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가족 Feb 11. 2023

[기고]환영합니다.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 두바이입니다

[브릭스 매거진]내 맘대로 두바이 통신원

경유지, 두바이?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큰돈이 드는 부분은 단연 항공 비용일 것이다. 이동거리가 길수록 지불해야 할 금액 또한 커지기 마련인데 비행기 표 한 장에 매겨진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스톱오버며 레이오버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어차피 비슷한 가격이라면 떠나는 김에 한 군데 더 보고 와?


내가 두바이(Dubai) 땅을 처음으로 밟았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십 년도 전의 일이었다. 아프리카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길, 이 도시에서 레이오버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는 두바이가 단순히 도시의 이름인지 아니면 모나코나 싱가포르처럼 도시 하나로 이루어진 나라의 이름인지조차 헷갈렸다. 그 정도로 낯선 곳이자 관심 밖의 장소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계 최초 7성급 호텔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진 호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럭셔리한 빌라들이 줄지어 서있다는 야자수를 닮은 인공섬이 있다는데 그 누가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경유지로서 두바이를 만났다.



두바이에 살고 있습니다.

그날로부터 9년 후, 이제는 둘에서 셋이 된 우리 가족은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다시 한번 몸을 실었다. 일 때문에 이 도시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두바이의 화려한 겉모습만 훑고 지나쳤던 여행자였다면 지금의 나는 같은 도시에서 생활자이자 동시에 여행자이기도 한 삶을 살고 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늦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아이의 학교를 오가고 내가 사용한 수건은 스스로 빨아야 한다는 점에서 생활자라고 한다면 떠날 날을 미리 받아 두었기에 단 하루도 허투루 흘려보내기는 아까워 틈 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유람한다는 점에서는 여행자라 하겠다.


두바이,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어느덧, 두바이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여름이다. 장기체류를 하면서 두바이, 나아가 이 도시가 속해 있는 나라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가는 중인데 그 맛이란, 엄마가 숨겨둔 사탕을 한 알 한 알 몰래 꺼내먹는 것만큼이나 달콤하다.


아라비아 반도 동부, 페르시아만과 접한 지역에 영국의 보호 아래 있던 토후국들이 있었다. 영국의 통치하에서 지배자로 군림하던 세습 전제 군주를 토후라 부르는데 이 지역은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유목민들의 세계였을 것이다. 그중 일곱 곳이 지난 1971년 12월 2일 아랍에미리트연방(United Arab Emirates)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한다. 이후, 국토 대부분이 황량한 사막이었던 아랍에미리트는 불과 반백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 낸다. 그 바탕에는 수도인 아부다비의 석유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고 제2의 도시이자 중동의 뉴욕이라 불리는 두바이도 큰 힘을 보탰을 것이다.


금세공과 여타 상품의 유통업, 그리고 금융산업의 발전 등에 힘입어 부를 쌓은 두바이는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모래밖에 없던 땅에 도로가 깔리고 물길이 생기고, 그렇게 커진 도시에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는 규모와 디자인의 건물들이 늘어선 풍경, 이 모든 것이 불과 50년이라는 세월이 일구어 낸 것이라니. 두바이에서 지내다 보면 인간의 상상력과 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여행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두바이를 어떤 곳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흔히 아랍 부자, 슈퍼카, 최고급 호텔, 럭셔리한 파티 등 단어만 들어도 진입 장벽이 높을 것만 같은 상황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사실 거짓은 아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슈퍼카를 봐도 눈이 안 돌아갈 정도로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집 한 채 가격의 자동차들을 만나는 일도 흔하고 매일이 마치 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알고 보면 두바이만큼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좋은 여행지도 없다. 우선, 관광 도시이다 보니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이 도처에 즐비하다. 일 년 내내 물놀이가 가능한 날씨라 수영장이 훌륭한 호텔이 대부분이고 어린아이는 무료로 투숙이 가능한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를 제공하는 곳들도 많다.

다만,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여름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육박해 이 기간 한낮에는 바깥 활동이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계절의 낮 시간은 에어컨 바람으로 자연의 더위를 이겨낸 실내에서 즐기고 수영을 비롯한 외부 활동은 저녁때부터 시작해도 되니 체력만 받쳐준다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두바이 아닐까?


두바이는 전 세계 246개 도시가 속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 The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의 일원이자 중동 지역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돛단배 모양을 한 7성급 호텔로 알려진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Jumeirah),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야자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인공섬인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이외에도 두바이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알 파히디(Al Fahidi Historical Neighbourhood), 두바이를 품은 거대한 액자 모양의 건축물인 두바이 프레임(Dubai Frame), 건물 전면에 새겨진 아랍어가 인상적인 미래 박물관(The Museum of the Future) 등, 디자인에 방점을 찍은 도시, 두바이에서는 전형적인 모양을 지닌 건축물이나 지형을 만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이렇듯 자유분방한 모양새를 뽐내는 장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두바이 여행의 재미는 배가된다.



이제는 목적지, 두바이

두바이는 하루 이틀 머물다 떠나는 경유지로 스쳐 보내기엔 아쉬운 곳이다. 두바이 도심에서 차로 20분만 달려도 사막에 도착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 지역인 한국에서 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 사막은 봐도 봐도 놀라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현대를 넘어 미래 도시를 꿈꾸는 두바이 도심을 벗어나 사막으로 캠핑을 떠나고 사막의 호텔에서 별과 낙타를 벗 삼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자동차로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아부다비, 샤르자, 푸자이라 등 다른 토후국들까지 살펴보려면 경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자이자 여행자로서 두바이에서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낸 나는, 일주일, 아니 일 년 반도 아쉬운 시간이라 느낀다. 두바이,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가 되어도 충분한 곳이라고 말하고픈 이유다.




[기고처] 브릭스 매거진



[영상] 아랍에미리트 여행 정보




작가의 이전글 크리스마스트리와 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