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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은주 Aug 24. 2023

풀벌레의 환상 교향곡 들어보셨나요

제주 밤산책 일기 824

밤 8시.

오늘 산책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풀벌레들이 근사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줬거든요.

낮엔 여전히 더웠는데 해가 지고 나니 바람도 선선해져 한여름 무더위는 지난 건가 싶기도 합니다.

발걸음도 더욱 가볍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다른 날보다 조금 더 걸었지요.

산책하는 즐거움이 컸거든요. 좋은 기분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답니다.


도시에 살 땐 산책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이어서 그랬을까요. 

도시의 밤은 워낙에 즐길 거리가 많으니 산책은 늘 저만치 밀려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지금은 어두워진 시간이면 습관처럼 산책을 나섭니다. 사실 해만 넘어 가면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해요.

TV는 잘 안 봅니다. 아침 보다는 밤이 좋구요. 하루를 마친 시간이라 여유롭거든요.

언젠가 새벽에 산책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여명을 걷어내는 햇살이 반갑다기 보다 아침부터 해야 할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구요. 마감 주간이라 그런 듯도 하고. 그래도 밤이 좋은 건 마찬가지네요.


걷는 내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이어져 귀 호강 제대로 했어요.

바닷가 골목을 돌 땐 귀뚜라미의 합주가 펼쳐지기도 했구요, 집에 도착했을 땐 풀벌레들의 환상 교향곡이 연주되었죠. 시골 사는 맛이 이런 건가 싶어서 부지런히 걸어 두어야겠다 싶어요.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니까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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