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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1. 2017

시드니에서 즐기는
브런치 푸디 투어

먹고, 마시고, 여행하라!

지금 시드니에서는

호주는 이민자의 나라이니 이렇다 할 전통 음식은 없을 테고, 그렇다면 마땅히 먹을 만한 음식도 없을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섣부른 오해였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한데 섞여 ‘멀티 컬처’를 자랑하는 호주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의 모든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창의적인 도전이 필요했다. 시드니에서 만난 모든 음식들이 하나같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로 이번 취재는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접근성이나 동선보다는 ‘리얼 맛집’, ‘핫한 맛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아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잠시 스포일러를 풀어 보면 시드니에는 최근 몇년 전부터 뜨는 동네가 있다.
 
우선 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가 있는 치펜데일(Chippendale)이다. 과거 물류 창고와 공장 등으로 가득해 삭막했던 동네가 몇년 전 클래식한 분위기의 올드 클레어 호텔(The Old Clare Hotel), 코이 디저트 바(KOI Dessert Bar) 등이 들어서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의 힘도 한몫했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생겨나자 치펜데일의 분위기는 한결 트렌디한 느낌으로 변신했다. 로즈베리(Rosebery)라는 동네도 마찬가지다. 뜨는 두 동네의 공통점은 색다른 도전정신이 깃든 요리와 분위기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이나 디저트, 커피숍 등 ‘맛’이 있다는 것. 맛있는 곳에 시드니사이더(Sydneysider), 시드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몇 날 며칠 맛의 세계에 입문하고 나니, 어느새 ‘푸디(Foodie)*’가 되어 버렸다. 
 

*푸디(Foodie)
식도락가를 의미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 상 해시태그로도 많이 등록되고 있다. 푸디 투어(Foodie Tour)는 ‘먹방 여행’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나 유명 맛집을 줄줄이 꿰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당신, 푸디가 분명하군요! (You are definitely foodie!)”라고 한껏 칭찬해도 좋겠다.


Brunch
빛 좋고 공기 좋은 시드니에서는 야외에서의 브런치가 필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브런치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자.


정체가 궁금해 
더 그라운드 오브 알렉산드리아 (The Grounds of Alexandria)


감히 데이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스토랑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회사와 공장들이 들어선 외곽에 위치하지만 찾아가는 수고로움마저 인내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그라운드 오브 알렉산드리아는 2012년 낡은 창고를 개조했다. 시드니에서 핫한 레스토랑으로 평일 브런치도 예약이 필요할 정도. 

이곳은 레스토랑이라고만 단정 지을 수 없는 콘셉트다. 우선 인테리어는 수많은 꽃과 식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여심을 자극한다. ‘비주얼 갑’을 자랑하는 꽃집부터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들이 하늘정원을 연상케 한다. 입구에서는 앵무새가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닭이며 돼지, 양, 염소를 키우는 작은 동물 농장도 독특한 즐거움을 준다.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자 이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카페며 레스토랑이 생겨났다. 삭막한 산업단지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니 공로도 대단한 셈이다.  

맛집 타운처럼 선보이는 음식들도 다양하다. 호주식 요리부터 베이커리, 커피, 디저트 등 메뉴나 콘셉트에 따라서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신선한 로컬 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허브와 채소 등은 직접 재배한다. 

브런치는 커피 로스터리에서 즐길 것을 추천한다. 시간대별로 브런치와 런치 메뉴부터 커피와 베이커리를 선보인다. 샤워 도우 빵 사이에 세라노 햄(Serrano Ham), 초리소(Chorizo) 소시지, 구운 토마토, 아보카도 등을 넣고 달걀 프라이를 얹은 ‘더 그라운드 빅 브레키(The Grounds Big Brekkie)*’는 손색없는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호주식 샤워 도우 위에 치즈와 와규, 달걀 프라이를 얹은 재플(Jaffle)과 킹크랩을 넣은 통통한 오믈렛, 버거도 인기. 


꼭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커피는 필수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어떤 종류의 커피를 선택하더라도 실패할 일이 없다. 콜드 브루 커피 얼음을 채운 투명한 컵과 하우스 블렌드 샷을 함께 내어주는 ‘분리된 아이스커피(Deconstructed Iced Coffee)’가 비주얼 면에서 단연 상위권이다. 지난 5월에는 힐튼 호텔 시드니 바로 옆에 더 그라운드 오브 더 시티(The Grounds of the City)카페를 오픈했다는 희소식도 전한다.  


*브레키(Brekkie)는 호주에서 아침식사를 뜻한다. 호주 영어는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브렉퍼스트(Breakfast)를 줄여 브레키라고 말한다.

