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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Nov 15. 2022

크리스마스트리와 너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내 아기의 발을 가만히 쥐어 보았다.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난 그저 아이의 발을 쥐고만 있을 뿐인데 나의 삶이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것만 같은 기분. 그런데 가만 보자, 내 손은 어른의 손 치고는 상당히 작은 편인데? 그 안에 폭 감싸이는 아이의 발이 과연  얼마나 작은지 궁금해진 나는 왼손을 쫙 펴고는 내 손바닥과 아이의 발바닥을 맞닿게 해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내 손목에서부터 가운뎃손가락이 시작되는 위치까지의 길이와 아이의 발바닥 길이는 정확히 일치했다.


올 초에 정리해 넣어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몇 달 만에 꺼냈다. 우리 집에는 트리가 두 개 있는데 둘 중에서 커다란 것은 지난밤에 아이와 함께 장식해 거실에 세워두었고 작은 트리는 오늘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나 혼자서 꾸며 서재에 두었다. 하교를 한 아이는 나의 예상대로 그것들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더니 제 키와 엇비슷해진 작은 트리 앞에 서서는 네가 큰지 내가 큰지 키를 재보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트리가 너보다 더 큰 게 한눈에 보였는데 올해는 트리랑 너랑 비슷하구나. 내년 이맘때쯤이면 아마도 네가 이 트리보다 더 커져있겠지?


잠든 아이 옆에 앉아 그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오랜만에 아이의 발을 만져본다. 이제는 한 손으로 감싸 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내 아기의 발. 나는 또다시 왼손을 쫙 펴고 그것을 아이의 발바닥에 대보았다. 옥수수 알갱이처럼 동그랗고 탱글탱글한 발가락은 이미 내 손가락 끝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나는 그 발을 만지며 생각한다. 내 삶이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로 채워지는 기분은 그대로구나. 그런데 나는 뭐가 이리 서운한 걸까?


내년에는 내가 너보다 더 커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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