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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Apr 27. 2022

같이 걷자, 낭만적인 파리의 밤

파리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맑으면 당연히 그렇고, 흐리거나 비가 와도 문제없다.
해가 저문 시간은 한없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어디를 걸어도 영화의 한 장면 같으니.
파리의 빛을 따라 천천히 거닌 기록이다.


파리의 저녁을 더 빛나게 해주는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 가르니에

Pl. de l'Opéra, 75009 Paris, 프랑스


프랑스 파리는 어떤 계절, 어떤 시간, 어디에서 보더라도 아름다운 도시다. 한 번의 여행으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똑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오전, 오후, 저녁 시간에 따라, 맑거나 흐리거나 혹은 비가 내리는, 눈 오는 등 날씨에 따라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취향에 따라 특정 시간을 더 좋아할 수 있는데, 약간 추운 날 파리의 저녁 거리는 잊을 수 없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에 주황빛이 곳곳에 비치면 파리에 흠뻑 취하게 만든다. 랜드마크 위주로 걷는 것도 좋고, 그냥 빛이 있는 곳을 따라가도 괜찮다. 이번에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작해  샤틀레 레 알(Chatelet Les Halles)역까지 약 3~4km 거리를 걸으면서 앵발리드, 에펠탑, 오페라 가르니에 같은 랜드마크와 극장, 상점가, 식당 등 파리의 일상을 본 여행이다.


파리_Librairie Delamain Gallimard / 퇴근 후 서점을 구경하는 사람들


Librairie Delamain

155 Rue St Honoré, 75001 Paris, 프랑스


어딜 걷더라도 가장 중요한 거 앞, 좌우를 잘 보고,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골목의 빛을 놓치지 말자. 그곳에 생각지도 못한 예쁜 공간이 있으니 말이다. 샹젤리제 거리도 마찬가지다. 개선문이나 럭셔리 브랜드 등의 웅장함과 화려함뿐만 아니라 소소한 공원이 있고, 마리니 극장(Théâtre Marigny)도 있다. 작은 공원의 극장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어두운 공원에 불을 밝히고 있는 극장이다. 이곳은 1883년에 개관한 곳으로 1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여전히 다양한 연극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부도 꽤 고풍스럽다. 


파리_Carre Marigny /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만난 작은 공원,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마리니 극장


Carré Marigny

Carré Marigny, 75008 Paris, 프랑스


샹젤리제 공원 초입에서 그 반대편을 보면 저 멀리 위엄을 뽐내고 있는 앵발리드(Les Invalides)가 보인다. 여러 빛이 혼재하는 순간에도 금빛으로 빛나는 돔 예배당이 가장 먼저 눈길을 가로챈다. 앵발리드는 군사 박물관, 현대사 박물관, 전쟁영웅 안장지인 생 루리 데 앵발리드 교회 등이 모여 있는 복합건물이며, 나폴레옹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 샹젤리제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신문과 간단한 스낵을 파는 키오스크도 볼 수 있는데 파리라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것마저 특별하게 보인다.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앵발리드의 위엄


Musée de l'Illusion Paris

98 Rue Saint-Denis, 75001 Paris, 프랑스


좀 더 걸어가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 등 역사적 이벤트가 많았던 콩코드 광장이 나온다. 그렇지만 센강 방면으로 조금만 빠지면 에펠탑 야경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물론 저녁의 에펠탑도 샤요 궁(Palais de Chaillot)에서 먼저 보는 게 맞지만, 파리를 걷다 보면 스치듯 에펠탑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더 반갑듯이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보는 에펠탑은 왠지 더 신비롭게 다가온다. 또 바스티유 감옥의 돌로 만들어진 콩코드 다리(Pont de la Concorde) 위에서 에펠탑을 보는 것도 괜찮다.


콩코드 다리 근처에서 만난 저녁의 에펠탑


Pont de la Concorde

Pont de la Concorde, 75007 Paris, 프랑스


콩코드 광장을 지나면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는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 닿는다. 맑은 날의 오후, 튈르리 정원은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분수 주위로 놓인 의자에 앉아 파리의 공기를 흠뻑 마시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니까. 여름 시즌에는 관람차 등 놀이기구가 운영되면서 활기찬 기운마저 가득하다. 반면 저녁은 다소 삭막하다. 조명이 거의 없어 어둠 속을 걷는 느낌이다. 다행히 회전목마의 빛이 외로움을 달래줬다. 이 빛에 의존해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이 또한 영화 속 장면처럼 낭만적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외국인만큼 저녁 산책을 할 때 인적이 드문 곳보다는 사람이 많고, 환한 곳 위주로 다니는 게 안전하지만 때로는 모험도 하고 싶다.


파리_튈르리 정원 / 한없이 어두운 튈르리 정원에서 작은 빛을 만들고 있던 회전목마


뛸르히 가든

Pl. de la Concorde, 75001 Paris, 프랑스


정원을 빠져나온 우리를 기다린 건 화려한 상점과 호텔 등이 몰려 있는 리볼리 거리(Rue de Rivoli)다. 파리의 중심에 들어선 셈이다. 이 거리에는 앙젤리나(Angelina),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 PARIS), 라 파티세리 드 세드릭 그롤레 오 모리스(La Pâtisserie du Meurice par Cédric Grolet) 같은 유명 디저트 숍,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 등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건물들이 모두 우아해 그냥 걷는 것만으로 파리를 느낄 수 있다.
 

리볼리 거리는 화려한 가게들이 모여 있어 밤 산책에 적합하다. 사진은 몽블랑으로 유명한 앙젤리나


Angelina Paris

226 Rue de Rivoli, 75001 Paris, 프랑스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화려한 리볼리 거리를 뒤로 하고 좀 더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파리인만큼 걸어 다닐 때마다 오페라 가르니에, 팔레 루아얄 등 화려한 건축물을 만난다. 샤틀레 레 알역에 가까워질수록 퇴근 후 카페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상점에서 무언가를 구경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파리에 스며드는 과정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파리의 일상과 친해지는 셈이다.


파리의 일상, 카페에서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


Café de la Comédie

157 Rue St Honoré, 75001 Paris, 프랑스


열심히 걸었으니 조금의 야식은 괜찮다. 파리에 왔으니 야식도 프랑스 느낌이 나는 걸로 준비하면 어떨까.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파테 또는 테린 등의 샤퀴테리와 함께 와인도 훌륭한 조합이다. 파리에서 샤퀴테리를 찾는다면 메종 베로(Maison Vérot)를 추천하고, 와인은 어디서 구입해도 괜찮은데 5~10유로 정도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와인을 찾을 수 있다.


산책 이후 간단한 야식은 괜찮다. 메종 베로 등에서 샤퀴테리를 구매하고 5~10유로짜리 와인을 곁들이면 딱 좋다


Maison Vérot

35 Bd Haussmann, 75009 Paris, 프랑스



글·사진 이성균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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