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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8. 2022

한강의 시원, 검룡소를 보다
'강원도 산상 트래킹'

강원도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검룡소 구간 약 7~8km 트래킹



함백산에서 북으로 치닫는 산줄기가 은대봉을 세우고 두문동재에서 숨을 고른 뒤 다시 금대봉을 세웠다. 1572m 함백산, 1442m 은대봉, 1418m 금대봉, 가슴 벅차게 달려가는 거대한 산줄기들의 향연, 그 풍경 속 1268m 두문동재 고갯마루에 섰다. 정선군 고한읍에서 태백시로 넘어가는 두문동재 고갯마루에서 금대봉, 분주령, 검룡소로 이어지는 약 7~8km 산상 트래킹 코스 걷는다.

들숨 날숨에 몸 속의 찌든 때가 깎이고, 그 길 위의 여행자를 감싼 모든 자연이 마음을 짓눌렀던 시커먼 그림자를 걷어낸다. 그 길 도착지점은 514km 거대한 물결, 한강의 시원 검룡소다.


산상의 길. 모든 자연의 생명이 이 길에 선 여행자를 감싸며 비호하는 것 같았다.


산상 트래킹이 시작되는 1268m 두문동재 고갯마루


두문동재~검룡소 트래킹을 하려면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이 코스를 처음 걸었을 때에도 그랬다. 이 트래킹 코스는 ‘대덕산 금대봉 생태 경관 보전지역’으로 사람 손길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을 오래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트래킹 출발지점이 해발 1268m 두문동재 고갯마루다. 두문동재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화전동을 잇는 고갯길이다. 싸리재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이곳에 싸리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싸리재를 넘어 태백시내로 가는 길목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추전역이 있다. 추전역의 ‘추전’을 한글로 바꾸면 싸리나무밭이다. 싸리재 싸리나무가 홍수에 떠내려가서 태백시 동남쪽에 있는 절벽에 구멍을 뚫어 지금의 구문소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두문동재에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 왕조가 시작될 무렵의 이야기도 깃들어 있다. 새 나라 조선을 인정하지 않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 은거했던 고려 유신들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들이 두문동 사람들이다. 경기도 개풍군 광덕산 골짜기 두문동에 은거했던 고려 유신들이 그들이다. 강원도 정선 깊은 산으로 들어가 두문동이라는 이름을 짓고 은거했던 고려 유신들도 있었다. 두문동재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가득한 숲


두문동재 고갯마루에서 출발했다. 여느 숲과 다르지 않은 숲길이 시작된다. 출발지점이 해발 1268m이고 급격하게 고도를 높여야 하는 구간도 없으니 산책하듯 걷는다. 이내 갈림길이 나왔다. 고목나무샘 방향과 금대봉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금대봉 쪽으로 가면 금대봉 정상에 도착한 뒤 갔던 길로 다시 돌아와 고목나무샘 방향과 금대봉 방향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정표 갈림길에서 금대봉 꼭대기까지 그리 멀지 않아서 금대봉 꼭대기까지 갔다가 다시 갈림길 이정표로 돌아오기로 했다. 금대봉으로 가는 숲길도 수수해서 좋았다.


두문동재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상의 길을 지나 고목나무샘을 만나다


분주령, 대덕산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숲이 열리고 하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얀 구름이 떠있어 하늘은 더 파랬다. 하늘 아래 보이는 초록색은 전부 산이고 숲이다. 초록을 배경으로, 초록빛 사이에 점점이 박힌 건 들꽃들이었다. 그 모든 생명이 피어난 산, 그 산에 난 오솔길, 산상의 길을 걷는 것이다.

공기마저 달았다. 뙤약볕에 땀방울이 흐른다. 휘발하는 들꽃 풀밭 흙길 나무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도심의 매연과 생활에 찌든 몸속의 찌꺼기가 들숨 날숨에 깎여나가는 것 같았다. 일상에 드리운 시커먼 그림자마저 벗겨졌다. 몸과 마음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길은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그 길에서 고목나무샘을 만났다.


가지를 넓게 벌린 나무. 걷지만 말고 쉬었다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고목나무샘은 나무뿌리 아래 돌 틈 사이로 쫄쫄쫄 떨어지는 물줄기가 만든 작은 옹달샘이다. 고목나무샘과 함께 제당굼샘, 물골 석간수, 예터굼 등을 합쳐 네 개의 작은 샘에서 나는 물이 땅속으로 스민 후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의 물과 하나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앞서 가는 사람들이 빼곡한 숲을 지난다. 오솔길 옆 풀숲에 허리까지 잠겨 보인다.


고목나무샘을 뒤로하고 숲길을 걷는다. 양쪽으로 갈라진 줄기 한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쉬었다 가라는 듯 나무는 곁을 내주었다. 물도 달았다.

하늘을 가린 빽빽한 숲길을 걷는다. 앞에 가는 사람들 모습이 멀리 보인다. 숲에 허리춤까지 잠겼다.


분주령에서 검룡소로 내려가는 길 초입


분주령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한소리



언제나 처음처럼 샘솟는 한강의 시원, 검룡소를 보다


다시 숲이 열리고 하늘이 드러났다. 파란 하늘 아래 먹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분주령이다. 분주령은 강원도 정선군 백전리와 태백시 창죽동을 잇는 고갯길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넘던 고개라고 한다. 대덕산과 검룡소로 길이 갈라진다.


검룡소 가는 길


분주령에서 곧장 검룡소 쪽으로 내려가도 되고 대덕산을 들러 검룡소 쪽으로 내려가도 된다. 시간이 어중간해서 검룡소 쪽으로 바로 내려섰다. 웃자란 풀에 오솔길이 어렴풋하다. 그 길을 따라 숲으로 다가선다. 숲길은 편안했다.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첫 계곡


검룡소로 가는 길을 하늘 높이 자란 나무들이 인도한다. 길가 계곡에 투명하게 맑은 물이 흐른다. 계곡 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검룡소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계곡을 거슬러 가다 데크길로 접어든다. 푸른 이끼 낀 크고 작은 바위, 바위에 파인 골을 따라 하얗게 부서지며 흐르는 물줄기, 그 위에 검룡소는 있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작은 물웅덩이. 맑은 물이 고인 웅덩이 한쪽에 물이 샘솟는 작은 구멍이 보인다.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명승, 검룡소다. 한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저 숲속에 평범한 웅덩이로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514km 거대한 물줄기, 한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만든 작은 폭포.


전설에 따르면 검룡소에는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가 산다. 검룡소 아랫마을에 사는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옛이야기, 이무기가 검룡소에 빠진 소를 삼키듯 잡아먹는다는 소문에 검룡소를 나무로 덮었던 적도 있었다.

금대봉 자락 해발 951m 숲속 웅덩이에서 하루 24시간 2000톤의 물을 뿜어내는 검룡소, 엄동설한 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검룡소, 한강의 시원 검룡소에서 트래킹을 마무리했다.


검룡소에서 흘러넘친 물이 암반바위에 골을 만들었다.


검룡소에서 샘솟는 물줄기가 웅덩이에 고였다 흐르며 처음 만들어내는 묘경을 오래 보았다. 오랜 세월 물줄기는 암반바위에 골을 만들었다. 물이 흐르는 대로 만들어진 암반바위의 골, 그 골을 따라 흐르는 검룡소의 첫 물줄기. 그 모습이 승천을 기다리기 위해 검룡소로 들어간 이무기가 지나간 자국이 아닐까 생각했다.

언제나 처음처럼 샘솟는 한강의 시원,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를 따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검룡소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1-1


금대봉자연생태계보전지역

강원도 태백시 화전동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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