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이름이 적힌 책이 어느덧 세 권이 되었습니다. 『상실의 이해』에는 단편 소설 한 편이 실렸을 뿐이니 2.2권 정도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책을 냈지만, 차마 '운이 좋아서'라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다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래도 글 쓰고 책 내는 건 열심히 한 만큼 어느 정도 보답받는 일인 것 같아요.
『방황의 조각들』 중 「뜨거운 열정이 내게 남긴 것」이라는 글에 아래와 같은 문장을 썼습니다.
"열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난 나. 이전에는 이 운명이 참으로 야속했더랬다. 나에게 열정이란 그런 존재였다. 과정이라는 화살표의 끝에 결과라는 종착점이 있다고 치면, 그 화살표를 좀 더 도톰하게 살찌워주는 존재. 그렇지만 막상 좋은 결실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래서 그리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또 이따금 억울함의 요인이 되기도 했던 그런 존재."
(...)
"그러나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 열정은 시나브로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저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지만, 그 열정이 결실로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늘 억울했습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해왔던 저의 열정. 드디어 어딘가에 통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글쓰기였어요.
어쩌면 저는 글쓰기를 위해 이때껏 열정을 단련해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쇠붙이를 뜨거운 불에 달구고 두드려 연마하듯 말이죠. 뜨거운 열정이 저에게 남긴 건, 지금 제가 글쓰기에 굳건한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