더 그룬즈 오브 알렉산드리아

7a/2 Huntley St, Alexandria NSW 2015 오스트레일리아

 
가격: 더 그라운드 빅 브레키 22AUD, 더 그라운드 재플(Jaffle) 18AUD, 킹크랩 오믈렛 22AUD, 라떼·플랫 화이트·카푸치노 S 4AUD  
주소: Building 7A, 2 Huntley St, Alexandria, NSW, 2015
전화:  +61 2 9699 2225 
오픈: 월~금요일 07:30~16:00, 토~일요일 07:30~16:00
홈페이지:  www.thegrounds.com.au

Tip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무지개빛으로 염색한 장미꽃다발이다. 레스토랑 중간에 위치한 꽃가게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민트색 클래식 자동차 앞과 입구에서 반기는 앵무새와도 인증샷을 많이 남긴다.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메뉴로는 더 그라운드 빅 브레키와 버거, 케이크 등이 있다.




추천 불가 브런치 
더 타이니 자이언트 피터샴 (The Tiny Giant Petersham)


누가 그러지 않았나. 여행은 살아 보는 거라고. 여행객보다 진짜 로컬의 발걸음이 닿는 브런치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성공한 셈이다. 더 타이니 자이언트 피터샴은 야외석을 합쳐도 기껏해야 테이블 열 개 남짓의 작은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이마저도 찾아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운타운을 벗어난 주거지역인 피터샴(Petersham)에 조용하게 자리를 잡았다. ‘브런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는 배포도 있다. 

어딜 가나 베스트 메뉴를 묻는 당신이라면 쉽지 않겠다. 모든 메뉴가 훌륭해 어느 것 하나 콕 집어 추천하기 어렵다는 웨이터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실제로 주변 테이블을 염탐해 보니 겹치는 메뉴는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래머들이 꼽은 메뉴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우선 눈으로만 봐도 보드랍고 달달한 핑크색 페르시안 솜사탕이 올려진 브리오슈 토스트(Brioche Toast). 고소하고 달달한 브리오슈 빵 위에 딸기와 블루베리, 라즈베리, 무화과를 비롯해 각종 견과류로 아낌없이 장식했다. 메이플·캐러멜 시럽까지 솔솔 뿌려 달콤함은 배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럽과 마스카르포네(Mascarpone) 치즈에 브리오슈 빵은 더욱 촉촉해지기도. 

이에 견줄 만한 메뉴는 누텔라 & 오레오 크로넛(Cronut)이다. 크로넛은 크루아상과 도넛을 합친 빵 종류다. 겹겹이 촉촉함을 자랑하는 크루아상 반죽을 도넛처럼 튀긴 빵으로 절반을 뚝 갈라 버터크림을 꽉 채웠다. 그 위에는 잘게 부순 오레오 쿠키를 뿌리고 누텔라 초코잼을 채운 주사기를 꽂아 데코레이션했다. 

독특한 비주얼로 인스타그래머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메뉴. 하지만 사실 두 메뉴는 너무 달콤해 디저트에 가깝다. 든든한 한 끼 식사로는 토마토 소스에 달걀, 각종 채소를 천천히 익혀 무쇠 그릴 팬에 담아 낸 따뜻한 요리를 추천한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면 국밥처럼 생각나는 메뉴가 됐다. 
 
가격: 브리오슈 토스트 17.9AUD, 누텔라 & 오레오 크로넛 7.9AUD, 베이크 핫팟(Baked Hotpot) 16.9AUD
주소:  110 Audley St, Petersham, NSW, 204  
전화: +61 2 8065 4684  
오픈: 월~금요일 06:30~15:00, 토·일요일 07:30~15:00
홈페이지:  www.thetinygiant.com.au

The Tiny Giant Petersham

110 Audley St, Petersham NSW 2049 오스트레일리아


Tip
음식 사진은 나뭇결을 살린 테이블 위에 두고 상공에서 찍는 것이 좋다. 후추와 소금 등 양념통과 커트러리를 소품으로 활용하자. 주사기를 꽂은 크로넛은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배경을 뿌옇게 날리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주사기 속 누텔라 초코잼을 뿌리는 장면을 연출하면 독특한 비주얼을 얻을 수 있다.




너와 셸리 비치를 걷는다면 
더 보트하우스 셸리 비치 (The Boathouse Shelly Beach)

호주 사람들은 바다와 친하다. 호주에서의 수영은 취미이자 생활이고, 서핑은 국민체조처럼 흔하다. 나라 전체가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니 그럴 만도. 도시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깨끗한 해변이 지천이다. 숫자로 보면 호주 전역에는 1만1,761개의 해수욕장이 있다니 그 규모가 피부로 와 닿는다. 시드니에도 본다이 비치를 비롯해 해안선을 따라 수많은 해변이 알알이 박혀 있다. 서퍼들로 활기가 가득찬 본다이 비치 말고, 좀 더 차분한 배경을 원한다면 맨리(Manly)로 가자. 이름도 예쁜 셸리 비치(Shelly Beach)가 보석처럼 숨어 있다. 서큘러키(Circular Quay)에서 페리를 타고 약 30분 거리에 있어 여행 중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선착장에서도 가까운데,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가볍게 걸어도 좋다. 잔잔한 바다를 끼고 끝까지 걸으면 셸리 비치다. 비치라고 하지만 1분이면 거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해변. 셸리 비치를 끼고 가장 깊숙한 곳에 유일한 레스토랑인 ‘더 보트하우스’가 있다. 

