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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Feb 13. 2023

[기고]사막으로 겨울소풍 떠나는 에미라티들

[샘터]지구별 우체통

체감온도가 60도에 육박하는 두바이의 무더위가 물러나고 드디어 사람이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 겨울이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밖으로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다시금 노상 테이블을 깔았고 미뤄두었던 캠핑장비 쇼핑을 마친 이들은 소풍을 다녀오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어디로? 사막으로!


아랍에미리트는 전형적인 사막기후를 지닌 나라로 국토의 약 80%가 사막이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두바이도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중동의 뉴욕'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은 곳이지만 사실은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다. 도심에서 차로 20분만 달려도 황량한 모래 언덕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사막이 늘 가까이에 있기에 두바이 사람들은 사시사철 그곳을 방문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막에 놀러 가기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평균기온이 25°C 내외로 마치 한국의 봄, 가을 날씨와 비슷한 두바이의 겨울은 집돌이와 집순이까지 사막으로 소풍을 떠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럴 때 우리 가족만 빠질 수는 없다.


좌로 보고 우로 봐도 온통 모래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된다. 아이들은 모래 언덕을 열심히 기어올랐다가 반쯤 굴러 되돌아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즐거워한다. 그 곁에서 어른들은 바비큐 도구를 펼치고 열심히 고기를 굽는 모습이 두바이의 전형적인 겨울 소풍 풍경이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고기와 함께 모래까지 씹히는 것은 감수해야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둥근 모래 언덕과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족히 두 배는 크게 느껴지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고기를 씹는 맛이란 그 자체로 황홀경이다.


해가 저 멀리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질 즈음이면 어디선가 부릉부릉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김없이 '듄 배싱(dune bashing)'을 즐기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사막 위를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개조한 사륜 구동 자동차를 타고 등장한 사람들은 모래 언덕을 누비며 짜릿한 질주를 즐긴다. 운전하는 이도 구경하는 이도 모두 신나는 듄 배싱. 뜻밖의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된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그들을 환영한다.


준비해 간 음식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주변으로는 어둠이 내려앉는다. 머리 위에서는 하늘 가득 별들이 빛나고 있다. 문학소설에서나 봤던 '칠흑 같은 밤'이나 '쏟아지는 별'과 같은 표현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는 장작불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사위가 고요하다. 머리에 별을 인 채 추운 사막의 밤을 덥혀 주는 장작불 곁에 모여 앉아 있노라면 그 옛날, 사막을 떠돌며 살아왔을 이 나라 사람들의 과거가 눈에 선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사막 중 열에 아홉은 주인공이 어려움에 봉착하는 스토리의 배경지다. 화면으로만 사막을 접했던 나는 그래서 사막이라는 지형에 대한 호기심만큼이나 두려움도 컸었다. 하지만 두바이에 온 후, 에미라티(Emirati)들이 그러하듯 사막으로 소풍을 다니다 보니 사막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마저 말끔히 사라졌다. 사막에서의 소풍은 어쩌면 우리 가족이 언젠가 이 도시를 떠났을 때 가장 그리워하게 될 기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기고처] 샘터


[영상] 아랍에미리트 사막 글램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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