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나의 고찰
사진은 현시대 가장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취미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 수도 엄청나고, 전업작가나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들도 적지 않다. 19세기 초, 사진이 처음으로 발명된 이후 약 200년 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사진은 오늘날까지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 한지 오래됐다. 이미지라는 특수성과 통일성이 상대적으로 언어와 문자는 나라. 민족마다 서로 달라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사진은 이미지로서 국가/인종/민족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고 알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장점 때문에 전 세계 만국 공통어로서 그 존재감은 앞으로도 확고할 것이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매력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사진가들은 태평양보다 넓은 사진의 바다에 빠져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바탕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만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취미 그 이상 하는 사진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사진 관점과 색깔을 내기 위해 부단히 도 노력하고 찾고 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진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사진가들의 영원한 숙제이자 꿈이기 때문이다. 프로작가던, 아마추어 작가던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정이 바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진을 갖는 것, 50년 이상 사진을 찍어온 어떤 거장도 자신의 50년 사진인생을 함축해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7년이라는 사진 생활 동안(취미생활 포함) 그동안 소소한 소재 거리만 찍던 나에게 사진에 대해 조금씩 눈을 띄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나만의 사진 색깔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그러려면 가장 큰 골격인 사진의 '주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찾기가 너무 힘들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모르겠고, 이것도 찍어보고 싶고 저것도 찍어보고 싶고, 생각과 욕심은 많은데 막상 제대로 되는 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어졌고, 또 힘들어졌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다. 또, 나의 사진에 대해 나 스스로가 주변의 평가를 너무 많이 신경 쓰기 시작했고, 자신이 없어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시 원점에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찾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던 게 2015년 말이었다. 나는 내가 관심 있어하고 평소에 해보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즈음 나는 와이프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내가 먼저 와이프에게 우리 딱 6개월만 미친척하고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런 나의 제안에 시큰둥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냐는 대답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와이프는 흔쾌히 허락하면서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다음날 바로 런던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 여행은 나를 사진가로 한 발자국 가까이 이끌었다 그렇게 우리는 신혼여행으로 6개월 배낭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넉넉지 않은 여행자금 때문에 세계 일주까지는 무리지만 그래도 유럽, 인도, 네팔, 동남아,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했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나만의 사진 주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고민을 하고 있다. 여행은 그동안 잘 보지 못 했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해주었다. 여행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미처 나도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지리를 좋아했다. 틈만 나면 사화과부도 책을 펴 들고 지도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역사를 좋아한다. 학창 시절 다른 과목은 잘 못했지만 국사 과목만큼은 항상 성적이 우수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내가 주로 즐겨 읽은 책이나, 인터넷 검색 등을 보면 역사 관련 소재물 등을 찾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동물이나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동물의 왕국, 파브르 곤충기, 시튼 동물기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책 등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여름과 가을이면 동네 산에 살다시피 했다. 사마귀, 메뚜기, 여치 등 채집하고 키우는데 정신 팔렸던 적이 있었다. 또 우주과학, 지구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자주 찾아보곤 했다. 국방에도 관심이 많아 밀리터리 덕후 까진 아니어도 세계 국방, 전쟁사에 관련 책도 많이 보곤 했다. 그리고 산을 좋아한다, 특히 히말라야에 대한 로망이 있어 이번 여행에도 어김없이 네팔을 찾았고 와이프 랑 히말라야 전망대까지 올라가 안나푸르나 설산을 감상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2번이나 하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호주, 인도, 네팔, 태국, 베트남, 일본, 탄자니아 등을 여행했고 와이프를 데리고 배낭 메고 세계여행을 했다. 여행하면서 느낀 거지만 난 분명 역마살이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좁은 한국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아직도 가슴속 한편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나는 사회과학, 특히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나 스스로 내리게 되었다. 사실 내가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맥커리, 살가두 같은 사진가들을 사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단지 나는 그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을 뿐이다. 내가 여태껏 촬영해온 사진을 다시 한번 봤다. 이제야 내 사진이 어떤 성향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내 사진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큐멘터리 사진을 지향하고 있었다.
나의 사진들은 화려한 웨딩이나 인물 화보 같은 상업 인물사진, SNS에서 유행하는 감성 사진, 독특한 사상을 가진 예술사진과 거리가 먼 현실적 이면서도 조금은 거친 느낌도 있고, 나름 리얼리즘을 표방한 그런 다큐멘터리 사진들 이였다. 여행을 하면서 난 어떤 사진가 길을 가야 할지 깨달았다. 아.. 결국 다큐멘터리 사진가였구나.
그럼 다큐멘터리 사진을 해야 한다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사진 작업에 임해야 할까? 이것이 나의 두 번째 미션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일단 내가 어떤 스타일로 사진을 촬영하는지 그리고 내가 여태껏 찍은 사진들을 다시 한번 쭉 살펴봤는데 공통적인 것은 나는 스튜디오 촬영 스타일은 아니었고 필드, 즉 길거리에서 주로 촬영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때 깨닫게 됐다. 나는 필드 스타일이구나, 즉 스트리트 포토그래퍼구나 그래서 어느 순간 나 스스로 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 중 우연이 어떤 책을 발견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제목부터 나의 시선을 확 잡아당긴 이 책을 나는 꺼내 들었다. 최민식 선생님이 쓴 책이었다. 최민식 선생님은 우리나라 1세대 다큐 사진작가로, 한국 사진계에 큰 획을 그은 사진가로 평가받는 거장이다. 지병으로 향년 85세에 돌아가셨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온빛 다큐멘터리 사진가등을 중심으로 '최민식 사진상'이 제정되어 시행되다 현재 잠깐 심사 선정에 문제가 노출되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어쨌든, 그분의 50년 사진 인생의 철학이 담긴 그 책을 읽게 됐는데 사진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사진을 찍는 것인지, 어떤 주제를 들고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오랫동안 묶은 나의 물음에 정말 명쾌하게 답변을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방황하며 스스로 던졌던 질문,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에 대한 물음, 그리고 어떠한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에 대해 조금이 나마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가리켜 '가장 낮은 곳에 임한 사진'이라는 수식어 붙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 철학 즉, 휴머니즘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그 시대 가장 힘없고 병들고 가난하고 비천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 친구 되어 주신 것처럼 말이다. 그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60,70년대 대한민국은 대다수 인구가 정말 가난했던 삶을 살았던 시대이다. 그는 그 시대상을 정말 한치의 거짓 포장도 없이 과감하게 때론 리얼리티 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사진의 리얼리티 때문에 도리어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그를 간첩으로 오해한 사건도 종종 있었고, 당시 정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만 찍는 그의 사진을 몹시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외부의 압력과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묵묵히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애환을 촬영했다. 즉 그는 휴머니즘 사상을 바탕으로 가장 낮은 자세로 그 시대상을 기록했던 진정한 작가였던 것이다.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선생님이 쓰신 그 책을 보면서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사진이란 매개체를 가지고 어떠한 영향력과 메시지를 이 세상에 전해야 할지는 그건 이제 나의 평생의 숙제로 남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인생 통틀어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인간' 즉 사람이었다. 평생을 길거리에서 인물 사진을 담는데 초점을 두었다. 중요한 것은 최민식 선생님도 50년 사진인생 평생을 '인간'이라는 주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한평생 전부를 바쳐 노력했다. 나 역시도 앞으로 사진작가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확신하는 철학(주제)을 가지고 실현시키기 위해선 평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시진가의 삶이고 숙명이 기 때문이다.
사진가는 부 와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고 최민식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