바닷가를 앞에 둔 레스토랑으로 대표 메뉴는 역시 싱싱한 해산물이다. 알이 굵직한 석화와 참치회를 얹은 크래커, 날것의 향을 그대로 남겨 둔 연어와 생새우 등을 줄줄이 서빙한다. 하지만 테이블마다 한 개씩 놓여진 메뉴는 누가 뭐래도 피시 앤 칩스다. 

보통 호주에서는 피시 앤 칩스에 바라문디(Barramundi)를 쓰지만 이곳에서는 농어를 선택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흰살 생선을 바삭하게 튀겨내 접시 한가득 내어 오는데 고소한 냄새에 한 번, 그 맛에 한 번 반하기 마련이다. 

두툼한 패티와 베이컨, 각종 채소를 겹겹이 쌓아 큼직한 버거도 인기다. 여기에 버거에는 흔하지 않은 비트를 썰어 넣어 신선한 맛을 더한다. 손가락보다 두꺼운 감자튀김은 배가 빵빵해져도 멈출 수 없을 것. 캐주얼한 느낌의 브런치 카페로 아침부터 북적인다. 

The Boathouse

1 Marine Parade, Manly NSW 2095 오스트레일리아


가격: 참치 크래커 26AUD, 비프 버거 26AUD, 씨푸드 플래터 2인 기준 95AUD
주소: 1 Marine Parade, Manly, NSW, 2095
전화: +61 2 9934 9977  
오픈: 07:00~ 16:00
홈페이지: www.theboathousesb.com.au

Tip
비주얼로는 비프 버거와 참치 크래커가 좋겠다. 하지만 미식가라면 피시 앤 칩스를 선택하길 권한다. 해변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임을 짐작할 법한 닻을 그려 넣은 카페 라떼는 맛도 비주얼도 훌륭하다. 사진을 위한 자리는 빛이 잘 드는 야외 테라스가 좋다.




귀여운 여인을 위한 브런치 고윙즈 바 & 그릴 (Gowings Bar & Grill)

타운 홀에는 깜찍한 호텔이 있다. 이름마저 큐티 호텔(QT Hotel)이다. 다른 의미가 있나 했더니, 말 그대로 ‘귀여운’이라고 해석해도 된단다. 독특한 콘셉트의 큐티 호텔에는 올 데이 다이닝을 선보이는 고윙즈 바 & 그릴 레스토랑이 있다. 아침식사부터 점심, 저녁을 책임지고 가벼운 칵테일과 수제 맥주 등 주류도 다양하다. 

현지인이 ‘강추’하는 메뉴는 오믈렛이다. 오믈렛 이야기를 하며 침을 꿀꺽 넘기던 현지인은 바로 호주정부관광청 스콧 워커 한국지사장이다. 그에게 한 표를 받은 오믈렛은 사용하는 달걀부터 남다르다. 닭장 속에 갇힌 닭이 기계처럼 낳은 달걀이 아닌 자유롭게 뛰놀며 지낸 닭이 낳은 달걀을 사용한다. 신선한 유정란 세 개를 풀어 케일, 근대, 표고버섯 등 다진 채소와 함께 익힌 오믈렛은 고소하고 부드럽다. 그 위에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올리고 참깨빵과 함께 내준다. 

짜지 않고 담백한 오믈렛은 빵이 없이 자체만으로도 든든하다. 따뜻한 플랫 화이트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 오믈렛은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돈다. 이밖에도 훈제연어 오믈렛, 스크럼블 에그 등 다양한 달걀 요리도 제공한다. 
 

Gowings Bar & Grill

1/49 Market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Tip 
큐티 호텔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을 사용한다. 창문이 크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커튼으로 빛을 가리고 있어 사진 촬영에는 취약한 환경이다. 테이블마저 블랙 컬러다. 최대한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빛을 등지고 사진을 찍는 것이 좋겠다. 붉은 색감의 아삭한 수박 샐러드는 아침식사로 가볍게 추천한다. 사진 속 메뉴는 모닝 토스트.

가격:  화이트 오믈렛(Free Range Egg White Omelette) 21AUD, 에그 록펠러(Eggs Rockefeller) 29AUD, 커피 4.5AUD
주소:  49 Market St, Sydney, NSW, 2000
전화: +61 2 8262 0000  
오픈: 06:30~ 00:00
홈페이지:  www.qthotelsandresorts.com/sydney-cbd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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