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Cycling in Provence
자전거를 타고 프로방스의 수채화 같은 풍경 속을 달렸다.
바람의 맛을 음미하고, 꽃과 구름의 색깔과 모양을 눈에 담고, 들풀과 바람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페달을 밟은 시간의 기록.
DAY 0 - 프로방스의 인사
상상 속에서 수십 번을 그렸다. 어느 날엔 꿈에도 나왔던 것 같다. 프로방스, 드디어 이곳에 우리가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계선에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프로방스를 달린 커플의 이야기
작은 것이라도 애정이 가는 ‘내 자전거’를 가져 본 사람은 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 길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에 기록되는지를. 그걸 아는 사람들은 힘들게 자전거를 이고 지고서라도 어디로든 떠나 달리고 싶은 것이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조용성(이하 용성), 김민경(이하 민경) 커플처럼.
용성이 처음 자전거의 매력을 알게 된 건 21살이었던 10년 전이다. 20만원짜리 자전거를 사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 거리를 나흘 만에 종주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자전거 동호회 ‘두바이(두 바퀴로 하나 되는 이십대)’를 만들었다. 값비싼 자전거 장비를 살 돈이 없는 20대가 편하게 모여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 동호회에는 1,800명의 회원이 모였고, 지난해 ‘두바삼(두 바퀴로 하나 되는 삼십대)’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민경은 자전거를 타고 싶어 두바이의 문을 두드린 인연으로 용성의 여자친구가 됐다. 다른 커플들이 영화관, 커피숍, 전시회장에 갈 때 둘은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를 즐겼다. 올해로 동호회의 역사도 4년, 둘의 역사도 4년이다. 민경은 자전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남자친구 덕에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지며 실력을 키웠다.
용성과 민경은 2014년, 미니벨로를 타고 40일 동안 유럽을 여행했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7개국을 자전거로 누볐다.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 짐을 싣고 캠핑을 하며 다녔다. 즐겁고 행복했지만 단 한 가지, 짐의 무게 때문에 마음껏 속도를 내 달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단다. 여행을 마치며 언젠가는 로드바이크로 유럽을 달려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다고. 그 소망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 알았을까? 그로부터 3년 만에 커플은 로드바이크로 프로방스를 달리게 되었다.
DAY 1 - 자전거의 속도가 허락한 선물
페이 드 포르칼키에 코스(Le Pays de Forcalquier) 78km
“너무 예뻐요!” 페달을 밟은 지 5분 만에 민경이 흥분한 목소리로 뒤에서 외쳤다. “너무 예쁘네요!” 나도 외쳤다. 지극히 평범한 길,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예뻤다. 자전거의 속도가 허락한 첫 선물이다.
DAY 2 - 상냥한 길 위에서
뤼베롱 주변 코스(Autour du Luberon a velo) 50km
이날 코스에서는 풍경보다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 길 위에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마주치는 일이 많았는데, 그들과 서로 “봉쥬르Bonjour!” 하고 인사를 나누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자전거 여행자들끼리만 통하는 끈끈한 유대감, 그런 것이 프로방스의 자전거길 위에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DAY 3 - 황토 마을과 체리 나무 사이로
레 오크르 코스(Les Ocres a Velo) 37km
황토 하면 찜질방부터 생각났던 터라 프로방스에 황토 자전거 코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나무와 풀 사이로 드문드문 노란색 흙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눈을 두는 곳마다 말 그대로 황토 천지였다. 이곳에서 황토는 돌멩이나 잡초만큼 흔해 보였다.
DAY 4 - 초록 길의 매력
칼라봉 벨로루트 코스(La Veloroute du Calavon) 26km
서울의 한강변처럼 프로방스에도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다. ‘그린웨이Green Way’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오직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왕복 2차선이다. 우리는 한껏 속력을 내 달리며 허브향기와 꽃향기를 머금은 프로방스의 바람을 음미했다.
DAY 5 -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산책
루르마랭(Lourmarin) & 앙수이(Ansouis) & 퀴퀴롱(Cucuron)
퀴즈.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몇 개가 있을까? 프로방스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반나절 동안 뤼베롱에 있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을 산책해 보았다. 루르마랭, 앙수이 그리고 퀴퀴롱을 살랑살랑 걸었다.
기획·글=고서령 기자, 사진=고아라, 영상=이용일, 모델=김민경·조용성, 취재협조=프랑스관광청·터키항공