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서
제일 먼저 햇빛 받는 마을 '오조리'
제주도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러봤을 성산일출봉, 그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바다인 듯 호수인 듯 잔잔한 내수면 그리고 삼각형 모양으로 자그마하게 솟은 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오조리다.
오래전에는 해녀의집의 전복죽이 맛있어 명성을 얻었고 올레 2코스가 지나며 알음알음 회자 됐던 마을이다. 그런 오조리가 최근에는 제주 동쪽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시설투자나 인위적인 마케팅이 아닌 마을이 가지고 있던 자연환경과 역사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첫해를 받는 마을 오조리
오조리란 이름은 성산일출봉에 해가 뜨면 가장 먼저 그 빛을 받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예로부터 실력이 좋은 해녀들이 많았고 마을에서 제조한 선박을 타고 나가 뱃물질로 많은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했다.
오조리에서 제일 먼저 찾아가 볼 곳은 식산봉이다. 마을에서 식산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족지’라는 곳을 거쳐야 한다. 족지는 여러 개의 돌둑(큰보, 조근보)을 쌓아 만든 내수면이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 한때는 염전과 양식장으로도 이용되었지만, 지금은 천혜의 철새도래지로 더욱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조리 족지오조리는 12개의 물통(용천수가 고여있는 일종의 못)이 있을 정도로 용천수가 매우 풍부한 마을이다. 족지 입구에도 족지물이란 이름을 가진 두 개의 물통이 있다. 널찍한 것은 여자탕, 좁고 깊은 것은 남자탕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곳에서 목욕은 물론 빨래도 하고 물을 길어다 생활용수로 쓰기도 했다.
족지물을 조금 지나면 식산봉까지 이어진 데크로드를 만나게 된다.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드는 최고의 올레 코스이자 지질 코스며 또한 산책코스다.
식생의 보고 식산봉
식산봉은 높이는 45m에 지나지 않지만 바오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엿한 오름이다. 우도를 비롯 성산, 오조리 지역은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마을 사람들이 노람지(띠로 짠 가마니)를 짜서 식산봉 전체를 덮자 군량미가 쌓인 것으로 오인한 왜구가 물러갔다는 데서 이름이 연유됐다.
오조리 황근이 작은 오름은 온통 상록활엽수로 뒤덮여있다. 과제 제주 동부의 원식생(사람이 살기 전부터 있었던 식물집단)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까지 울창함을 유지하는 까닭이다. 또한 주변에서는 희귀 염습 식물인 황근을 쉽게 볼 수 있다. 식산봉은 우리나라 최대의 황근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6월부터는 꽃을 피워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오조리 올레 2코스와 식산봉
오조리 지질트레일또한 식산봉은 성산. 오조 지질트레일 코스에 속해있다. 오조해녀의집에서 시작한 지질트레일은 식산봉에서 족지물, 마을회관, 듀플러스. 밭담을 지나 성산 철새도래지로 넘어간다.
통알밭은 식산봉 뒤편에서 성산까지 이어지는 제주 유일의 드넓은 갯벌을 말한다. 여름이 다가오면 조개잡이 체험어장이 서고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들어 성황을 이룬다. 음력 보름과 그믐날 3일 전후로 이른 여름에서 9월 초까지가 가장 적합한 시기이며 물때를 잘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오조리 식산봉 정상
오조리 식산봉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봉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로 30
식산봉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18-4
감성 활짝, 오조리 포구
오조리는 마을회관 옆에 무료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조리 포구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또다른 감성 스폿이다. 포구에는 과거 고깃배를 제조했던 석축이 길게 남아 있다. 이곳과 식상봉 사이에 놓인 둑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 진 것들이다.
오조리 공항가는길 촬영지
오조리 이제하 화실오조리 포구가 유명해진 것은 TV드라마 ‘공항가는 길’이 한 몫 단단히 했다. 현재 이제하 화가의 ‘갤러리 Z’는 극 중 이상윤의 집이다. 본디 선구 보관창고였던 것이 ‘오조리감상소’란 이름의 작은 갤러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오조리 포구오조포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오조리 포구에서는 성산일출봉의 오롯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보름달이 일출봉 위로 오르는 날이면 바닷물이 들어온 통알밭에 또 하나의 달이 반영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쌍월동산이라 부른다. 그러고 보면 오조리는 일출과 월출 모두를 품고 있는 셈이다.
과거 올레길을 걸으며 스쳐 지나갔을 오조리를 다시금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마을에는 제주에서의 하루가 아깝지 않을 만큼의 이름다운 자연과 여행 인프라가 있다. 마을회관 앞 논물의 7월 연꽃, 돌 창고를 리모델링한 ‘돌담쉼팡’에서 고기국수, 문어꼬치구이도 꼭 만나보기를….
오조리 돌담쉼팡성산·오조 지질트레일 (8.3km /4시간)
오조해녀의 집 → 식산봉 → 용천수 ‘족지물’ → 오조리 마을회관 → 튜물러스·밭담 해설 포인트 → 철새도래지 해설 포인트 → 터진목 4.3 유적지 해설 포인트 → 일제 동굴진지 유적지 →성산일출봉 입구 → 오정개 → 시인 이생신 시비 거리 → 성산항·우도 해설 포인트 → 오조해녀의 집
오조리사무소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로 85
전화: 064-782-3182
오조마을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141-16 오조리어촌계
전화: 064-782-2516
돌담쉼팡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로 75
전화: 064-782-3181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트래비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