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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Feb 20. 2023

[기고]오만 여행, 초행자를 위한 안내서

[트래비]해외여행 시리즈

지금 나는 또 한 장의 빈 페이지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짓기 시작할 것이다. 이럴 때면 나는 몇 가지 생각을 버릇처럼 되뇌곤 한다. 같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말자라든지 클리셰를 최대한 배제하며 글을 써보자라든지 하는, 그런 야무진 다짐을 해가며 글쓰기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시작부터 클리셰를 끄집어낼 수밖에 없다. 이 단어말곤 오만이라는 나라를 설명할 표현을 찾지 못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 중동의 '숨겨진 보석' 오만을 향해 길을 떠나보자.


중동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중동의 나라

지중해 동쪽에서부터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우리는 중동(Middle East)이라 부른다. 그런데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벌어진 몇몇 사건들로 인해 이 지역에 우범지대라는 인식이 덧씌워진 게 사실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여행지로 추천하기 망설여지는 곳들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전체를 싸잡아 우범지대로 묶는다면 억울해할 나라들도 있다. 오만도 그중 하나다.


오만의 정식 명칭은 오만 왕국(Sultanate of Oman). 술탄이라 불리는 왕이 다스리는 군주 국가로 사우디 아라비아, 예멘, 아랍에미리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흔히들 중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가 사막일 텐데, 오만 국토에서도 사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는 하나 이 나라에 모래 먼지 날리는 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삼면이 바다인 오만에는 1,700km에 이르는 해안선이 오만만, 아라비아해, 인도양을 바라보며 펼쳐져 있어 넘실대는 파도를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해발 3,000m가 넘는 거대한 산맥이며 그 사이사이에 숨은 신비한 물빛이 인상적인 와디(wadi)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와디는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물이 흐르는 일종의 계곡 지형으로 오만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푸르름이 넘치는 야자 농장 등 기대 이상으로 다채로운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나라가 바로 여기, 오만이다.


하지만 네 번에 걸친 오만 여행을 더듬어 보건대 이 나라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이어져 오는 전통문화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얌전한 성품을 지닌 오만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우리의 오만 여행이 거듭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오만 여행, 어디에서부터 시작해 볼까?

그런데 가만 보자. 오만의 국토 면적은 309,501 km²로 대한민국 면적의 약 3배가량에 이른다. 이 넓은 땅에서 도대체 어느 곳부터 여행해야 할까?

그래서 소개한다. 오만 초행자에게 추천하는 두바이 출발 오만 여행 루트를!


아직 우리나라와 오만을 잇는 직항편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직항으로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오만을 오가기는 어렵지 않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오만의 수도인 무스카트(Muscat)까지 각각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다만, 여행 일정이 여유롭고 운전에 어려움이 없는 여행자라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오만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두 나라 간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가 매우 간단한 데다가 무엇보다 오가는 길목에서 중동 특유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에서 무스카트까지

두바이에서 무스카트까지 가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비행기를 타거나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에미레이트 항공, 플라이 두바이, 에어 아라비아 등이 운항하는 직항 편을 이용할 경우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되며 출도착 도시 모두에서 도심과 공항까지의 거리도 한 시간 미만으로 아주 가까운 편이다.


만약 차량을 이용한다면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에 국경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추가로 고려하면 되는데 예외적으로 붐비는 기간이 아니라면 약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무스카트 방면으로 이동할 경우 알 아인 국경 또는 하타 국경을 통과하는 게 좋다. 여권 하나당 한화 약 12,000원을 내고 아랍에미리트 국경을 넘은 후, 곧이어 나타나는 오만 국경에서 탑승자 전원의 여권과 더불어 자동차 등록증, 오만 지역에서 적용 가능한 자동차 보험을 보여주면 오만 국토로 진입할 수 있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 보여줘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짐을 하나하나 다 풀어 내용물까지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참고로 한국인은 관광 및 일반방문 목적으로 오만을 방문할 경우, 무비자로 최대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무스카트(Muscat)

무스카트 왕궁의 모습

오만의 수도인 무스카트는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양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중동지역과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위치에 터를 잡은 까닭에 오랜 세월 동안 외부 세계와 직간접적으로 교류해 가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외세로부터 지배를 받거나 혹은 자신들이 외부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았단다. 다행인 점은 과거의 그러한 경험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오만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 참고로 오만의 공용어는 아랍어이지만 대표적인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


무스카트는 고층빌딩 즐비한 현대적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산과 바다에 폭 둘러싸인 새들의 둥지 같은 느낌을 더 강하게 내뿜는다. 한쪽으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오만 특유의 전통미를 뽐내는 낮은 건물들이 늘어선 풍경. 그 길을 드라이브하는 것은 무스카트에서 꼭 해봐야 할 경험이다.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

오만은 여타 중동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를 국교로 한다. 무스카트에는 오만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가 있다. 그랜드라는 단어에 걸맞게 모스크의 중앙돔은 높이터 50m에 이르고 중심 미나렛 또한 90m에 이른다. 만드는 데 4년이나 걸렸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카펫과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도 주요 볼거리다.


