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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Apr 04. 2022

미세먼지 뿌연 봄

Editor’s Letter


<트래비> 강화송 팀장


매번 이 지면의 첫머리를 어떤 문장으로 채워야 할지 심히 고민합니다. 이건 어떨까요, 살구빛 봄입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탈락입니다. 잡지의 계절은 독자님들이 머무는 시간보다 한 달쯤 이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민할 때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후배 기자들이 옆자리에 오갈 때마다 눈치가 보입니다. 뭐라도 적어 봐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나의 주제로 내용을 풀어 가기에는 최근 너무나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울진, 삼척 일대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무려 213시간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는데, 이는 역대 최장 시간 진화와 최대 피해 규모라고 합니다. 여의도 면적의 86배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습니다. 봄은 오겠지만, 꽃은 잿더미를 가려 필 것입니다. 어느 인생에, 한 번의 봄이 사라진 순간입니다.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6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당장 사무실 자리가 하나둘씩 비어 가는데, 파도치는 테트라포드에서 옷깃이라도 젖을까 싶어 조심하는 중입니다. 

한편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었습니다.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고 180일 이내인 사람이거나, 3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에게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프랑스 출장을 떠난 곽서희 기자에겐 희소식이겠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회사로 나와 마감에 동참하면 되겠습니다. 농담 아니고 현실입니다. 곽서희 기자가 공유한 정보에 따르면 인천에서 프랑스로 떠난 비행기는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하늘을 날았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기존의 비행경로가 변경된 탓입니다. 곧 러시아군의 탱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로 밀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지금이 그러니까, 1945년이 지나지 않았던가요.

봄이지만 미세먼지가 뿌옇습니다. 어쩌다 잠깐 펼쳐질 잡지일지라도 <트래비>에서만큼은 쾌청한 봄의 하늘과 향긋한 냉이 내음을 느끼시길 바라며, 그렇게 4월호를 꾸몄습니다. 벚꽃 필 서울의 천과 안나푸르나의 청명함, 부산의 봄, 리스본의 기억 같은 것들을 넣었습니다. 여행으로부터 위로받아 힘껏 달리기도, 잠시 멈추기도, 멋대로 계획을 뒤집기도 하며, 천방지축 봄을 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April 2022 vol.362



11 Editor’s Letter
12 Cover 잎보다 빠른 꽃
14 Travelship <트래비>만의 뉴스 읽기
18 Editor’s Choice 야경 러버들을 위한 봄밤 산책길 4
20 Editor’s Choice 음악 플레이리스트 유튜버 5



22 Special Feature
꽃이 피면 천을 찾는다
봄이다. 벚꽃, 개나리, 매화 가득 피어나는 봄. 멀리 나가기엔 부담스러워 가까운 서울의 봄을 모아 봤다. 청계천과 양재천, 안양천에서 찾은 소소한 재미와 스폿까지. 벚꽃 향기 따라, 서울의 천을 거닐었다. 세상이 차츰 피어나고 있다.



30 Nepal 내 생애 가장 높은 일주일
안나푸르나에서의 일주일. 오르기 전까지는 상상했고, 내려와서는 수십 번 마음에 다시 새겼다. 하늘과 가장 가까워졌던 시간을 담았다.



38 강화도 몸과 마음에 +, 강화도 웰니스 여행
+일 것인가, -일 것인가. 아무래도 뭐든 +를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더욱이 우리 삶이라면. 강화도에서 몸과 마음에 득이 될 여행을 찾았다.

44 제주 할머니 수필가의 따뜻한 제주 기록
여섯 명의 손자들을 둔 여든둘 할머니 수필가의 이야기. 그해 여름의 제주도는 그녀의 펜 끝에서 따사롭게 적혀 내려갔다.



50 Gallery 리스본의 챕터를 읽다
리스본의 어떤 날은 한 편의 동화 같았다. 현실보다는 차라리 환상에 가까워서, 이대로 영영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랐던 날들.



58 Asean 푸껫 에코투어, 반 방롱 마을
푸껫의 동쪽 해안에서 만난 반 방롱 마을 이야기다. 나무에 올라 코코넛을 따고, 무슬림 전통 천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60 Taste 서울에서 찾은 울산의 맛, 주052
울산에서 상경한 2명의 셰프가 선보이는 코리안 비스트로. 왕십리에 위치한 주052에서 전통주 한 잔을 곁들이며 울산을 음미했다.

62 Essay 여행지의 빌런들, 잘 살고 있니?
세상에 좋은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도 있고 전쟁광도 있다. 이집트에서는 뮤지엄 빌런을 만났고, 독일에서는 발성 빌런을 만났다.

66 Interview 백 개의 마음, 위스테이 별내
위스테이 별내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로 친한 아파트란 소리다.



70 Island 곁에 있어 좋은 섬, 장봉도
여행이 주는 감동은 거리에 비례한다고 했던가. 수도권에서 가까운 장봉도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76 강남 강남 산책
강남은 잠들지 않는다. 북적이는 강남역을 지나 논현을 들러 삼성에 도착했다. 서울이 이토록 화려했던가.



84 부여 백제를 부여잡고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다. 소박하고 천진한 동네에서 찾은 재미들. 나는 여전히 마음속 부여를 부여잡고 있다.



90 부산 부산, 봄이라서 더 좋다
특히 따듯한 봄이라서 더 좋을 부산의 명소들을 꼽아 봤다. 천천히 사랑하는 이 손 꼭 잡고 산책하기 좋은 부산 명소들.


96 Dining 커피의 민족
100 News 컬처·북·프로덕트
104 Gift 정기구독자 선물
105 Review <트래비> 2022년 3월호 리뷰
106 Talk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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