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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11. 2022

장충단공원에서 숭례문까지,
한양도성 성곽 따라 남산길

남산을 넘나드는 길은 많다. 그중 장충단공원~외솔최현배선생기념비~남산공원길~한양도성 성곽 오르막 계단길~남산 정상~남산봉수대~안의사광장~백범광장~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걷기길을 소개한다.


남산 북측 전망대에서 본 풍경. 인왕산의 한양도성 성곽


장충단공원은 최초의 국립묘지였다


꽃샘추위라지만 햇볕 드는 곳은 온화하다.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주변 직장인들의 쉼터인 장충단공원도 그랬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장충단공원이다. 겉으로 보기엔 도심 속 푸른 쉼터 정도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가득하다.


장충단비


장충단비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57-10


공원 한쪽 비석과 석물 몇 개가 놓인 잔디밭으로 발길을 옮긴다. 석물 중 하나가 장충단비다. 역사의 격동기였던 1895년 일제가 조선의 왕후인 명성황후를 살해했다. 당시 이경직, 홍계훈과 많은 병사들도 죽었다. 장충단비는 그들의 영령을 기리기 위해 1900년에 세운 것이다.

고종 황제는 장충단비를 세우면서 제를 올릴 제단인 장충단과 사당도 함께 지었다. 또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 격변기 역사를 살다 숨을 거둔 대신들과 병사들의 영령도 함께 모셨다. 장충단비 앞면에 새겨진 글씨는 당시 황태자였던 순종황제가 쓴 것이라고 한다. 장충단은 최초의 국립묘지였다.

하지만 일제는 1910년 장충단을 폐지하고 장충단비를 뽑아버렸다. 1920년대 들어 일제는 이곳에 공원을 만들었다. 공원 이름을 장충단공원이라 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일제가 버렸던 장충단비를 찾아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에 세웠다가 196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최초의 국립묘지였던 장충단의 규모는 현재 남아 있는 장충단공원 보다 훨씬 넓었다. 신라호텔 자리도 장충단의 경내였다고 한다.

격동의 세월 뼈아픈 역사 위에 세워진 장충단비에도 햇살이 따듯하게 내려앉는다. 그 주변에 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가득하다.


수표교


수표교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2가


장충단 공원에는 눈여겨봐야할 유물이 또 하나 있다. 조선시대 청계천에 놓은 돌다리인 수표교다. 물의 수위를 측량하던 기구인 ‘수표’를 세우면서 다리 이름을 수표교라 했다. ‘수표’는 현재 세종대왕기념관에 있다.


장충단공원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57-10



가장 오래된 한양도성 성곽을 보다


장충단 공원 남쪽으로 걷는다. 도로를 건너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장충리틀야구장이다. 야구장 옆에 숲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그 길로 가면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비가 나온다.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비


최현배 선생은 조선어연구회(조선어학회 전신) 회원으로 한글날 제정에 참여했으며, 조선어사전편찬회에서도 활동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일제에게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광복 이후에는 일본어와 한자어로 된 말들을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을 펼쳤다. 듣기만 해도 정겨운 마름모꼴, 꽃잎, 짝수, 홀수 같은 말들이 그를 통해 탄생했다고 한다.

남산 한양도성 성곽


기념비 옆에 난 길로 올라간다. 남산공원길로 가는 길이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남산공원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돌아 걷는다. 남산 북측 순환로 입구 삼거리에서 남산 순환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면 길 오른쪽에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한양도성 성곽. 축성 시기별로 성돌의 모양과 축성 기법이 다른 걸 볼 수 있다.


그 길로 접어든다. 조선시대 태조 임금은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한양도성의 경계를 구분 지을 18.6km의 성곽을 쌓았다. 세종, 숙종, 순조 임금 때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시기별로 성을 쌓은 기법과 돌의 모양이 달랐다.

안내판에 따르면 태조 때에는 산지는 돌로 쌓았고 평지는 흙으로 만들었다. 세종 때에는 모든 성곽을 돌로 쌓았으며 성돌을 옥수수알처럼 다듬어 쌓았다. 숙종 때에는 무너지고 부실한 구간을 고쳐 쌓았는데, 성돌의 크기가 커진 게 특징이다. 순조 때는 숙종 때보다 성돌이 더 커졌다.

현재 남아 있는 한양도성 성곽 가운데 이 길의 일부 구간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성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양도성 성곽 전망대. 성곽이 가파른 산에 지어진 요새 같다.


