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퇴고, 첫 번째
초여름 출간 예정인 산문집 <사물을 보는 방식> 퇴고 일기.
1차 퇴고 - 목차 배열 후 2차 퇴고,
그다음 1교 - 2교 - 3교의 과정을 거칠 예정.
그중에서 지금은 2차 퇴고 작업 중.
1차 퇴고는 아이패드에 원고를 띄워두고 했었다. (그전에도 이미 수차례 고쳤기에, 1차라고 붙이기에는 조금 억울한 감이 있지만) 2차 퇴고는 목차 배열까지 끝냈기에 모두 프린트했다. 양쪽 인쇄로 하는 게 그나마 책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파란 펜을 들고 고치고 싶은 부분들을 체크하는데, 몇몇 원고는 이거 다시 쓰는 게 빠른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란색투성이. 왜 이렇게 문장력이 부족하지? 머리 쥐어뜯는 나날들. 못생긴 문장들이 계속 눈에 띄는데, 어떻게 윤문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이렇게 또 흰머리가 늘어가고...
*
나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기에(바로바로 마누스 출판사 대표님!) 문장 하나하나 다 붙들고 이게 괜찮은지 저게 괜찮은지 마냥 여쭈어 보고 싶지만(언제든 편히 물어보라고 하셨으니,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그 제안을 덥썩 물어버리고 싶은 충동), 먼저 내 선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뒤에 그 질문이 넘어가야 좋은 질문이 될 테니까.
'질문 안 하고 내가 혼자 다 할 거야!'같은 마음이 아니라(어차피 혼자 다 하지도 못하지만) '좋은 질문을 만들고야 말겠다!'하는 마음으로.
이런 나의 고민에 마누스 대표님이 해주셨던 말씀들.
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작가님이 이 부분을 많이 걱정하신다는 걸 염두에 두고 편집을 할게요! 대신, 제가 그대로 둬도 좋다, 혹은 바꾸는 게 좋다, 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리는 부분에는 최대한 미련을 버리셔야 합니다.
나: 대표님께서 어떻다고 판단해 주시면 저는 당연히 신뢰하지요!
마: 작가님의 글을 신뢰하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편집에서 방향을 잡아드리는 건, 저를 믿어주심도 너무 감사하고 좋지만, 작가님이 작가님 스스로의 글을 믿어야 하기 때문에 더 잡는 것이지요. '당신 지금 잘 가고 있어요, 빨리 다시 이리로 와서 걸으세요' 하고요.
마: 어제 러닝을 하는데, 저쪽 어디 나무를 네모 반듯하게 조경을 하고 있더라고요. 약간... 슬램덩크 채치수 머리 같았달까요. 저렇게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듣긴 하였는데... 진짜 하는구나... 했거든요.
조금 성긴 가지가 더 울창하고 멋있듯, 너무 정제되지 않은 글이 멋질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읽어봐도 힘이 불쑥 난다. 감사하고 든든할 따름.
*
<퇴고하면서 남긴 메모들>
- 이 표현 그냥 빼 버릴까. 아니, 내버려 둘까.
- 이 부분을 굳이 드러내는 게 과연 득이 될까, 실이 될까.
- 여기에는 설명이 더 들어가는 게 좋을 듯.
- 이다음에는 좀 더 가벼운 꼭지가 나와주는 게 좋겠다.
- 왜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지?
- 이거 말고 다른 예시는 없을까.
-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양새가 참 예쁜 기타다. 기타 줄을 튕기면 조롱박 모양의 몸통이 그 소리를 품으며 잔잔히 울린다."
→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양새가 참 예쁜 기타. 줄을 튕기면 조롱박 모양의 몸통이 그 소리를 품으며 잔잔히 울린다."
: '기타'라는 단어가 중복돼서 고쳐볼까 싶다. 이번에 이런 문장들 고치는 게 참 어렵다. 중복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지만, 무슨 공식 따르듯이 하나하나 다 뜯어고치는 게 맞나 싶고... 고치고 나면 기존 문장의 리듬과 느낌이 사라지는데, 그래서 더 좋아지는 문장이 있고 아닌 문장이 있다. 그중에서 '아닌 문장'을 판단하는 게 참 어렵다. 자꾸 이런 디테일만 눈에 들어오는 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