 동안 총합 출판사 백여 군데에 투고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처음 책을 낼 때만 쳐도 이미 백여 군데를 채웠거든요.(...이것까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되었을까요?)


여하튼, '작가님... 이렇게까지 진솔해도 되는 겁니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책을 읽다가, 꼭지의 말미쯤 가면 '하... 이래서 이래서 진솔하게 얘기하셨구나.' 하게 됩니다. 네.


평소의 저는 꽤 진지한 편인데요. "넌 왜 그렇게 진지해?"라는 말까지도 가끔 들어왔고, 저의 글 역시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농담과 진담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뭔가 그 선을 넘지 않으시는, 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하시는 이경 작가님의 글쓰기 실력이 정말 부럽다, 이 말입니다. (본문에 있던 문인상경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책에서 비판적 사고를 가지라고 매우 강조하셨는데, 책을 읽는 내내 시종일관 공감하느라 비판적 사고를 까먹어버렸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




*

151페이지에서 한 출판사의 마케터님이 공대생 출신의 글 쓰는 사람을 흉 본(?) 장면이 나오는데요. 조금 노여워하려다 말고, 이경 작가님의 '노여워하지 마시라'는 말씀에 또 사르르.... 네, 저 공대 출신 글쟁이입니다.


*

207페이지에 적힌 작가님의 문장,

"그러니 여러분들 각자, 나는 정신이 말짱하다, 싶으신 분들은 글쓰기 따위 애진작에 때려치우시길 바랍니다."

이 문장을 보다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친구와 오랜만에 속초 여행을 갔어요. 큰맘 먹고 갔지만 코로나 때문에 거의 숙소에만 처박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너무 아쉽다, 싶어서 오밤중에 나가자고 친구를 설득했어요. 없는 애교를 부려가면서 말이죠. 마침내 친구가 오케이를 외쳤고, 신이 나서 숙소 바로 근처의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밤바다의 냄새를 맡는 순간 평소 숨겨왔던 저의 돌아이 기질이 번쩍 눈을 떠버린 것이죠. 갑자기 해변을 냅다 뛰다 말고 그 길로 운동화를 벗고 양말까지 벗고 바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겨울 바다가 그토록 차가운 줄은 몰랐습니다. 발을 담그자마자 곧장 머리털이 빳빳해지면서 두통이 밀려오더라구요. 재빨리 물에서 나와 모래사장으로 도망갔지만 겨울의 모래사장은 물속만큼 차갑더군요.

뭐 저런 미친 아이가 다 있냐며 웃던 친구는, 제가 숙소로 돌아갈 때 "갸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자, 그래도 함께 소리를 지르며 달려주었습니다. 정말이지 착한 친구예요.


어쨌든, 그날 숙소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어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확실히 나는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 근데, 이러니까 내가 글 쓸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니까, 제가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어필하고 있는 이유는요. 이경 작가님의 말씀처럼, 저는 정신이 말짱하지 않으므로 일단 기본적인 작가의 자질은 된다는,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네네. 이런 저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신 이경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마누스 출판사는 정말 재미있는 책만 내네요. 생생하게 살아있는 책을 내신다, 이 말입니다. 대표님과 편집자님의 안목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그 사이에 저의 글도 껴있다는 사실에 감격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경 작가님의 <작가의 목소리>를 읽으며 정말 즐거웠습니다. 글 쓴답시고 낑낑거리고 있는 저에게 큰 용기와 격려를 선사해주셨어요.


저는 그럼 이제, 책상 정리 다 한 꼴이 되었으니(<작가의 목소리> 완독 하고, 아주 취약한 '책 리뷰 쓰기'까지 끝냈으니) 다시 2교를 보러 가볼게요. 총총.






작가의 이전글 <안녕, 기면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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