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4

교감과 인물사진

by 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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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하루는 델리 시내를 구경하다 배가 고파서 길거리 노점상에서 사모사(카레로 만든 인도식 군만두)사 먹었다.

노점상 가게 주인 두 아들과 함께 가게를 보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델리 시내를 헤매고 다니느라 허기진 배를 움겨쥐고 사모사를 맛있게 먹는데 사람들이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들 눈에 퍽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하기사, 웬 동양인이 현지인들만 먹는 사모사를 아무 꺼리낌 없이 덥석 사 먹으니 신기할만하겠지...

노점상 주인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차이나? 자빤? 그들의 특유의 힌디 발음으로 중국에서 왔냐 일본에서 왔냐 묻는다. 나는 단호히 ‘노’라고 외치며 이렇게 외쳤다. I’m from 꼬레아!

나 한국사람이야 그러자 주인장은 환하게 웃으며, 웰컴 투 인디아! 반갑게 맞아준다. 사모사 맛있냐? 인도는 처음이냐 등등 주인장과 그렇게 5분 정도 대화를 했다. 나는 영어가 짧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 나의 한계다. 자리를 뜨기 전 이것도 기념인데 노점상 주인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주인장은 '노 프라블'럼 괜찮다고 해서 촬영하게 된 사진이다. 이들 가족은 지금도 델리 시내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을려나? 글을 쓰면서 궁금해 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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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진 소년

호텔 근처에 며칠 전부터 거지 소년이 호텔 근처를 어슬렁 거린다. 그러고는 호텔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구걸을 한다. 이 아이는 누가 봐도 매우 가난한 소년임에 틀림없다. 아침마다 사진을 촬영하러 나갈 때마다 이 소년을 마주치곤 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소년에게 인사했다 ‘안녕?’ 소년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텐 루피! (10루피) 한동안 이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난 지갑을 열어 그 보다 많은 50루피를 주었다. 그래 이것 가지고 밥이라도 사 먹으렴. 50루피를 손에 쥔 소년은 활짝 웃는다. 활짝 웃는 소년 이빨은 앞니가 빠져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제때 치료하면 괜찮을 텐데…. 인도에는 이렇게 부모 없는 버려진 소년들이 꽤나 많다. 측은함 마음이 들었다. 나는 소년에게 사진 찍을래? 물어봤고 소년은 카메라를 보며 다시 활짝 웃는다. 그렇게 해서 촬영된 이빨 빠진 소년의 슬픈 초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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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여유, 인물사진에 대한 고찰

빠하르 간즈 거리에 아침마다 나와있는 노인, 수도승처럼 보이는 이 노인은 연륜이 묻어난다. 매일 아침 델리 거리를 촬영할 때마다 마주치는 노인! 이상하게 당신 촬영해도 괜찮아? 이 말을 건넬 용기가 안 난다. 델리를 떠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꼭 한번 촬영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난다. 왜 용기가 안 날까? 사실 사진만 덜커덩 찍는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더욱이 인물사진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몰래 찍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나 자신한테도 그런 사진은 불편한 사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초상권의 개념이 강해진 요즘 길거리에서 함부로 타인의 동의 없이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진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사실 인도는 한국처럼 초상권이 개념이 강하진 않다. 이런 것을 이용해 인도등 제3세계 국가에서 초상권을 고려하지 않고 촬영하는 작가들이 많다. 인도인에게 초상권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초상권은 국적 불문하고 누구나 똑같이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권리다. 간혹 멀리서 망원렌즈로 몰래 찍은 사진가들도 있다. 나 역시 한때는 그랬다. 나의 과거의 행동이 부끄럽다. 좋은 사진을 건지고 싶은 지나친 욕심이 사진가의 양심을 버리게 만든다.

나 역시 부끄러운 과거의 행동이 있기에 이 노인뿐만 아니라 인도 여행하는 내내 쉽사리 인물사진을 촬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나의 숙제는 최대한 타인과 소통하고 동의하에 인물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숙제로 삼았다.


숙제가 생기면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사진은 델리를 떠나기 전 노인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다. 인물 사진의 시작은 역시 인사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대화를 통해 노인과 소통한 나는 당신을 촬영해도 괜찮겠냐 물어봤다. 노인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얼마든지 찍으라고 허락했다. 이 사진이 그렇게 해서 촬영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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