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9월 30일 마누스 출판 이메일로 원고를 투고했고, 그날대표님께 답장을 받았다. 바로 그 다음 주에 대표님과 첫 미팅, 그 다음 주에 출간 계약, 그리고 그 다음 주에 편집자님과 첫 미팅을 했다. 그 뒤로 책에 들어갈 새로운 원고들을 꽤 오랜 시간 썼고, 그다음부터는 기존에 써둔 원고들을 대대적으로 고쳤다.
작업 초반부터 편집자님께 "저는 큰 틀을 잡고 기획하는 걸 잘 못해요."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대표님과 편집자님은 기획력이 뛰어나신 분들이었다. 덕분에 든든했고, 나는 글만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편집자님께서는 이 책의 출간만 고려하지 않으셨다. 길게 보아 내가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이다. 큰 분류는 짜 주신 뒤, 나에게 그 안의 목차를 직접 짜보시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앞으로도 작가님이 이런 글을 많이 쓰실 텐데, 목차 작업을 한 번 직접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목차라는 게 독자님들께 '제 글을 이 순서대로 읽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거든요. 저도 이미 목차를 대략 짜두었지만, 그건 작가님이 목차를 정해보신 뒤 같이 검토해보기로 해요."
할 줄 모른다며 미뤄두었던 일을 결국 내가 직접 해보게 되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목차를 짰다. 이렇게도 배치해보고 저렇게도 배치해보며 눈이 빠져라 원고를 읽었다. 마침내 편집자님께 목차 순서를 보내드리면서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편집자님께서는 내가 짠 목차가 좋다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찌나 뜻밖이었는지, "정말요?"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책에는 내가 짠 목차에서 딱 한 가지만 바뀌었다. 그 덕에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생각 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그 뒤로 '이런 의견을 내도 될까?' 소심하게 머뭇거리다가도 결국에는 나의 생각을 전부 말씀드렸고, 그것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감사한 경험도 했다. 그중 부족한 의견들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 더욱 좋은 모습으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방황의 조각들> 책 한 권을 내는 데에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미리 써둔 원고가 대부분이었음에도 그랬다. 책 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에도 충분히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쏟을 가치가 있다. 언제 또 다음 책을 낼 수 있을까. 다음이 있긴 할까? 생각하면 더욱더 그 시간이 애틋해진다.
책이 세상에 나온 뒤 출간 작업 폴더를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번 책을 준비하며 작가로서 조금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