성곽 바로 옆 계단을 따라 산으로 올라간다. 다리가 팍팍해지고 땀이 나기 시작할 무렵 뒤를 돌아봤다. 성곽이 구불거리며 이어지고 그 넘어 서울의 도심이 펼쳐졌다. 고도를 높일수록 그 풍경은 더 넓어졌다. 계단이 끝날 무렵 성곽 한쪽에 전망대가 보였다. 전망대로 올라갔다. 산으로 가는 길을 제외하고 시야가 터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바람에 땀을 식히며 한참동안 전망을 감상했다.


한양도성 성곽 전망대에서 본 풍경. 사진 중앙부에 있는 건물이 국립극장이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남산 정상으로 올라가다가 돌아본 풍경. 성곽 뒤로 서울 도심이 보인다.


한양도성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229-41


서울한양도성길3코스(남산)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2가 산14-21



남산 꼭대기에서 서울을 보고 숭례문까지 걷다


명불허전이다. 남산 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 문화, 지리적 가치도 그렇거니와, 전망 또한 그렇다. 남산의 이름은 많다. 경사스런 일을 불러들인다는 인경산과 남산의 산신을 지칭한 목멱대왕에서 비롯한 목멱산이 대표적이다. 남산은 서울의 지리적 중심점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전국의 봉수는 남산으로 모였다.


남산 북측 전망대에서 본 풍경. 남산골한옥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남산 정상 북측 전망대에 서면 서울의 북쪽 풍경이 드넓게 펼쳐진다. 풍경의 백미는 남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남산 자락과 인왕산, 백악산(북악산), 낙산으로 펼쳐지는 내사산(한양도성의 중심축이 되는 네 개의 산)과 그 안에 있는 빌딩숲, 도심의 풍경이다.


남산 북측 전망대에서 본 풍경. 사진 왼쪽부터 안산, 인왕산, 백악산(북악산)이 이어진다. 그 뒤로 북한산과 도봉산도 보인다.


한양도성의 서쪽에 인왕산, 북쪽에 백악산(북악산), 동쪽에 낙산, 남쪽에 남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산을 축으로 성곽이 이어졌다. 지금은 도시화 때문에 끊어진 구간이 있지만 내사산의 능선을 잘 살펴보면 지금도 한양도성 성곽이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왕산 서쪽의 안산부터 이어지는 산줄기가 인왕산을 지나 백악산(북악산)으로 이어지고, 그 뒤에 북한산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보습도 보기 좋다. 북한산 산줄기는 동쪽으로 흐르며 도봉산을 세우고, 의정부로 나가는 길목을 터준 다음 수락산과 불암산으로 다시 이어진다.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산줄기가 계속 이어지며 한강을 만나게 된다. 한강을 건너 송파구 일대까지 보인다. 이들 산줄기 뒤로는 경기도의 산줄기도 희미하게 드러난다.


남산서울타워 옆 전망대에서 본 풍경. 빌딩, 숲이다.
남산서울타워 옆 전망대에서 본 풍경. 송파구 일대까지 보인다.


남산서울타워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산공원길 105


가슴 뻥 뚫리는 전망을 즐기고 남산서울타워 옆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에서는 한강 남쪽의 풍경까지 한 눈에 넣을 수 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형국의 관악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남산 봉수대 터


남산봉수대

서울특별시 중구 예장동


국사당이 있던 곳을 알리는 푯돌이 남산 정상 팔각정 옆에 있다.


국사당터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 109


서울의 풍경을 즐기고 남산 봉수대 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봉수대로 가는 길에 팔각정을 지난다. 팔각정이 있는 곳은 조선시대 태조 임금이 남산의 산신을 목멱대왕으로 이름 짓고 국사당을 세워 나라의 안녕과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제를 올렸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남산에 신사를 세우며 이곳에 있던 국사당을 인왕산 골짜기로 옮겼다.


남산 봉수대 옆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 한양도성 성곽은 이곳에도 있다.


국사당 터를 알리는 푯돌을 지나 남산 봉수대 옆 계단으로 내려간다. 한양도성 성곽은 이곳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성곽을 따라 내려가는 길 서울 도심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걷는다.
일제가 세운 신사 터를 지나 구불거리는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숭례문으로 내려가는 길, 성곽 넘어 도심에 노을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남산

서울특별시 중구 회현동1가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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