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Feb 28. 2022

여기, 미쿡인가요?

미군이 살던 곳이 핫플이라고?
도대체 왜? 그래서 가봤다.
용산 미군기지(부분 개방 부지)로 떠난 짧은 여행.



금단의 땅에서 SNS 핫플로


서빙고역 1번 출구. 길 건너편은 부지 반환 단계를 밟고 있는 용산 미군 기지다.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부분 개방된 미군 장교 숙소 5단지가 나타난다. 미군 장교들과 그 가족들이 철수한 후 2020년 8월부터 일반인 관람을 허용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금세 핫플로 등극했다.
 


붉은 벽돌 건물과 미국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거리는 꾹꾹 눌러왔던 여행 욕구를 채우는 찰나의 여행지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놀랍다. 2층 주택들이 늘어선 단지들이 왠지 낯설면서도 낯익다. 음, 어느 미드에서 봤던가? 여하튼, 이곳에선 기념사진이 아닌 거리를 걷다 우연하게 찍힌 듯한 스냅 샷 느낌이어야 제 맛이다. 별것 아닌 영어 표지판도 인기 포토존이 되어 줄을 선다. 이곳저곳 설렌 마음들이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철조망 너머 금단의 땅이었던 미군 장교 숙소 부지는 굴곡진 역사가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얼음을 저장하던 서빙고가 있어 ‘서빙고’라 불렸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줄곧 논농사가 이뤄졌다. 해방 이후 용산에 진주한 미군은 처음에는‘캠프 서빙고(Camp Sobinggo)’라 불렀지만 6.26 한국 전쟁 이후 미8군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이름인 용산 기지가 되었다.



1970년대에 미군 헬기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1986년 한국에 공식 반환되었으며 그 후 옛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가 미군 장교 숙소를 건설해 2019년 말까지 임대 운영해왔다. 건물마다 ‘LH’ 로고가 크게 쓰여 있는데 이곳에선 이마저도 이국적인 느낌이다. 곳곳에 전시된 사진을 통해 용산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오손도손 이곳 이야기를 들어볼까?


미군 장교 숙소 5단지는 49,368㎡ 면적에 주택과 기타 시설 18개 동이 건립되어 있다. 지금은 모두 비어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머물던 작은 마을이었다. 빈 공간들은 전시와 체험, 휴식공간들로 점차 채워지고 있다.



오픈하우스인 오손도손은 이곳에서 살았던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전시 형태로 연출한 공간이다. 미군 장교들과 가족들이 머물렀던 주거 공간을 엿볼 수 있다. 용산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는 새미아 마운츠(Samia Mounts)를 비롯해 주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토머스 밴달(Thomas Vandal) 가족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차갑게 느껴지던 빈 공간에 따스한 온기가 스며든다.



용산공원 전시 공간도 들러보자.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은 예정 부지만 약 291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벌써부터 서울의 센트럴파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관에는 용산공원 전체 부지를 본뜬 모형과 설계 공모전에 당선된 조감도가 전시되어 있으며 용산의 역사를 흥미롭게 담은 영상물도 상영한다.



카페 말고 사진 맛집!


세련된 카페처럼 보이는 누리방은 누구나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다. 향긋한 편백나무 볼을 가득 채운 지압 풀에서 피로를 풀고 멋지게 꾸민 공간에서 쉬어가 보자. 커피나 음료 등 먹을거리는 판매하지 않는다. 영업하는 카페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쳐 가기도 하는데 건너뛰기엔 아쉬운 공간이다.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을 만큼 예쁜 포토존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참고로 부지 안은 최대 200명까지 동시 입장이 가능하다. 예약은 불가하며 선착순으로 차례대로 입장한다. 사람들이 많은 주말이나 연휴 시기에는 대기 줄도 생긴다는 것, 잊지 말자.



용산 미군기지 부분 개방 부지(미군 장교 숙소 5단지)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
관람시간 : 09:00~18:00(내부 시설 09:00~17:00)
휴관일 :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매주 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열고 연휴 다음 평일에 휴관)
입장료 : 무료
문의 : 070-5161-0608



핫플 옆 박물관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멀지 않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박물관이 고리타분하다는 것은 옛말이다. 전시 기법과 구성이 수준 높을뿐더러 예쁜 카페와 굿즈들이 가득한 숍까지 꼭 가봐야 할 필수 여행지가 된 지 오래다.



워낙 방대한 규모라 모두 둘러보는데 한나절은 잡아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사유의 방과 5월까지 진행되는 호랑이 그림전은 놓치지 말자. 우리나라 국보인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사유의 방은 바라볼수록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관람시간 : 10:00~18:00
휴관일 :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입장료 : 무료
문의 : 02-2077-9000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옛이야기가 솔솔~ 부산 초량 이바구길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