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소비되어야 비로소 국내 사진계가 성장할 수 있다.
프랑스를 여행할 때 일이다. 파리 퐁피두 센터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우연히 사진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토어를 발견하게 됐다. 그곳은 바로 'YELLOW KONER' 사진 전문판매점인데 다양한 사진작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였다. YELLOW KONER는 갤러리처럼 고객들이 사진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면 구매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장소인데 사진뿐만 아니라 액자 틀, 소모품 등 사진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를 한다.
즉 쉽게 설명하면 사진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 혹은 시장인 셈이다. 사진들마다 가격이 표시되어 있고, 사진에 대한 소개, 작가 정보 등 기본적인 정보들은 표기되어 있다.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고 등록하고 거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시회 및 워크숍까지 제공한 다는 점에서 사진가들 입장에서 분명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유학생들에게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예술가로 등록되면 정부에서 작가로서 대우를 해주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전시회를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예술 분야로서 인정해주며, 화가들의 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사진을 합법적으로 구매/등록하고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 사람들의 인식 속에 사진을 소비하는 인식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들은 사진을 사거나 팔거나 하는 이런 인식이 꽤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있었고 당연한 구매행동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이것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한 소비행동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 소비문화가 형성돼있고, 소비문화가 이루어지니 사진가들은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겨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질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계속해서 꾸준하게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유럽이 전 세계 사진을 주름잡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사진작가로 얘기가 있을 정도로 DSLR 카메라를 소유하고 유명 출사지에는 수많은 사진가들로 붐빌 정도로 사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취미활동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외적으로는 사진계는 성장하였지만 내적으로 그 외적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사 진계의 현실이다. 예술로 인정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따른 작가들에 대한 대우, 국민들의 인식, 그리고 인프라 등은 매우 열악하다. 사진에 대해 정말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던 나도 여러 명의 사진가들에게 조언을 얻었는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 국내 대학 사진과 보다 할 수 있으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 가서 사진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특히 예술사진에 있어 국내 사정은 매우 열악해 유학 가서 배우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 인식 속에 아직까지 사진을 돈을 지불해서 사야 한다는 개념이 잘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유럽과 한국의 사진 소비시장에 가장 큰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예전에 사진 소비문화에 관한 어떤 분의 블로그 포스팅 글을 본 적 있다. 그 글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사진은 소비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같은 사진가로서 동감하는 말이었다. 단순히 사진가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사진작가는 직업이다. 나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을 정당한 대가를 받고 파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서도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사진작가도 사람이기에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고, 작품에서 나온 수입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진작가들은 엄청나게 노력한다. 한 명의 사진가가 좋은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들어가는지 아는가? 예를 들어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가들이 좋은 사진 한 장 얻기 위한 과정을 설명하겠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출사지로 이동하는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등 그리고 그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기다려야 할 시간, 사진가의 열정과 그 노력, 부가적으로 필요한 장비 값, 현상비, 액자비 등등 훌륭한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 한 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결코 쉽게 건지는 사진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사진 한 장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진가들도 있다. 이것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그 사진가들의 노력과 열정에 대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안다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진을 소비해야 하는 관념이 우리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수많은 직업들이 있고,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지의 소비에 대해선 왠지 모르게 무색한 게 지금까지의 우리의 일반적인 관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관념을 서서히 서서히 깨뜨리고 사진 소비문화시장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사진계가 살고, 발전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작가들이 배출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사진가들은 우리들이 지불한 페이에 합당한, 아니 그 이상의 작품의 질을 올리기 위해 더욱더 매진하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진 소비시장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의 모든 사진가들은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그러면 훌륭한 사진작품들이 꾸준히 생산될 것이고 사진의 퀄리티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사진계도 일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