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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6. 2021

한겨울 가슴 따듯해지는
‘의 좋은 형제’ 이야기

의 좋은 형제 마을


충남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동서리 마을에 전해지는 옛 이야기


한밤중에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자신의 볏단을 몰래 가져다주었다는 ‘의 좋은 형제’ 이야기는 실화였다. 고려시대에 지금의 충남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와 동서리 일대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엄동 북풍한설에 세상이 얼어붙는 시절, 방구들 덥히던 아궁이 장작불 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의 좋은 형제 마을과 예당호


‘의 좋은 형제’ 이야기는 실화였다


형은 아우의 볏단에, 아우는 형의 볏단에 몰래 볏단을 가져다주다 만난다는 ‘의 좋은 형제’이야기를 읽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그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난다.

‘의 좋은 형제’ 이야기는 실화였다. 그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고려시대 전기에 지금의 충남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에 살던 이성만, 이순 형제였다.



우애 깊은 형제는 효성도 지극했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 형은 아버지 묘를 지키고 동생은 어머니 묘를 돌봤다. 귀한 음식이 생기더라도 둘이 다 모여야 먹었다. 아침은 형의 집에서, 저녁은 동생의 집에서 먹으며 매일 서로의 안부를 살폈다.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에도 민간에 널리 퍼졌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실렸다. 연산군 임금은 이성만, 이순 형제의 우애와 효심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뜻에서 ‘이성만 형제 효제비’를 세우게 했다. 효제비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예당저수지가 생기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비석에는 ‘의 좋은 형제’ 이야기를 자자손손 영원히 모범되게 하라는 내용의 173자가 새겨졌다.



‘의 좋은 형제 공원’을 돌아보고 마을 구경에 나서다


상중리 마을 초입에 ‘의 좋은 형제 공원’이 있다. 형의 집, 아우의 집, 연자방아, 물레방아, 우마차에 탄 어린 형제, 소에 쟁기를 매달아 논밭을 가는 모습, 서로 얼굴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 모습 등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보고 설명글을 읽으며 공원을 돌아봤다. 우애 깊은 형제의 이야기에 가슴이 따듯해진다.


배 맨 나무


공원을 다 돌아보고 마을 구경에 나섰다.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배 맨 나무’를 만났다. 1000년 넘은 느티나무다. 2월 초하룻날과 칠석날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고 한다.

잎 다 떨군 겨울나무에서 고목의 기품이 느껴진다. 높이 15m 둘레 10m 정도 되는 그 나무는 예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고 한다. 봄에 새잎이 나는 것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의 좋은 형제 마을에 그려진 벽화
'의 좋은 형제' 상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께서 옛날에 어른께 들었다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린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이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을 공격했을 때 이 나무에 배를 맸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때는 1000년 하고도 수백 년 전 이야기이니, 나무의 수령을 따지면 그 이야기는 그저 전설에 그칠 따름이 아닐까?


다만, 할아버지에 따르면 옛날에 이 나무 부근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하니, 나당연합군의 배는 아니더라도 그 후대에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던 어떤 착한 어부의 배를 묶어두던 나무는 아니었을까?


임존성의 흔적


‘의 좋은 형제’ 마을 골목을 지나 ‘관록재’ 들판을 지나 봉수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 휴양림 뒷산 정상부근에 임존성의 흔적이 보인다.

임존성은 660년 7월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사비성이 함락되자 흑치상지 등 백제 왕족과 장군 등이 660년 8월부터 663년 말까지 3년 여 동안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웠던, 백제 부흥운동의 마지막 장소다.
 

대흥동헌 앞 느티나무 고목


대흥동헌

충청남도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형제길 37 (구)대흥보건지소



연산군이 세운 ‘의 좋은 형제’ 비석을 보다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의 좋은 형제’ 마을과 예당저수지를 한 눈에 넣는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임도ㆍ임존성 방향으로 가다보면 대흥동헌(면사무소)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대흥면사무소 옆에 옛 대흥동헌 건물이 있다. 대흥동헌은 조선시대 태종 임금 때인 1407년에 만들어졌다. 1914년 건물을 개조하여 대흥면사무소로 사용하다가 1979년 해체 복원 했다.


화령옹주 태실


동헌 뒤뜰에는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와 영조 임금의 딸인 화령옹주의 태실이 있다. 대흥동헌 앞 250년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하늘로 가지를 펼쳤다. 그 옆에는 ‘의 좋은 형제’의 주인공인 이성만, 이순 형제를 기리기 위해 조선시대 연산군 때 세운 ‘이성만 형제 효제비’가 있다.


흥선대원군 척화비
이성만 형제 효제비. 조선시대 연산군 임금 때 세운 것이다.


의 좋은 형제마을
주소: 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형제길 51
전화: 041-333-3999
운영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의 좋은 형제공원
주소: 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형제길 3
전화: 041-339-8282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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