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vs. 조디악
2007년 늦여름 무렵의 어느 날, 명동의 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던 세 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평일 오후 시간대여서 관객도 거의 없던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나 무서웠었던지. 특히 영화 막판 영사기사 집 지하 장면은 오금을 지릴 만큼 숨죽이며 봤다. 이후 이 영화는 내 마음속에 21세기 최고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봐서였을까. 아니면 극장 스크린이 아닌 TV 화면으로 봐서 그런 걸까. 이번 감상은 15년 전만큼 강렬하지 않았다. 그동안 ‘살인의 추억’을 뛰어넘는 작품이라고 확신해왔는데 이번에 살짝 생각이 바뀌었다. 비슷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서로 톤 앤 매너가 완전히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적어도 마지막 장면만큼은 ‘살인의 추억’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송강호가 느꼈을 허무함을 나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마침내 다음 주 새 학기 개강이다. 학생들과 이 두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볼 생각인데 과연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어떤 작품에 더 끌릴지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