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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3. 2022

봄은 제주의 계절,
걷고 또 걷고 싶은 '제주의 봄'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바당까지 제주올레21코스 걷기


봄은 제주의 계절이다. 현무암 돌담, 돌담밭, 옛 마을 돌담 골목, 오름과 맑고 투명한 옥빛 바다, 그 모든 풍경과 함께 하는 유채꽃과 땅에 낮게 피어 흙에서 흙으로 퍼지는 생명들, 해녀의 유물.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풍경을 오롯이 다 몸과 마음에 새긴다. 걷고 또 걷고 싶은 제주의 봄이다.


제주의 봄바다


해녀박물관에서 출발하다


제주올레 21코스는 해녀박물관(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 면수동마을회관 낯물밭길, 별방진, 석다원, 하도해변, 지미봉 밭길, 지미봉 정상, 종달항, 종달바당으로 이어지는 11.3km 길이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해녀박물관에서 출발한다. 제주는 해녀의 역사와 문화가 생활이 되어 이어지는 곳이다. 추모와 기념 등 옛 것들을 기리기 위한 탑과 비는 어디나 많은데,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해녀박물관 마당에 있는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탑, 해녀들이 휘날리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조형물,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제주의 산물을 수탈하는데 맞서 싸운 해녀들이었다. 그들의 항일의 기록은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해녀박물관은 그런 곳이다.


등돌
보리통


해녀박물관 마당에 전시된 돌 하나에도 눈길이 간다. 곡물을 찧기 전에 알곡에 수분을 적시기 위해 물을 받던 통인 보리통, 마을 남자들이 힘을 겨루기 위해 들던 등돌은 애기를 많이 낳기 위해 비는 기원의 돌이기도 했다. 잠수부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고무호스를 통해 압축공기를 전달하던 시설을 갖춘 제주의 마지막 잠수기 어선, 탐라호. 해녀들이 안전하게 물질을 하고 풍요롭게 살기를 기원하던 해신당. 


마지막 잠수기어선 탐라호
해신당


제주의 생활사가 가득한 해녀박물관 마당에서 올레길 이정표를 따라 출발한다. 나무들이 성긴 숲을 지난다.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통신 수단이었던 연대가 있던, 연대동산이다. 연대동산 숲을 벗어나면서 바닷가 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연대동산을 지나면서 바닷가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주해녀박물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낯물밭길과 하도해변을 걷다


면수동 마을회관을 지나 낯물밭길로 접어든다. 푸른 밭의 경계는 현무암 돌담이다. 바람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돌담이 나눈 밭은 공간과 도형의 예술이다. 돌담 안 밭에서 자라는 푸른 생명들, 노랗게 피어난 유채꽃은 제주의 봄을 그린 회화다.


현무암 돌담 뒤 지붕 낮은 집들과 바다가 아지랑이에 아른거린다.
낯물밭길 현무암 돌담 아래 피어난 민들레꽃


유채꽃 아래 땅에서 땅으로 퍼지며 자라는 이름 모를 작은 꽃과 풀들은 아낌없이 봄을 사랑한다. 봄볕에 온 힘을 다해 피어난다. 낯물밭길을 걷는 사람들 마음도 그렇다.


낯물밭길


면수동마을회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면수길 13


돌담 뒤 키 큰 마른 풀이 바람에 일렁인다. 그 넘어 파랗고 빨간 지붕이 아지랑이에 아른거린다. 그 풍경의 배경은 한없는 바다다.


별방진 성곽


이름 모를 보랏빛 생명 가득한 밭을 지나 도착한 곳은 별방진이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곽이다. 4m 정도의 높이로 1km 정도 되는 성을 쌓았다. 성안에는 관사와 창고 샘 등이 있었다.


별방진 안 마을


별방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354


남아 있는 성곽 앞에 하도의 바다가 옥빛으로 펼쳐진다. 바다가 멀어질수록 색이 짙어져 코발트빛으로 빛난다.


별방진 앞 하도 바다
신동 코지 불턱


하도의 바다에는 신동 코지 불턱도 있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거나 쉬는 곳을 불턱이라고 한단다. 고참 해녀가 신참 해녀에게 물질의 기술과 해산물이 많이 나는 곳 등을 가르쳐주는 곳이기도 했다. 신동 코지 불턱에서 바라보는 바다에서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도해수욕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지미봉에 올라 우도와 새벽봉을 바라보다


바람의 여신(영등할망)에게 바닷사람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각시당이 바닷가 도로 옆 언덕에서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영등맞이굿은 매년 음력 2월 13일에 열렸다고 한다. 굿 끝에 쌀로 점을 치기도 했으며 각자 준비해온 제물을 조금씩 떼어 바다에 바치는 의례도 치렀다.


각시당


각시당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각시당을 뒤로하고 걷는 바다는 참 맑은 옥빛이었다. 비단이 살갗을 스치는 것보다 부드러운 바람이 팔뚝을 쓰다듬는다. 얼굴을 간질이는 건 햇살이었다.


바닷가 도로


바닷가 도로가 휘영청하다. 하도의 바다를 뒤로하고 걷는 길, 우뚝 솟은 지미봉을 바라보며 밭길을 걷는다. 지미봉에 오른다.


지미봉


지미봉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3-1


지미봉 전망대에서 풍경을 본다. 이곳은 바람의 길이기도 해서, 한시도 바람이 쉬지 않는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식힌다. 해발 162.8m의 지미봉, 낮은 오름이지만 가슴 탁 트이는 전망이 볼만하다.


지미봉에서 본 우도와 새벽봉(성산일출봉)


바라보는 풍경에 우도와 새벽봉(성산일출봉), 식산봉과 두산봉까지 다 들어있다. 종달포구와 종달리 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현무암 돌담이 푸른 밭을 나눈 너른 들녘이 어떻게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지 바라본다. 그 바닷가 들녘에 지붕 낮은 집들이 파랗고 빨간 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겹다.


지미봉에서 본 종달리 마을


종달리마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오랜 세월 저렇게 살고 있는 종달리 마을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 풍경을 두고 내려가기 아쉬웠다. 저기 보이는 저 풍경 속 종달바당이 이 길의 끝이다.


제주올레 21코스 공식안내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11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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