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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30. 2021

마음속 쉼터가 되어줄, 신촌리

딱히 유명한 관광지는 없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남는 마을이 있다. 골목길 곳곳에 묻어있는 옛 느낌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아기자기한 포구가 귀여워서였을까. 사실 어느 이유든 상관은 없다. 여행이 끝난 어느 시간에, 혼자 슬쩍 꺼내볼 쉼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이 그대로 묻어있는 골목길
구석구석 골목길이 귀엽다.


신촌리는 제주시에서 동쪽 방향으로 향하는 관문에서 처음 만나는 바닷가 마을이다. 우연의 발견은 올레길 18코스를 걷던 중 “신촌 가는 옛길”에서 시작되었다. 삼양 마을 사람들이 신촌마을에 제삿밥을 먹기 위해 오갔던 옛길은, 아늑함이 매력적인 신촌리 시작에 딱 어울리는 길이다. 옛길의 끝에서 처음 마주한 곳은 남생이못이다. 남생이못은 작은 습지로 다양한 종류의 곤충과 습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데, 7월이면 습지 가득 노랗게 피어난 어리연꽃을 볼 수 있다.


제주올레길18코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양이동


7월이 기다려지는 남생이못


남생이못을 지나 해안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눈에 띄는 산책로가 있다. 닭머르 해안 길이다. 닭 머루는 ‘닭이 흙을 파헤치고 날깨를 펼쳐 앉아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닭머르 초입에서 정자까지는 채 오분이 걸리지 않는데,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양옆으로는 기암괴석이 펼쳐져 시원한 풍광이 압도적이다.


오분이면 도착하는 닭머르 해안 길 정자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닭머르


닭머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3404


닭머르 해안 길의 아름다움이 정점을 찍는 건 가을이다. 닭머르를 가득 채운 억새는 은빛 파도를 만들어, 파란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닭머르 해안 길은 동쪽에서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알려져 있어, 일몰 시간이면 삼삼오오 저물어 가는 태양빛 속으로 빠지는 사람들로 붐빈다. 신촌리의 가을 핫플레이스가 닭머르 해안 길이라면, 여름은 신촌 포구이다. 아담한 사이즈의 신촌 포구는 아치형 다리가 꽤나 인상적인데,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의 첨벙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은은한 일몰로 기억되는 신촌리
아치형이 귀여운 신촌 포구 다리


신촌선착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맛있는 파스타의 정석
아끈 식당


신촌리 포구에 위치한 아끈 식당은 파스타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아끈”은 제주어로 “작다”를 의미하는데, 이름에서 풍기는 귀여움은 가게 곳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주인장의 손때가 묻어있는 듯한 소품들부터, 메뉴판에 적혀있는 손글씨까지 소소한 귀여움이 가게 전반에 녹아나 있기 때문이다.


식당 이름처럼 귀여운 아끈 식당


조금 오버해서 이야기하자면, 어느 메뉴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다. 셰프의 야무진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메뉴가 엄지 척을 부르기 때문이다. 시작은 식전 빵이다. 메뉴를 주문 후 처음 나오는 식전 빵은 따스하게 구워져 나오는데,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구운 가지로 맛을 뽐낸 라자냐
버섯 풍미 가득 크림 파스타


토마토소스로 만들어진 파스타를 좋아한다면 라자냐를 주문해 보자. 구운 가지가 들어간 라자냐는 베샤멜 소스의 고소한 맛과 토마토소스의 상큼함,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크림을 좋아한다면 비프 머쉬룸 크림 파스타를 추천한다. 널찍한 파스타 면에 소스를 둘둘 감아 한입 먹는 순간 버섯의 풍미와 크림의 부드러움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토핑으로 올려진 소고기 또한 알맞게 구워져 크림과 찰떡궁합이다.
 

아끈식당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촌북2길 31-3
연락처: 010-8600-0625




빨간 지붕 아래 매콤함
동카름


동카름은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도민 입맛을 사로잡은 신촌리 맛집이다. 빨간색 지붕이 유독 귀여운 동카름은, 제주의 구옥을 개조하여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옥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탓에 지붕이 조금 낮고 실내가 좁지만, 길게 뚫린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덕분에 바다에 앉아서 식사하는 기분을 한껏 즐기게 해준다.


빨간 지붕이 귀여운 동카름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낙지볶음


메뉴는 단일 메뉴, 낙지볶음이다. 보기만 해도 매콤한 맛이 느껴지는 낙지볶음은 다양한 야채와 낙지에 불 맛이 더해져 나온다. 혹여나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면, 매콤한 맛을 조절하여 주문할 수 있다. 낙지볶음을 시키면 기본적으로 된장찌개가 제공된다. 된장찌개에는 딱새우가 들어있어 시원한 맛이 일품인데, 낙지볶음으로 불이 난 입안을 진정시키기에 제격이다. 동카름은 신촌리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탓에 주차가 불가능하다. 차량 이용 시에는 근처 포구 주차장을 이용 후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동카름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촌9길 40-3
연락처: 064-784-6939



글·사진 정영은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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