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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17. 2022

제주다움을 지켜가는
'어멍아방잔치마을'

신풍리는 서귀포시에 있는 작은 마을로 표선면의 신천리, 하천리, 성읍리 그리고 성산읍의 삼달리, 신산리에 둘러싸여 있다. 마을은 동서로 길게 누운 형태를 하고 있는데 내륙에서 바다까지 이어지는 다채로운 자연의 모습과 생활상을 보여준다. 여행지로 신풍리를 추천하는 이유는 제주다움을 지키고 살아가는 몇 안 되는 마을 중 하나기 때문이다.
 

신풍리 바다
신풍리 포구


세계중요농업유산 신풍리 밭담길


이름 그대로 새롭고 풍요로움을 지향하는 신풍리는 오래전 ‘내깍, 내끼’로 불렀다. 내끼는 내(川)의 끝이라는 뜻으로 현재도 마을을 가로질러 커다란 하천이 지난다. 신풍리는 농업의존도가 큰 마을이다.



그런 신풍리에는 제주의 농업 유산 밭담이 거의 원형을 보존한 채 남아있다. 제주밭담은 화산지형의 척박한 환경 속에 바람을 막고 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며 또 경계를 위해 쌓아졌다. 제주 전역의 밭담 총길이는 무려 지구 반 바퀴를 넘는 22,000km에 이른다. 밭담은 고려 중엽에 이르러 그 형태가 완성된 것으로 제주에 말의 방목이 정착화된 시기와 일치한다. 따지고 보면 그 역사가 1,000년이 넘는다.



신풍리 밭담길의 총길이는 3.2km다. 올레길과는 달리 코스도 짧고 평지를 걷는 것이라 어려움도 전혀 없다. 밭담길에서는 제주의 계절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탐스러운 감귤밭을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만발한 유채꽃을 볼 수 있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말라 있던 하천에 드디어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걷는 동안 주민들과의 만남도 쉽게 이뤄진다. 밭담은 밭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신풍리 던데못


밭담길에서 만나게 되는 던데못과 사장터못은 오래전 주민이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가축을 먹였던 봉천수의 자취로 남아있다. 봉천수는 용천수와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땅속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닌 빗물이나 흐르는 물을 담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했던 물통이다. 용천수가 해안가에 분포한다면 봉천수는 중산간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신풍리 사장터못


제주밭담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이어 2014년 4월, 청산도 구들장 논과 함께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제주에는 신풍리 이외에도 성산읍 난산리, 구좌읍 월정리, 평대리, 애월읍 수산리, 어음1리, 한림읍 동명리, 귀덕1리 등에 밭담길이 있다.


신풍리 어멍아방체험마을


신풍리는 어멍아방잔치마을


신풍리는 오히려 ‘어멍아방잔치마을’로 잘 알려진 제주의 대표적 체험형 공동체 마을이다. 어멍, 아방은 어머니, 아버지를 일컫는 제주 사투리다. 2002년 농업진흥청에 의해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되었으며 2020년에는 행복 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어멍아방잔치마을’의 사업 성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 전통가옥에서의 숙박체험을 비롯 전통음식인 빙떡 만들기, 초가지붕 집 줄 놓기, 전통 혼례 체험, 천연염색 등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어멍아방잔치마을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하동로 39
전화: 064-782-7445



하이재 면관에서의 특별한 고기국수


신풍리 보건진료소 부근을 지날 때면 잠시 발걸음이 멈춰지는 스폿 한 곳을 만나게 된다. 잘생긴 개 한 마리가 늘어지게 잠을 자는 뒤편으로 고풍스러운 식당 겸 카페가 있다. 벽난로가 놓이고 넓은 창 면으로 오후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곳의 이름은 펜션 하이재의 면관이다.



대표 오종훈씨는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가옥과 귤밭 800여평을 기반으로 펜션과 면관을 조성했다. 펜션 건물은 현대식 편의 시설과 외관으로 바뀌었지만, 내부 곳곳에는 100년 이상 된 고재들이 단단히 버티고 있다.



특히 펜션 뒤편 아름드리 나무에 설치된 트리하우스는 오대표의 어린 시절 꿈을 형상화 시킨 것이다. 높은 나무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트리하우스는 나무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성장까지 고려해 만들었다.








면관은 높은 천정을 가졌다. 창고의 넉넉함이 공간으로 이어져 편안하고 쾌적하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고기국수다.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모두 제주에서 보냈던 오대표는 제주의 맛을 안다. 그런데 테이블에 오른 고기국수는 제주 전통과는 좀 달랐다. 반쯤 돈 코츠 라멘을 닮은 그 맛은 매우 절묘하다. 부드러우며 세련되고 새롭지만 매우 맛있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오대표가 라멘과 고기국수를 접목해 개발한 레시피라는 것.


커피도 괜찮으니 숙박이 아니더라도 꼭 한번 들러 보기를 강추, 문득 메뉴의 제주식 돔베고기도 궁금해졌다.



하이재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하동로 13
전화: 010-2431-1202


면관하이재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하동로 15
전화: 064-782-0587
가격: 고기국수 7,000원 멸치국수 6,000원 돔베고기 25,000원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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