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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an 19. 2022

인스타그램 핫플
'성류굴'은 어떤 곳일까?

2021년, 새롭게 떠오른 여행 명소 중 하나가 경북 울진의 성류굴이다. 별안간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명성을 얻더니, 이제는 필수 코스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성류굴은 꽤 오래전부터 개방되어 있었다. 1960년대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관람객을 맞이한 것이 오늘날 관광지로서의 성류굴의 시작이다.

더 먼 옛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통일신라 시대에도, 고려 시대에도 성류굴을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다. 새로운 것이 없다는 뜻이다. 아마도 울진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왜 성류굴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입구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성류굴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출입로에 설치된 난간 형태의 조형물이 꽤 이색적이어서 그렇다. 단순히 조형물일 뿐이지만 해외의 어떤 여행지에 온 듯한 느낌도, 자체만으로도 유니크한 느낌을 자아낸다. MZ 세대의 트렌드를 휩쓸고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충분한 매력이 있다. 유명하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이곳에서 사진 한 장 남겨보자.



입구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한 장 남겼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류굴을 둘러볼 차례다. 성류굴은 입구 이상으로 매력적인 동굴이다. 탐방로 길이는 주변의 다른 동굴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강렬한 풍경과 경험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죽하면 이곳을 지하에 있는 금강산이라는 의미로 '지하금강'이라 불렀을까.
 


성류굴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관련 이야기가 역사서에서 자주 등장한다. 신라 시대 신문왕의 아들 보천태자가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 말의 학자 이곡이 쓴 <관동유기>에서도 성류굴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그의 글에 따르면, 이곡은 성류굴에서 깃발 같은 모양의 종유석 기둥, 부처 등 사람 형태의 석순 등을 보았다. 지금도 성류굴 곳곳에서 이곡이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성류굴은 석회암 동굴이다. 이름에는 성불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을 피해 불상을 이곳에 모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성류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전에는 선유굴, 탱천굴, 혹은 장천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억5천만 년의 세월이 이곳을 만들어냈다고 추정하며, 총연장은 870m 정도(주요 통로는 330m, 통로에서 연결된 가지굴의 길이는 540m, 개방 구간은 270m). 가장 넓은 곳은 폭 18m, 길이 25m, 높이 40m에 달한다.
 


바로 앞에 하천이 흐르고 있는 등 이곳에 유입되는 물이 꽤 많은데, 내부에 있는 웅덩이의 수심은 대략 4~20m 수준이다. 여름철에는 인근 왕피천이 범람하며 이곳까지 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색다른 풍경을 만나볼 수도 있다고. 2007년에 진행한 탐사에서는 웅덩이 너머에 약 60m 길이의 통로가 더 있음을 확인했으며,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도 파악했단다. 아마도 왕피천에서 건너온 녀석들이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이곡의 말처럼 성류굴 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석회암이 녹아 만들어진 베이컨시트,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 동굴방패 등등 다양한 생성물이 성류굴을 더욱더 신비한 분위기로 꾸며주고 있다. 다른 석회암 동굴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을 이곳에서는 한데 모아 전시해 놓은 듯하다. 화려한 조명은 덤이다.
 


허리를 푹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입구를 지나면 당분간 넓은 통로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만만히 볼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평탄한 형태의 동굴이기는 하나, 마냥 편하게 둘러볼 수만 않은 동굴이다. 여기저기 허리를 최대한 굽히고도 지나가기 어려운 수준의 통로가 있다. 기어서 지나가야 할 정도로 낮고 좁은 통로가 있기도 하다. 입구에서 안전모를 제공하는데 분명 쓸모가 있다. 습도가 높으며 젖어 있는 구간이 종종 있으므로 편안한 옷차림과 운동화 착용이 권장된다.
 


성류굴

주소: 경북 울진군 근남면 성류굴로 221
전화: 054-789-5404
관람시간: 3~10월 09:00~18:00 / 11~2월 09:00~17:00 / 마감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다만, 공휴일과 겹치는 월요일은 그 다음 날 휴관) /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는 휴관 없이 운영
관람요금: 어른 5,000원 / 청소년, 군인 3,000원 / 어린이 2,500원 / 노인 1,000원



 글·사진 김정흠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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