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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26. 2021

짱안, 3만년의 시간을 거닐다

킹콩의 비밀, 경이로운 짱안


짱안 Ⓒshutterstock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해안선을 끼고 있는 나라다. 곳곳에서 수려한 자연경관이 펼쳐지고,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다양한 민족은 어울려 살아가며 고유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세계유산만 해도 무려 8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하롱베이(Ha Long Bay)와 같은 자연유산을 비롯해 문화유산, 복합유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자연과 문화적 가치를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는 짱안 경관 단지(Trang An Landscape Complex)가 유일하다. 


현재 베트남은 올해 말부터 여행 목적의 국제선을 재개하는 4단계 계획을 수립 중이며, 베트남민간항공국(CAAV)이 10월22일 교통부에 초안을 전달한 상태다. 푸꾸옥(Phu Quoc), 꽝닌(Quang Ninh) 등 일부 관광지부터 파일럿 운항을 진행하는 1단계를 시작으로, 점차 지역 및 운항횟수를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도 노선 재개 목표 국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다만 여전한 의무격리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짱안 ©트래비


하노이 당일치기 여행지 찾는다면


하노이 근교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그중에서도 닌빈(Ninh Binh)에 자리한 짱안 경관 단지는 하노이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리 가깝지는 않지만 여행 기분을 내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거리다. 차에 몸을 싣고 도심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어느새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차창 너머로 우뚝 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논과 밭 등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이어진다. 

베트남 근교 여행의 묘미는 휴게소다. 기대 가득 부푼 마음을 안고 달리다 보면 다소 소박하고 투박하지만 정겨운 상점가에서 멈춰 선다. 다양한 민속품과 먹거리 등을 판매하기도 하니 재미 삼아 여기저기 구경해 봐도 좋다. 이리저리 서성이다 커피 한 잔으로 여행에 풍미와 여유를 더했다.


짱안 ©트래비


킹콩이 나올 듯 경이로운 풍경


짱안은 고대 유적과 뛰어난 자연경관을 간직한 곳이다. 2014년에 유네스코 복합유산으로 지정됐는데, 크게 베트남의 고대 수도였던 호아루(Hoa Lu), 사오캐 강(Sao Khe River)을 따라 펼쳐진 짱안-땀꼭(Tam Coc) 풍경구, 일련의 석회암 동굴 지역으로 나뉜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가 자연과 상호 작용하며 살아 온 흔적을 엿볼 수 있다. 10년만 해도 강산이 변한다는데, 짱안의 동굴들에서는 무려 3만년 이상의 고고학적 흔적이 발견됐다고. 감히 가늠하기도 어려운 오랜 시간의 흔적 앞에서 저절로 경외감이 든다. 

킹콩으로 알려진 영화 <콩: 스컬아일랜드>의 촬영지이기도 한데, 웅장한 석회 카르스트 지형을 보다 보면 금방이라도 킹콩이 나타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쩌면 장엄한 자연을 잠시 머릿속으로 빌려오는 일은 아닐까. 


짱안 염소고기 ©트래비


상상은 잠시 미뤄두고 나룻배 투어에 나선다. 알록달록한 깃발들이 맞이하는 다리를 건넜더니 나룻배를 타러 온 이들이 저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닌빈의 특산물인 염소 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긴 뱃놀이를 앞둔 여행객들의 출출한 배를 자극했다. 누린내 없이 적절하게 간을 한 염소 고기와 스프링롤, 모닝글로리 볶음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채웠다.


짱안 ©트래비


육지의 하롱베이


나룻배를 타고 본격적으로 짱안 탐험에 나섰다. 네 명도 거뜬히 탑승할 수 있는 나룻배의 선장은 여인들. 베트남 전통 모자 ‘농(Non)’을 쓰고 이리저리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중간중간 동굴을 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뙤약볕 아래에 있어야 하니 모자는 필수. 이왕 베트남에 왔으니 입구에서 농을 구입하는 것도 추천한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나아갈수록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 온 기분이 든다.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 여유를 즐기니 마음을 채우고 있던 온갖 걱정이 스르르 녹아 사라진다.


짱안 ©트래비


짱안 ©트래비


짱안은 강을 둘러 싼 거대한 바위 산과 넓은 강폭, 눈을 돌릴 때마다 웅장한 풍경이 펼쳐지는 덕에 ‘육지의 하롱베이’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얼마나 지났을까. 호기롭게 노를 받아 들었다. 그저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묵직한 것이 한 번 휘젓는 데도 땀이 뻘뻘 났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웃음은 통하니, 작은 나룻배에 웃음이 퍼져 나갔다. 여유롭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처럼 좁고 아슬아슬한 동굴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묘기에 가깝고, 강 한가운데 위치한 건물 아래서는 전통 음악 연주가 펼쳐진다.



▶interview
등불이 수놓은 야경의 도시, 호이안(Hoi An)


주한베트남관광청대표부 리쓰엉칸(Ly Xuong Can) 관광대사 ©트래비


베트남은 50여개가 넘는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 이들이 간직한 다양한 문화와 생활 방식은 오늘날 베트남이 독특한 여행지로 자리잡는 원동력이 되었다. 베트남은 오랜 역사, 환상적인 풍경, 훌륭한 요리로 사랑 받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2개의 자연유산, 5개의 문화유산, 1개의 복합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 중부도시 호이안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남아 무역항의 중심지였으며, 예스러움을 간직한 건물과 거리는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발전했다. 형형색색 거리를 수놓은 등과 베트남 전통 악세서리, 그리고 아오자이 체험 행사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통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최근까지도 베트남은 강도 높은 사회적 격리로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됐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점차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있고, 로컬 카페와 식당을 찾는 주민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굉장히 호의적인데,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친절하다.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신짜오(Xin Chao), ‘감사합니다’를 뜻하는 신깜언(Xin Cam on) 등 간단한 인사 말만 알고 있어도 베트남을 여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글·사진 트래비(Tra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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