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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08. 2022

고양을 더 특별하게
‘행주’가 붙은 고양 여행

'행주’가 붙은 고양 여행은 무언가를 기대하게 한다.
산성과 서원, 성당, 장어, 국수 같은 보통명사에도 두 글자만 더해지면 
특별한 공간이 되는 것처럼.


행주산성 정상에 서면 행주대첩비와 대첩비각이 여행자를 반긴다


행주대첩의 숨결
행주산성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의 무대다. 행주대첩은 1593년 2월12일(음력) 행주산성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로, 조선군은 권율 장군의 뛰어난 전략전술을 바탕으로 일본군 3만여 명을 대파했다. 우리 역사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고양특례시의 랜드마크로 꼽을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은 행주산성의 주 출입문인 대첩문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다. 들어가자마자 행주대첩을 이끈 권율 장군의 동상과 인사한다. 1986년 역사적 고증을 통해 김세중 조각가가 제작했다고 한다. 산성 초입에 장군의 동상이 있으니 여전히 이곳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걸으면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 ‘충장사’, 신성한 곳을 보호하는 의미를 지닌 홍살문 등을 지난다. 

가벼운 산책보다는 힘이 들어가는 비탈길을 걸어 오른다. 나무가 만든 터널이 끝날 때 즈음 방화대교와 한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윽고 덕양정(덕양산의 이름을 딴 정자)과 대첩비각, 행주대첩비, 대첩기념관 등이 있는 정상에 다다른다. 우뚝 솟은 15.2m의 행주대첩비는 1970년 건립한 것이다. 

특히, 대첩비각에 있는 행주대첩비는 권율 장군이 돌아가신 후 행주대첩의 승전을 되살리고자 장군의 휘하 장수들이 뜻을 모아 세운 것이라고. 당대 최고의 문장가 한석봉이 글씨를 썼으며, 행주산성의 유일한 문화재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다만 글씨 부분은 많이 마모돼 거의 알아보기 힘들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행주대첩비가 있는 곳이 행주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이곳에 서면 한강과 자유로, 대덕생태공원이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역사적 가치만큼 사방이 탁 트인 전망도 행주산성 여행의 매력을 배가하는 요소다.


행주산성의 색다른 매력 '야간개장', 매년 3~10월 사이에 만날 수 있다 ©고양특례시


참, 이곳을 즐기기 위해서 야간개장일과 문화행사를 챙겨 보면 더 좋다. 행주산성의 야경은 3~10월 사이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마다 감상할 수 있으며, 때때로 역사, 생태 프로그램 등도 진행된다. 또 매년 4~5월 화창한 봄날에는 행주산성 일대에서 문화 축제인 ‘행주가 예술이야’, ‘고양행주문화제’도 열린다.

행주산성
주소: 고양시 덕양구 행주로15번길 89   
전화: 031 8075 4642 
입장료: 무료
운영시간:  09:00~18:00(11~2월 17:00까지, 입장 마감은 관람 시간 1시간 전까지, 월요일 휴관) 



여행을 완성하는 공식
행주서원·행주성당·행주역사공원


행주산성에 왔다면 행주서원과 행주성당, 행주역사공원까지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3곳 모두 행주산성 지척에 있는 곳이라 도보로 이동해도 괜찮다. 


한적하게 거닐기 좋은 행주서원


행주서원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로 127-17 서원


아담한 규모의 행주서원은 1842년에 세워졌는데 이곳은 행주대첩을 이룬 권율(1537~1599년) 도원수(전쟁시 부여되는 임시 관직)의 전공을 기리고 호국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왕명으로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원래 충절을 기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후학을 가르치는 서원의 기능이 더해져 교육기관으로의 역할도 하게 되면서 행주서원으로 불리게 됐다고. 원래의 서원은 한국전쟁 때 완전히 소실됐고, 지금의 모습은 1988년부터 복원을 시작해 11년 뒤인 1999년에 완성되었다. 평일 오후에 가면 한적한 모습의 서원을 볼 수 있는데, 복원된 건축이라 해도 조선시대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이자 한옥성당인 행주성당


행주성당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로144번길 50


다음은 1900년대로 이동한다.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로 꼽히는 고양 행주성당이다. 행주성당은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에서 명동성당과 약현성당 다음에 지어진 성당으로, 고양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이다. 1910년에 처음 지어져 1928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고, 새롭게 증축했다. 주 출입구는 팔작지붕, 제대 쪽은 맞배지붕으로 돼 있다. 지금의 행주성당은 1950년대의 사진 등 옛 모습을 고려해 2015년에 보수한 것이다. 한옥 성당의 원형을 유지한 채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다. 내부도 한옥 특유의 아늑함이 있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원목의 따스함이 스며든 공간이다.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도 든다. 


