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없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어느 4년 차 사원의 외침

by 글이로움

지난 10여 년간의 회사 생활을 회상해보면, 무엇보다 업무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판매팀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면역력이 약해져서인지 손가락에 사마귀를 달고 살았고, 코피도 자주 났었고, 방광염도 자주 걸렸었던 3년간의 그 시절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왜인지 그 때 기억이 제일 머릿 속에 선명하다.


나는 숫자에 약한 편인데, 매달 20일경 마감 판매량을 예측하고, 다음 달 판매량까지 예측하고 거기에 따른 판촉 예산을 계획하는 일은 매달 고문이었다. 그리고 이 일이 점점 손에 익고, 항상 엇나가던 판매량과 예산 실적이 어느 정도 맞추어나갈 때쯤, 마감이 없는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때가 그 팀에 발령난지 3년이 되던 쯤이었다.이제는 마감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만, 내가 정말 "남의 돈"을 벌고 있구나라는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마감이 어떤 때는 조금 아쉽다.


그 3년동안 나는 마감일이 다가오면 집에서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해서 회사에 5시 30분까지 갔다. 회사와 조금 더 집이 가까웠던 내 사수는 항상 새벽 3시 30분에 출근하곤 했다. 한 번은 4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는데, 무면허 승합차와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눈을 떠보니 나는 응급차에 타고 있었고, 응급차는 회사 근처 병원에 도착했다. X-ray를 찍고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다는 소견을 받고서 회사에 출근하니 새벽 6시 30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팀에 와서 21번째 마감을 하고 퇴근을 했다. (이 에피소드에는 우리 팀장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만, 다음 글을 위해 잠깐 아껴두어야겠다.)


마감날 오후 5시 30분만 되면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서 극에 달하는데, 그때마다 아마 우리 팀 사람들은 나와 나의 사수인 과장님의 매달 어김없이 루틴처럼 이어지는 신경전이 볼 만했을 것이다.

"야, 너 빨리 안 해! 이거 지금 틀렸잖아. 빨리 고치라고! 선은 이게 뭐냐고. 야 3.4%? 장난해? 똑바로 안 봐?"

"지금 하고 있습니다. 자꾸 그렇게 옆에서 소리 지르시면 제가 더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마감날은 온 곳에서 고성이 오갔다.

우리 둘 뿐 아니라 평소에는 존재감 없이 조용하던 팀장님도 고성을 질렀다.

"마감 숫자 더 만들라고, 00 본부에 전화해봐!"

"더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다음 달에 그런 더 힘들어진다고!"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적응이 힘들어, 화장실에서 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적응이 되자, 매번 짜증을 내는 과장님의 잔소리를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매 달 더 잘해보려고 노력했다. 막상 고성이 오가다가도, 8시 마감 후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며,

"아까 소리 지른 거 미안해. 잘 해보자. 다음 달에는!"

"저도 더 잘해볼게요. 죄송해요 과장님"

이렇게 술과 함께 화해를 하며, 우리의 n번째 마감을 마감하던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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