사전 예약은 필요 없지만 신자들의 기도 시간을 고려하여 방문객들의 관람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방문 전 미리 모스크 웹페이지에서 방문 가능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남성이나 어린이의 경우 조금 덜하지만, 여성의 경우 입장할 때 복잡을 꼼꼼히 확인한다. 머리카락부터 팔과 다리까지 완전히 가리는 옷을 입고 갈 것.



와디 삽(Wadi Shab/ Wadi Al Shab)

와디는 일종의 계곡 지형을 일컫는다. 평상시에는 물이 없거나 적은 양만 고여있다가 비가 많이 올 때면 물이 흐르는 곳을 말한다. 오만에서는 와디를 만날 수 있는 곳들이 많은데 가장 유명한 와디 중 하나이면서 무스카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져 있기에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와디 삽이다.


와디 삽 입구 주차장 앞에서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해 도착지점에서부터 트레킹을 해야 한다. 40분 이상 걸어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며 중간중간 고여 있는 물을 건너기도 하고 와디 안의 동굴에서는 수영을 해야 할 필요도 있으니 아예 수영복을 안에 입고 아쿠아 슈즈를 신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21세기 이 세상의 것이라기보다는 공룡이 살던 먼 과거의 풍경, 또는 아직 인간이 닿지 못한 저 먼 우주 어딘가의 풍경처럼 신비롭다.



비마 싱크홀(Bimmah Sinkhole)

무스카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을 달리면 비마 싱크홀 공원에 도착한다. 좌우 각각 50m, 70m 크기의 구멍이 약 20m 깊이 땅 속으로 꺼진, 이름 그대로 싱크홀인 이곳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신비로운 청록색 물빛이 매우 인상적이다. 허허벌판에 싱크홀 홀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주변까지 공원으로 개발되어 있으며 중동 특유의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공원 산책로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어린이 놀이터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까지 싸들고 소풍을 온 오만인 가족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싱크홀 바닥까지 내려가면 신비로운 물빛을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도 있다. 싱크홀 안으로 점프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수영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물속에는 신기하게도 닥터피시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온몸의 묵은 각질을 떠나보내는 의외의 소득을 만끽할 수도 있다.



니즈와(Nizwa)

니즈와 성에서 내려다본 니즈와 올드타운의 풍경

무스카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50분 떨어진 거리의 내륙 지방에 위치한 니즈와. 이곳은 과거 오만의 수도였던 동시에 현존하는 오만 최고(最古)의 도시이자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예로부터 해안지방 상인들과 내륙지방 상인들의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었으며 아직까지도 니즈와에서는 전통시장인 수크(souk)가 성업이다. 오만 각지에서 재배한 대추야자를 전문적으로 파는 대추야자 시장부터 이 나라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염소 시장, 바닷가 지방에서 새벽차를 타고 옮겨져 왔을 물고기들을 파는 어시장과 전통 공예품을 다루는 시장까지. 니즈와에 간다면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니즈와 전통 시장 구경은 빼놓지 말 것.


니즈와 올드 타운에 관광지가 다 모여 있으니 올드 타운 안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사실 니즈와 올드 타운 자체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반드시 하룻밤 이상 묵어가며 이 오래된 도시를 만끽해 보길 권한다. 17세기 오만의 사람 사는 풍경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니즈와 성을 둘러보고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오래된 성곽 위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도 해보고 지어진 지 300년도 넘었다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여관에서 묵어가며 이 도시의 느긋하고 푸근한 공기를 천천히 들여 마셔 보자. 자, 이제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다음번 오만 여행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기고처] 트래비


[영상] 비마 싱크홀(Bimmah Sinkhole)


[영상] 니즈와(올드타운의 역사 깊은 숙소 1, 아침의 전통시장 풍경)


[영상] 니즈와(올드타운의 역사 깊은 숙소 2, 니즈와 밤거리 풍경)


[영상] 니즈와(올드타운 아침 풍경)


[영상] 니즈와(올드타운의 성곽 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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