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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Oct 13. 2022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파리 여행하기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 사랑의 도시…파리를 어떻게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나만의 정의를 내려야지. 남들 다 하는 파리 여행 말고 진짜 파리지앵처럼 보낸 하루를 공유하려 한다.



파리에서 만든 정통 크루아상


파리에서는 어딜 가나 아침으로 크루아상과 에스프레소 세트 메뉴를 판매한다. 고소한 버터향과 씁쓸한 에스프레소 맛에 반해 아침마다 숙소 근처 카페를 배회하다가 아침만 두 번 먹은 적도 있다. ‘파리’ 하면 맛있는 베이커리와 디저트가 떠오른다. 바게트, 밀푀유, 에끌레르…제일은 크루아상이다. 그래, 베이킹 수업이다. 파리에서 정통 크루아상을 만드는 것만큼 파리지앵스러운 일이 있을까?
 


쿠킹 스튜디오는 생제르망 데 프레(Saint-Germain-des-Prés) 중심부에 위치한 어느 오래된 건물의 안뜰에 있다. 영어로 진행되는 크루아상 만들기 수업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업이다. 영어가 서툴러도 상관없다. 어차피 요리는 손기술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낯선 이와 짝을 이뤄 반죽하고, 밀대를 밀고, 밀가루를 뿌리며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를 완성해 나간다. 반죽 양에 비례할 만큼 꽤 많은 양의 크루아상을 구워내는데 수업이 끝난 후 둘러앉아 티타임에서 나눠 먹고 남은 빵을 수강생들이 전부 나눠 가져간다. 3일 정도 아침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다. 스튜디오 근처에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명소가 즐비해 갈색 종이 봉투에 든 크루아상을 껴안고 센느 강으로 피크닉을 나가도 좋다.



발레 종주국에서 발레 원데이 클래스


설립된 지 160년이 넘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는 현재 에뚜왈(수석) 박세은을 비롯한 여러 한국인 무용수들이 소속되어 있다. 명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클래식 공연을 기대하며 한껏 차려입고 발레 공연을 보러 가도 좋지만, 직접 발레 동작을 배워보는 수업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발레도 이제 생소하던 장르에서 벗어나 엄연한 성인 취미로 자리 잡았다.



마레 지구에 있는 발레 학원(Centre de Danse du Marais)은 100년이 훌쩍 넘은 홀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발레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예술 수업이 이루어진다. 아프리칸 댄스, 현대무용, 요가 등 춤과 관련된 수업은 물론 노래, 피아노 등 음악 수업도 있다. 100년 전 유명 무용수가 밟았을지도 모를 마룻바닥 위에서 발레 수업을 받는 경험은 과거와 연결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초보자여도 상관없다. 누구도 눈치 주지 않고 아무도 눈치 보지 않는다. 예술의 도시에 왔으니 내 안의 흥을 뽐내 보자.


Dance Center Du Marais

41 Rue du Temple, 75004 Paris, 프랑스



자전거 타고 파리 일주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재생하면 도입부 3분 18초 동안 재즈 선율에 맞춰 파리 전경만 보여준다. 천천히 흐르는 센느 강을 따라 카메라 렌즈가 이동하면서 루브르를 보여주고, 자동차 꽁무니를 쫓아 에펠탑, 개선문도 보여준다. 인물도 줄거리도 없지만 파리 자체가 훤히 보인다.



파리를 돌아다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버스나 메트로를 이용해도 좋고 TGV로 근교 여행을 떠나도 좋지만, 하루 정도는 센느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미니 투어를 해야 한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눈으로 천천히 담을 좋은 기회다.



‘Simply France Tours’에서 진행하는 투어에 참여하면 섬세한 설명을 들으며 여유롭게 파리를 둘러보고, 현지인이 꼽은 트렌디한 장소도 구경할 수 있다. 낯선 여행자는 모를 골목길, 조용한 광장 등 파리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장소에 얽힌 일화와 역사는 덤으로 알게 될 것이다.


Simply France Tours

Parking SAEMES, 7 Pl. de l'Hôtel de Ville, 75004 Paris, 프랑스



로댕 미술관에서 즐기는 로맨틱 피크닉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으로 유명한 로댕 미술관은 미술관 내부와 바깥 정원이 모두 아름답다. 초등학생들이 미술관 한 쪽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거나 정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덩달아 여유로워진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이 로댕 미술관을 거닐며 서로의 지식을 뽐내는 장면이 불현듯 떠오른다.



정원 곳곳에 설치된 조각품을 산책하듯 둘러보면 영화 속 장면을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잔디 망가진다고 내쫓을 사람 없으니 작은 돗자리와 물병을 챙겨가자. 필자는 벤치에 드러누워 마음껏 파리 하늘을 구경하다가 등이 배겨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야 했다.


로댕 미술관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프랑스



파리 여행의 색다른 결말



익숙하고 뻔한 일상도 파리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낯선 여행지라면 뭐든 특별해지기 마련이지만. 평범하게 걷는 행위조차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에펠탑을 바라보며 걸으면 몸 안에 차오르는 묘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파리를 즐기는 수백 가지의 방법 중 ‘경험’이야말로 파리에서의 시간을 진짜로 만들어준다. 그러니 사소한 것이라도 파리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 보자. 요리 수업, 야외에서 그림 그리기, 에펠탑 피크닉, 발레 수업, 야외 요가 등등.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파리 앞에 붙을 나만의 정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에펠탑

Champ de Mars, 5 Av. Anatole France, 75007 Paris, 프랑스



글·사진 Travie Writer 원희래  에디터 장세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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