행주성당


마지막 목적지는 한강 하구에 있는 행주역사공원이다. 이곳은 행호정, 빨랫돌머리, 역사광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옛 군사경계초소가 행호정이라는 전망대로 바뀌었는데, 이곳에서 한강과 김포, 행주대교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빨랫돌머리는 행주 아낙네들의 공간인 옛 빨래터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한강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 강변을 따라 테이블과 파라솔이 구비돼 있어 소풍을 와도 좋겠다. 간단한 간식을 두고 담소를 즐기기 딱 좋은 환경이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버드나무와 잔잔한 한강을 보며 한껏 여유를 누려 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지 말고 행주나루터, 한강평화공원까지 여행을 이어가는 것도 괜찮다. 



든든하거나 푸짐하거나
행주장어·행주국수


많은 명소가 그러하듯 행주산성 주변에도 식당과 카페가 밀집해 있다. 행주산성과 행주산성역사공원, 행주성당, 행주서원지를 다 보려면 제법 걸어야 한다. 당연히 허기도 뒤따라온다. 다음 여행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다. 보양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장어구이를, 가성비를 챙기려면 행주국수가 딱이다.


행주산성 관람 후에 즐기는 든든한 장어구이


행주나루터 근처에는 장어 새끼들을 양식하는 곳이 있다. 행주산성 부근 민물장어 전문 식당이 많은 이유다. 1인분 가격이 5만원 내외라 접근하기 쉬운 가격은 아니지만, 맛은 확실하다. 초벌을 마친 장어구이를 식탁에서 한 번 더 구워 주는데, 진한 장어의 풍미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담백한 소금구이, 입에 착 감기는 소스가 매력적인 양념구이, 간장구이가 준비돼 있으며, 여러 밑반찬과 고슬고슬한 쌀밥이 푸짐한 밥상의 조력자가 된다. 이 밖에도 닭백숙, 메기 매운탕 등의 메뉴를 같이 내고 있어 여러 사람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또 족구장을 갖추고 있는 식당이 많아 회식이나 모임에도 적합하다. 


엄청난 양의 행주국수, 음식이 앞에 놓이면 일단 놀랄 것이다


행주국수는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엄청난 양이 특징이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가 기본이며, 추어국수 같은 가게별 특별 메뉴를 팔기도 한다. 워낙 양이 푸짐해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한 그릇을 다 먹기도 벅찰 정도다. 화려하거나 독보적인 맛은 아니지만,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푸근한 맛이다. 잔치국수, 비빔국수를 모두 시켜 나눠 먹으면 좋고, 만두나 부침개 등을 곁들여 먹으면 충분히 풍성한 식사가 가능하다. 남녀노소는 물론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들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국수 가게들은 붐빈다. 



식사 후에는 역시 커피가 제격. 행주산성 근처에도 베이커리와 커피를 모두 책임지는 대형 카페가 많다. 여기에 테라스, 루프톱을 갖추고 있어 한강을 조망하며 여행에 쉼표를 찍을 수 있다. 


강변정 장어구이
주소: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로 144
영업시간: 11:00~22:00
가격: 민물장어구이(1인분) 4만5,000원
전화: 031 972 7176


행주국수
주소: 고양시 덕양구 행주로17번길 7
영업시간: 08:00~20:00(수요일 휴무)
가격: 잔치국수 6,000원, 비빔국수 6,500원, 추어국수 9,000원
전화: 031 978 7400


다르모
주소: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로 121
영업시간: 10:00~22:00
가격: 아메리카노 6,000원, 바닐라 라떼 7,000원, 장미에이드 7,000원
전화: 031 979 3148



고양의 저녁을 수놓는
노래하는 분수대


형형색색 분수로 고양의 하늘을 수놓는 노래하는 분수대


행주산성 야간개장이 운영되지 않는 시기에는 일산호수공원이 저녁 여행을 책임진다. 일산호수공원 서쪽 광장에 노래하는 분수대가 있기 때문. 행주산성 장어, 국수, 먹거리촌, 일산호수공원 가로수길 등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면 공연 시간에 가까워진다. 사람들도 서서히 분수대 주위로 모여든다. 매년 4~10월 오후 8시에 공연이 시작되는데, 10~20분 전부터 많은 인파가 분수대를 빙 둘러싼다. 25분간 다양한 테마의 노래에 맞춰 화려한 색감의 분수쇼가 펼쳐지고, 노래가 절정에 다다르면 35m에 달하는 물줄기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보라색, 남색, 분홍색 등 형형색색의 분수가 일산 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린다. 넋 놓고 쇼를 보면 25분의 공연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크게 상심하진 말자. 주말 및 공휴일에는 2번의 공연이 진행되니까. 

일산호수공원노래하는분수대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731 
운영시간: 4~10월 운영(일정은 월별 상이)
전화: 031 924 5822
홈페이지: www.gys.or.kr/music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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