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선생님들을 소개합니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대학생들이 도서산간지역 중고등학교로 여행을 떠나 일주일 동안 함께하며 교육 컨텐츠를 나누는 팀입니다. 저희의 여행 이야기와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눈 질문을 글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여는 글로,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3년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시작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 갑니다.
3년 전의 저는 어디론가 떠나, 그곳의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었나 봅니다. 문득 울릉도가 떠올랐고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울릉도의 유일한 고등학교인 울릉고등학교 교무실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장기간 머물 곳이 필요했고 그곳의 사람들과 연결될 가장 좋은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왠지 학교에서는 제게 내어줄 자리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정원식입니다. 울릉도 여행을 준비하던 중 울릉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학생들과 다음의 주제로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을까요? "
이 계획서 한 장과 전화 한 통으로 울릉도에서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울릉도에서 있었던 3주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울릉도는 여행하기 너무 좋은 곳이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울릉고등학교에서 만난 고등학생 친구들부터 마을 이장님까지, 1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는 정말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감탄사를 유발하는 아름다운 자연이 곳곳에 펼쳐져 있고, 모든 사람이 꼭 지나게 되는 읍내의 언덕배기 큰 갈래길에서는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인사합니다.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죠.
몇 가지 울릉도만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명이 나물이 날 때면, 사람들이 무리해서 경사진 곳에서 나물을 캐다가 사상자가 발생하곤 한다는 이야기. 도민들이 육지로 나갈 때 타는 뱃값이 5천원(방문객은 6~7만원)으로 낮춰지면서 사람들이 더 빈번히 육지로 나가게 되었고, 옷가게 같은 가게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
겨울에는 파도 때문에 배가 잘 안 뜨고 눈이 많이 와서 많은 사람들이 육지에 나가서 지낸다는 이야기. 울릉도는 특히 의료와 교육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는다는 이야기 등 마을의 친구분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울릉도의 교육 이야기가 저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학원과 그룹과외가 있고, 군청과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영어 캠프나 해외 어학연수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육지로 떠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마을분들로부터 울릉도의 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교육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도 정말 중요한 문제이면서, 그 가족의 문제이자, 더 나아가 마을 전체의 문제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여행 온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으로 지역의 학생들과 연결된다면 이러한 교육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3주간의 행복한 여행을 마친 뒤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을 모았고, 팀 이름을 '여행하는 선생님들'로 지었습니다. 몇 차례 아이디어 수정이 있었고, 대학생들이 도서산간지역 중고등학교로 여행을 떠나 일주일 동안 함께하며 교육 컨텐츠를 나누는 '교육여행'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6명의 친구와 함께 강원도 정선, 전라북도 부안, 전라남도 고흥에서 테스트를 하였고, 2017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대전지역 대학생들의 참여로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활동의 의미는 '여행으로 도시의 대학생과 도서산간지역의 청소년을 연결한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왜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교육 컨텐츠에 대한 방향성도 불명확했습니다. 주로, 대학생이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그 컨텐츠 또한 사람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이 일주일을 어떻게 채우는 게 최선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일주일의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뭘 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엔 일주일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고민의 힌트들은 있었습니다. 때로는 대학생들이 준비해 간 것을 전달하는 시간보다, 저녁시간에 기숙사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대화가 더 의미 있게 다가갔고, 그 대화로 우리는 더욱더 연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대화'와 '관계의 연결'이 저희의 고민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현재 두산에서 디자인씽킹 퍼실리테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조난현님의 소개로 와우디연구소 최송일 대표님을 만나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배움과 성장이 촉진되고, 관계가 연결되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정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행하는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건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일주일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청소년들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습니다. 그 일주일에 조금씩 질문과 대화, 관계의 가치를 담기 시작했고, 이 일주일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세상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더 연결되는 시간은 청소년과 대학생 모두에게 정말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고민과 실험을 계속 해오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여행하는 선생님들의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도서산간지역 청소년들의 성장과 우리의 성장을 이야기하는데, 대체 성장이란 무엇일까?' 저희는 한동안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저희가 정의하는 성장은 '나와 세상을 이해하며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질문', '대화', '관계'라는 가치를 담은 일주일의 프로세스와 촉진자의 역할을 하는 대학생들과의 연결을 통해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도서산간지역 청소년들의 성장을 함께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발견한 여행하는 선생님들 교육의 가치입니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일주일의 방향성이 잡히면서,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두 달 준비과정의 방향성 또한 명확해졌습니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워크샵과 팀별 모임을 통해나와 세상에 대해 먼저 스스로 고민하고, 다른 대학생들과 나누며 청소년들에게 전할 질문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여행하는 선생님들의 대학생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습니다. 도서산간지역 청소년들의 성장을 함께한다는 공동의 목표와 특별한 여행을 앞둔 설렘 그리고 함께 모인 모두가 자신도 성장하고 싶다는 공통점을 공유해서인지 그 에너지가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 커뮤니티가 서로 더 연결되고 함께 더 성장할수록, 청소년들과의 연결 또한 더욱 강력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발견한 여행하는 선생님들 커뮤니티의 가치입니다.
마지막으로, 무브먼트로의 발전 가능성입니다. 교육과 커뮤니티의 가치에 더해, 여행으로 좀 더 재밌게 풀어나간다면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도시의 대학생 커뮤니티와 도서산간지역의 청소년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무브먼트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종종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무브먼트로 발전되어, 우리나라 곳곳에서 펼쳐지는 연결과 성장의 여행 이야기가 퍼지는 미래를 상상 하곤 합니다. 그렇게 의미있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면,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릴 교육과 지역 이슈의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의 교육, 커뮤니티 그리고 무브먼트, 아직은 우리의 가치라고 이야기하기엔 이를지 모릅니다. 채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죠. 한계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저희의 한계를 함께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분들과 조금씩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뤄왔던 중요한 질문들에 다시 한번 답해보고자 합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교육의 지속가능성과 여행하는 선생님들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 두 가지 고민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 브런치에 연재될 저희의 질문에 함께 해주세요.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에 있을, 서울과 대전지역 대학생들과 10개 지역 청소년들의 만남도 응원해주세요.
감사드립니다.
여행하는 선생님들
정원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