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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 Aug 18. 2017

이 모래가루가 되는 날

윌로우즈 비치에서

로키에서 본 까마득한 바위산들이 지금은 모래 알갱이가 되어 내 발 밑에 있다. 한때 아무도 그 거대하고 무서운 찡그린 바위산들이 모래 알갱이가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겠지. (그 자신도 말이다.) 그 다음은? 아마 먼지가 되겠지. 먼제가 된 후에는- 그저 무無로 환원되어버리는 것일까? 참 애석하게도! 


그러나 오리는 밥을 먹고 해변에는 물에 젖은 통나무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히 굴러다니고 있다. 억겁의 바다- 그것이 보낸 세월의 나날들을 짐작할 수가 없는데, 유기물은 그 험준한 바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만을 허락받았겠지. 가령, 내 앞의 저 우스꽝스런 통나무를 보자. 어쩌면 일년, 아니 반년만에 저 통나무 쪼가리는 해수욕장의 먼지가 되던지 수천갈래로 풀어헤쳐져 무한한 파도 속에 부유하게 되겠지. 그러할진대- 사람의 해골은 또 어떤가. 볼썽사나운 물질- 유기물질이 되어 손짓하는듯, 혀로 애무하는듯 하는 저 속절없는 얕은 파도에도 터지고 분해되고 녹아내려 결국 며칠만에 모래사장에 박힌 채, 텅 빈 갈비뼈 사이로 굴복의 백기 같은 잔해를 휘날리고 있겠지. 


그래서 저들은 그토록 열심히 사랑하나? 그래서 저들은 수많은 헛된 드라마 속에서 사는가? 결국 자신들이 숨을 멈출 그 순간부터 급속도로 분해될 것이라는 그 사실을 알기에? 


그렇지만, 이 해변에 누워 저들을 관찰하고만 있는 나는 그저 영원한 방관자로 머물 뿐이다. 난 차라리 말 없는 바위처럼 침묵한다. 시간이 아까운지도 모른 채 (어리석게도 말이다!) 남들이 감히 짐작할 수 없는 혼자만의 내면의 드라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로 내가 이 모래가루가 되는 날 내 안의 어두운 성소는 나와 함께 모래 알갱이로 흩어져 버리겠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못하고 말이다. 그러나 무한히 밀려오는 파도는 말한다. -그런들 뭔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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